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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인수위 ‘헛발질’ 이유 있었다

등록 2008-01-19 09:38

단기성과 집착…내부조율 허술…정책급조 혼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헛발질’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조직 개편이나 각종 정책 발표 과정에서 설익거나 손발이 맞지 않는 내용이 튀어나오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논리를 내놓으며 혼선을 자초하고 있다. 인수위 구성원 간의 내부조율 미흡, 실적·속도 중시에 따른 준비 소홀, 의욕 과잉, 밀실 논의 및 철학 부재가 그 원인으로 꼽힌다.

산업평화TF 등 번복…보고체계 확립안돼

■ 내부조율 미흡=인수위가 지난 17일 발표했다가 취소한 산업평화정착 태스크포스(TF)가 대표적인 사례다. 인수위는 “검찰, 경찰, 노동부 등이 티에프를 만들어 불법 집단행동에 대응하겠다”고 밝혔으나 ‘공안정국 조성’ 논란이 일자 발표 4시간여 만에 없던 일로 돌렸다. 인수위 법무행정분과 한 전문위원은 “아직 검토 단계로 분과 회의도 거치지 않은 안을 대변인실에서 일방적으로 먼저 발표했다”고 말했다. 각 분과의 안을 조율하는 기획조정 분과의 맹형규 간사는 “그 안은 보고받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발표된 ‘지분형 주택분양제’ 역시 해당 분과에선 “최종 점검을 앞둔 상태에서 발표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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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구성원들의 출신이 매우 다양한데다, 내부 보고 체계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점이 ‘중구난방’을 불러오고 있다. 한 인수위 관계자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이 모여 있는 한시적인 조직이라 보고체계가 명확하지 않고 느슨하다”고 지적했다. 인수위 실무자는 “공약을 만들 때부터 참여한 사람과 나중에 인수위에 합류한 사람, 정치인과 관료 출신의 정책에 관한 접근 방식이 다르다”고 말했다.

숙고않고 “통일부 폐지”…비판 일자 ‘땜질’

■ 준비 소홀=인수위는 ‘분단국가였던 서독에도 통일 전담 부서가 없었다’는 외국 사례를 들면서 굳이 통일 문제를 전담하는 통일부를 둘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서독은 분단 직후부터 ‘독일 문제’를 전담하는 부처를 따로 뒀고 이 부처는 독일 통일 뒤인 1991년 1월에야 해체됐다. 인수위가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한국과 같이 분단을 경험했던 독일의 사례조차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런 일이 나온 것은 이명박 당선인의 통일에 관한 철학이 ‘실용’에 치우친 점과 무관하지 않다. 이 당선인은 통일부 업무의 특수성보다 대부서제를 통한 효율성에 중점을 뒀다.

인수위 전반의 헐거운 철학과 준비 부족은 임기응변식 대처로 나타나고 있다. 통일부 폐지에 대해 ‘반통일 발상’ ‘헌법정신 위배’란 비판이 무성하자, 인수위는 발표 하루 만에 “해외자원 개발, 투자유치 등을 주업무로 하는 특임장관이 남북관계 업무도 맡는다”고 설명했다. 이용선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인수위 쪽이 지난 10년간 급격하게 발전한 남북관계의 현실을 잘 모른 채 10년 전 기준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립기관에서 대통령 직속으로 변경된 인권위원회는 “인권위의 지위를 흔드는 개편안을 내면서 단 한 번도 인수위에 현황보고를 요청하거나 의견을 들은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통신비 내리려다 업계에 끌려다녀

■ 의욕 과잉=인수위가 당선인 취임 전에라도 통신비를 20% 내리겠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취임 전은 아니고 통신사들에게 요금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뜻”이라고 번복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선인의 공약을 서둘러 실천하려다 보니 당선인이 가장 강조하는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정책이 튀어나온 것이다. 업체들의 반발에 부닥친 인수위는 급기야는 통신비 부담이 커진 이유를 과소비 탓으로 돌리며 “요금을 발·수신자가 나눠 내는 쌍방향 부담으로 통신 소비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까지 물러섰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인수위가 통신요금 20% 인하 추진 방침을 섣불리 꺼냈다가 이동통신 업체들의 거부 논리에 함몰돼 버렸다”고 말했다. 한 인수위 자문위원은 “인수위 안에 과욕과 성과주의가 팽배하다”며 “당선인이 스피드를 강조해서 그런지 인수위 담당자들이 빨리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핵심측근 몇명이 즉흥적 방향틀기

■ 밀실 논의=정부조직 개편 논의 과정에서는 보안 사고를 우려해 박형준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 박재완 정부혁신·규제개혁 태스크포스 팀장 등 4~5명으로만 막판 조율 작업이 진행됐다. 이런 과정에서 통일부 등 일부 부서의 존폐가 애초 인수위 안과 달리 뒤바뀌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위 외교통일안보 분과 소속 한 관계자는 “인수위 외교통일안보분과에선 ‘통일부 존치’로 의견을 올렸는데 최종안을 다듬을 때 이 당선인 측근 몇 명이 인의 장막을 치고 폐지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또 인재과학부, 지식경제부, 농수산식품부 등은 이 당선자와 논의에 참여했던 일부 간사들의 즉석 아이디어로 부처 이름이 결정됐다. 국정철학보다는 순발력으로 이름이 정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인재과학부란 명칭은 발표 직후 ‘교육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엉뚱한 부처 이름을 당장 거둬들이라’는 교육계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성연철 권혁철 김재섭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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