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파동’이 일어난 지난 2001년 5월 환경운동연합과 국회 환경노동위가 서울 보광정수장에서 공동으로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정부 대규모 정수장만 조사 “안전하다”
시설 관리 능력 취약한 중·소규모 420곳 제외
‘노로’ ‘로타’ 등 전염성 강한 병균 조사도 못해
시설 관리 능력 취약한 중·소규모 420곳 제외
‘노로’ ‘로타’ 등 전염성 강한 병균 조사도 못해
지난 2001년 수돗물 ‘바이러스 파동’은 환경부 전국 실태조사에서 일부 중·소규모 정수장의 처리된 수돗물이 바이러스에 오염됐음이 드러나 발생했다. 정부는 20조원 가까운 사업비를 들여 2005년까지 수돗물 수질관리 강화 종합대책을 폈다. 4일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정수장 바이러스 실태조사 결과는 당시와 어떻게 달라졌을까?
중소 정수장 안전 보장 못해=국립환경과학원은 조사보고서에서 “현 정수처리기준을 지킨다면 원수 내 바이러스는 안전하게 제거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정수장 열 곳 가운데 8곳꼴로 원수가 광범위하게 바이러스로 오염됐는데도 정수한 물에서는 검출되지 않았음에 근거한 결론이다. 2001년 발표한 조사 때도 상수원수에서 바이러스가 두루 나왔지만 일부 중소 정수장의 처리된 물과 수도꼭지 물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돼 문제가 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시설용량 하루 5만t 이하의 정수장은 조사 대상에서 빠졌고, 대규모 정수장도 물 100ℓ당 100개 이상의 바이러스가 검출된 7개 정수장에서만 정수된 물을 검사했다. 따라서 정수장 시설이나 관리능력이 떨어지는 중소 정수장과 처리수를 조사했다면 지난번처럼 바이러스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연구를 맡은 경희대 정용석 교수와 강원대 신영오 교수팀도 보고서에서 “먹는 물 바이러스 오염 문제가 훨씬 심각한” 중·소규모 정수시설로 바이러스 모니터링을 확대 실시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중·소규모 정수장은 420곳으로 5만t 이상 대규모 정수장보다 4배나 많으며, 1만t 이하는 345곳에 이른다.
위험성 큰 바이러스엔 눈 감아=무엇보다 이번 조사는 최근 가장 중요한 바이러스성 질병 원인으로 떠오른 노로바이러스를 원천적으로 검출하지 못한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상당수 취수원수에서 바이러스가 나온다는 것은 상수원이 바이러스성 환자의 분뇨로 오염되고 있음을 가리킨다. 감염된 사람은 분뇨 1g당 10억개의 바이러스를 배출한다. 그러나 법정 바이러스 검출방법인 세포배양법으로는 노로바이러스는 물론 가장 전염성 높은 장내염 원인인 로타바이러스도 검출하지 못한다.
노로바이러스는 실제로 먹는물을 위협하고 있다. 핀란드와 스페인에서는 이 바이러스로 오염된 먹는물로 인한 집단감염이 확인됐고, 미국에서도 상수원수와 정수에서 검출되기도 했다. 국내에선 2004년 제주도에서 지하수 오염으로 집단설사를 일으킨 사실이 역학조사에서 밝혀지기도 했다.
지하수 오염 우려 커=바이러스는 숙주 없이는 증식하지 못하지만 담수에서 몇 달간 생존이 가능하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10도 이하의 지하수에서 거의 2년까지 살 수 있다. 지영미 질병관리본부 간염·폴리오 바이러스팀장은 “먹는물에서 바이러스 오염이 문제가 된다면 정수된 물보다는 지하수”라며 “지하수의 노로바이러스 감염 조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범정부 차원에서 하고 있는 음용 지하수에 대한 수질관리 일제조사에서도 노로바이러스는 조사 항목에 빠져 있다. 김지연 환경부 토양지하수과 사무관은 “조사방법이 확립돼 있지 않아 내년부터 오염 가능성이 높은 곳부터 노로바이러스 오염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과에 대해 김상종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가장 중요한 노로바이러스를 빼놓고 안전성을 얘기할 수 없다”며 “염소소독이나 탁도관리를 통해 일부 걸러지겠지만 바이러스의 내성과 크기로 볼 때 먹는물의 오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바이러스 검사법 논란 학계 일부 유전자검색법 빠른 분석 가능, 죽은 바이러스까지 검출
