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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물길 억지로 이으면 고유어종 잡종화”

등록 2007-01-15 09:10수정 2007-01-15 11:42

섬진강이 유입되는 근처에서 채집한 담수어류들. 옥정호에서 온 외래종 배스의 커다란 모습이 두드러진다. 내수면생태연구소 제공.
섬진강이 유입되는 근처에서 채집한 담수어류들. 옥정호에서 온 외래종 배스의 커다란 모습이 두드러진다. 내수면생태연구소 제공.
수산과학원 이완옥 박사팀 섬진강~동진강서 첫 확인
“한강~낙동강 연결땐 재앙”
사이가 떨어져 있는 두 강의 물길을 인위적으로 이으면 고유어종의 잡종화 등 유전자 교란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국내 하천에서 처음 확인됐다.

국립수산과학원 내수면생태연구소 이완옥 박사팀은 지난해 섬진강 상류인 옥정호에서 농업용수를 공급받는 동진강 상류 일대 어류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결과대로라면,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제안한 경부운하도 한강과 낙동강 생태계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주목된다.

이 박사팀의 조사 결과를 보면, 섬진강과 낙동강 등 노령산맥 이남에만 사는 한반도 고유종 미꾸리인 왕종개가 이번 조사에서는 전북 정읍시 칠보면 동진강 상류에서 발견됐다. 이곳은 본디 또다른 고유종 미꾸리인 참종개의 서식지다. 연구진은 또 동진강의 참종개가 용수로를 통해 이식돼 온 왕종개와 교배해 잡종을 형성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동진-섬진강 유역변경도
동진-섬진강 유역변경도
또다른 미꾸리과 어류인 줄종개도 섬진강에 주로 살고 동진강에는 분포하지 않았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동진강에서도 다수 출현했다. 게다가 줄종개도 동진강에 애초에 분포하던 점줄종개와 잡종화 현상을 보이고 있음이 발견됐다.

이 밖에도 동진강에는 살기가 불가능해 기록되지 않았던 쉬리·빙어·자가사리·은어 등도 나타나, 옥정호 물과 함께 유입된 것으로 추정됐다.

동진강 상류에서 나타나는 이런 잡종화 현상은 유사한 종끼리는 조건만 맞으면 생식이 쉽게 일어나는 어류의 특성에 따른 것이다. 자연 상태에서는 같은 수계에 서식하는 유사종 어류들은 서로 산란 시기와 장소 등을 선택하는 행동을 달리해, 이종 교배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하지만 유사종이라도 지리적으로 완벽하게 격리된 종 사이에는 이종 교배 가능성을 고려한 별도의 행동 특성이 발달돼 있지 않아, 지리적 격리 장벽이 무너지면 잡종화가 쉽게 일어나게 된다.

이 박사는 “고유종의 잡종화는 해당 하천에서 수만년 동안 지리적 격리로 이룩된 종 분화를 허물어뜨려 유전자원의 상실을 낳는다”며 “한강과 낙동강 등 대형 하천이 연결된다면 최악의 생물재앙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유전자 교란이란?

서로 다른 생물종 사이에 유전자가 뒤섞여, 각 생물종 고유의 유전자가 변화하거나 사라지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생물종 각각의 독특한 특성은 생식 과정을 통해 종 고유의 유전자가 후손에게 전달됨으로써 계승된다. 같은 종은 물론 유사한 종 사이에서도 일부 이뤄지는 이런 생식 과정은 진화의 조건이 되기도 하지만, 갑작스럽게 일어날 경우 고유한 종은 사라지고 잡종만 남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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