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유 이야기 /
알람을 세 개씩이나 맞춰 놓고도 제시간에 일어나지를 못해 늘 바빴던 아침, 아침 식사는 고사하고 세수도 제대로 못하고 출근한 적이 이틀에 한번 꼴은 되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몇 해 전, 전날의 피로와 적응되지 않는 일상 때문에 나의 하루는 늘 이렇게 정신없이, 바쁘게 시작되었다. ‘내일부터는 일찍 일어나야지, 그래서 운동이라도 해야지’ 하고 매일 밤 자면서 결심을 해도 다음날이면 늦잠을 자기 일쑤였고, 그나마 일찍 일어나도 날씨핑계, 몸 상태 핑계로 미루고 또 미루었다.
그러던 내 삶에 변화가 오기 시작한 것이 바로 2년 전이다. 집 계약이 만료돼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게 되었는데, 그곳은 삼림욕장이 있는 산 바로 아래에 있는 동네였다. 새집으로 이사도 했겠다, 날씨도 한창 좋은 5월이기도 해서 이사를 한 다음날부터 아침 일찍 산책을 가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건 여전히 힘들고 그냥 미루고 싶은 유혹도 컸지만 큰맘 먹고 산에 갔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무심코 걷기 시작한 산길, 산은 너무나 고요했다. 언제 이렇게 진한 봄이었나 싶을 정도로 울창한 나무와 푸른 나뭇잎을 보며 새삼 놀란 나는 새소리와 맑은 물소리, 그리고 한발짝씩 옮길 때마다 들리는 내 발걸음 소리, 간혹 들리는 아주머니들의 웃음소리에 어느덧 마음의 편안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날, 간만에 아침을 손수 챙겨 먹고 출근을 했다.
그 이후로 매일 하루를 산책으로 시작하고 있다. 30분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내게 하루 중 가장 여유로운 시간이다. 귀를 열고 자연의 소리를 듣고, 코로는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간혹 오르며 내리며 만나는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는 그 즐거움이 매일 아침을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하게 해 준다.
아침마다 산길을 걸으며 나를 돌아보는 습관도 생겼다.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낼 것인지, 어제 내가 실수한 일은 없는지, 그리고 문득 옛날 기억도 떠올려 보면서 잊고 지낸 내 모습들을 다시 만나곤 한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바쁜 아침, 30분만 일찍 일어나자. 그리고 산길을 걸어보자. 건강에도 좋겠지만, 무엇보다도 좋은 것은 나만의 여유를 느낄 수 있다는 것. 조금만 더 자고 싶은 유혹을 떨쳐 내고 산길을 걷는 낭만, 올봄이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다.
임주성/대전 대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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