환경부 세포배양법 감염성 확인 가능, 검출 바이러스 종류 적어 수돗물 바이러스 논란의 핵심 쟁점은 어떤 검사방법을 쓰느냐다. 환경부의 표준분석법인 총배양성바이러스분석법(세포배양법)은 농축한 수돗물을 원숭이 콩팥세포에 접종해 세포병변효과가 나는지를 보는 방식이다. 반면 질병관리본부 등에서 쓰는 RT-PCR법(유전자검색법)은 농축한 수돗물 또는 환자 배설물에서 바이러스 유전자를 중합효소연쇄반응(PCR)을 이용해 증폭해 어떤 바이러스가 있는지 찾아낸다. 세포배양법은 병원체의 감염성을 확인할 수 있고 정량분석이 가능하다는 강점을 지니지만 분석기간이 한 달 이상 걸리고, 무엇보다 검출할 수 있는 바이러스 종류가 한정돼 있다는 약점이 있다. 장염바이러스 150여종 가운데 세포배양법으로 분석 가능한 것은 10여종에 불과하다. 유전자검색법은 1~2일 안에 분석이 가능하고 바이러스 종류를 판별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지만 감염력이 없는 죽은 바이러스까지 검출한다는 약점이 있다. 김종민 국립환경과학원 환경미생물과장은 “세포배양법으로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는 것은 맞지만 (설사 있더라도) 현재의 정수처리 시스템으로 충분히 제거할 수 있다”며 “세포배양법이 완벽하진 않아도 가장 나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안에서도 세포배양법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유전자검색법의 장점을 따오려는 연구가 추진되고 있다. 환경부는 정부의 표준방법이 “갑작스런 오염사고 등 비상시 신속한 분석을 통한 대처능력이 취약하다”며 채취한 수돗물을 세포에 접종해 증식된 바이러스만을 유전자 증폭기술로 분석하는 ‘세포배양 중 정량적 유전자분석법(QCC-PCR)’ 개발에 지난 연말 착수해 올 연말까지 공식 검사법으로 확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방법도 세포배양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노로바이러스 등을 검출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학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세포배양법을 표준분석법으로 채택하고 있는 미국 환경보호청은 노로바이러스 등에 대처하기 위해 리얼타임 피시아르 등 새로운 유전자검색법을 개발 중이다. 노로바이러스를 검출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질병관리본부는 물론 유럽, 일본 등에서도 유전자검색법을 쓰고 있다. 조홍섭 기자
바이러스 고농도 검출 지역
이번 결과에 대해 김상종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가장 중요한 노로바이러스를 빼놓고 안전성을 얘기할 수 없다”며 “염소소독이나 탁도관리를 통해 일부 걸러지겠지만 바이러스의 내성과 크기로 볼 때 먹는물의 오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바이러스 검사법 논란 학계 일부 유전자검색법 빠른 분석 가능, 죽은 바이러스까지 검출
환경부 세포배양법 감염성 확인 가능, 검출 바이러스 종류 적어 수돗물 바이러스 논란의 핵심 쟁점은 어떤 검사방법을 쓰느냐다. 환경부의 표준분석법인 총배양성바이러스분석법(세포배양법)은 농축한 수돗물을 원숭이 콩팥세포에 접종해 세포병변효과가 나는지를 보는 방식이다. 반면 질병관리본부 등에서 쓰는 RT-PCR법(유전자검색법)은 농축한 수돗물 또는 환자 배설물에서 바이러스 유전자를 중합효소연쇄반응(PCR)을 이용해 증폭해 어떤 바이러스가 있는지 찾아낸다. 세포배양법은 병원체의 감염성을 확인할 수 있고 정량분석이 가능하다는 강점을 지니지만 분석기간이 한 달 이상 걸리고, 무엇보다 검출할 수 있는 바이러스 종류가 한정돼 있다는 약점이 있다. 장염바이러스 150여종 가운데 세포배양법으로 분석 가능한 것은 10여종에 불과하다. 유전자검색법은 1~2일 안에 분석이 가능하고 바이러스 종류를 판별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지만 감염력이 없는 죽은 바이러스까지 검출한다는 약점이 있다. 김종민 국립환경과학원 환경미생물과장은 “세포배양법으로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는 것은 맞지만 (설사 있더라도) 현재의 정수처리 시스템으로 충분히 제거할 수 있다”며 “세포배양법이 완벽하진 않아도 가장 나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안에서도 세포배양법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유전자검색법의 장점을 따오려는 연구가 추진되고 있다. 환경부는 정부의 표준방법이 “갑작스런 오염사고 등 비상시 신속한 분석을 통한 대처능력이 취약하다”며 채취한 수돗물을 세포에 접종해 증식된 바이러스만을 유전자 증폭기술로 분석하는 ‘세포배양 중 정량적 유전자분석법(QCC-PCR)’ 개발에 지난 연말 착수해 올 연말까지 공식 검사법으로 확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방법도 세포배양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노로바이러스 등을 검출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학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세포배양법을 표준분석법으로 채택하고 있는 미국 환경보호청은 노로바이러스 등에 대처하기 위해 리얼타임 피시아르 등 새로운 유전자검색법을 개발 중이다. 노로바이러스를 검출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질병관리본부는 물론 유럽, 일본 등에서도 유전자검색법을 쓰고 있다.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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