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진 올림픽로 나흘 동안 중부지방에 계속된 집중폭우로 16일 오전 서울 한강철교 아래 올림픽로가 물에 잠겨 양방향 통행이 통제되고 있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강원도 피해 왜 컸나
“사방댐 시급” 지적에도 500여곳 손도 안대
집중호우→산사태→인명·재산피해 되풀이
“사방댐 시급” 지적에도 500여곳 손도 안대
집중호우→산사태→인명·재산피해 되풀이
강원도 지역의 집중 호우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강우량은 시시각각 기록을 갈아치우고, 피해는 2002년과 2003년 잇따라 들이닥친 태풍 ‘루사’와 ‘매미’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고도 남는다.
강원도에서만 숨지거나 실종된 사람은 16일 오후까지 32명을 넘어섰고, 영동~영서의 ‘대동맥’인 영동고속도로를 비롯해 거의 모든 도로가 끊기고 곳곳에서 수만명의 주민들이 고립됐다. 그 가운데서도 산간 지역인 인제와 평창 등의 피해는 유례가 없는 수준이다. ‘주범’은 산사태다.
15~16일 일어난 산사태는 인제군에서는 일가족 3명을 덮쳤고 영월군에선 잠자던 부부의 목숨을 한꺼번에 앗아갔다. 강원도 인명피해 절반 이상이 산사태 때문인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물론 이런 산사태의 원인은 기록적 폭우다. 14일부터 강원도 인제·횡성·평창 지역 등을 중심으로 사흘 동안 내린 비는 16일 오후 3시 현재 최고 390~420㎜ 안팎이다. 이는 지난 11일~12일 400㎜가 쏟아진 경기 고양시와 비슷한 강우량이지만, 곳곳에서 산사태가 일어난 강원지역 피해 규모는 상대적으로 훨씬 크다.
산림청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산사태 피해규모는 1980년대 연평균 230㏊에서 90년대 350㏊, 2000년대 980㏊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태풍 루사 때도 산사태 사망·실종자는 35명에 이르렀고 복구비만 3천억원이 들었다. 산사태 증가에는 비가 내리는 강도가 드세진 탓도 있다. 하루 50㎜ 이상의 비가 내리는 호우일이 50~60년대에 30일에 불과했지만, 70년 이후 40일 이상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이런 기상 환경의 변화 때문에 산사태 예방이 절실했지만, 피해가 나고서야 뒤늦게 후회하는 형국이다. 우선 강원도 산간처럼 비탈이 급하거나 긴 곳과 계곡이 구부러져 물이 심하게 부딪히는 곳에서는 산사태 예보 등으로 주민 대피 등의 조처가 이뤄져야 하지만, 엄청난 피해가 난 인제와 평창 지역에서 이런 재난관리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됐는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도 산사태 피해를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진 ‘사방댐’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때문에 당분간 ‘집중 호우=산사태=악몽’이라는 등식은 깨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산림청 관계자 등 전문가들의 전망이자 우려다. 이들은 사방댐이 태풍 루사 이후 산사태 충격 완화 장치로서 그 가치를 입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림청은 이날 “전국 8694곳에 사방댐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하지만 지난해 말 현재 사방댐은 1743곳만 설치됐다”고 밝혔다. 특히 비탈진 산이 많은 강원도의 경우 최소 747곳에 사방댐이 필요했지만 그 가운데 4분의 1 수준인 207곳에만 설치돼 있다. 산림청 산림보호국 김종연 담당은 “사방댐 효과가 입증돼 연차적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나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이 크다”며 “사방댐 건설비용은 산사태에 따른 산림피해 복구비용 1천억원보다 훨씬 적은 만큼 충분한 예산지원으로 산사태 예방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강원도의 비피해는 3~4년 전의 태풍 피해 복구가 안 되면서 더욱 커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강원도 안에는 침수위험 31곳, 고립위험 2곳, 붕괴위험 28곳, 취약방재 5곳 등 자연재난 위험지역이 60여곳이 넘는데도 장마가 시작된 지난달 말 복구·보완사업의 진도는 30.1%에 불과한 상태에서 ‘물폭탄’을 맞았다. 김기성 임인택 기자 player18@hani.co.kr
한편, 강원도의 비피해는 3~4년 전의 태풍 피해 복구가 안 되면서 더욱 커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강원도 안에는 침수위험 31곳, 고립위험 2곳, 붕괴위험 28곳, 취약방재 5곳 등 자연재난 위험지역이 60여곳이 넘는데도 장마가 시작된 지난달 말 복구·보완사업의 진도는 30.1%에 불과한 상태에서 ‘물폭탄’을 맞았다. 김기성 임인택 기자 player1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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