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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바람을 가르고 씽~씽… 썰매가 나가신다 쌩~쌩

등록 2006-02-12 17:18수정 2006-02-13 17:09

붉나무와 떠나는 생태기행

집 가까이에 있는 계곡이 얼마나 얼었을까 하고 슬슬 산책 삼아 가 보았더니, 우아 놀랍게도 남극처럼 꽝꽝 얼었지 뭐야. 하얗게 꽝꽝 얼어붙은 얼음 위에서 동무들 몇이서 썰매를 타고 있었지. 버려진 다리미판을 주워와서 타는 동무랑 두꺼운 비닐 포대를 타는 동무는 썰매가 그다지 잘 나가 주지 않는지 가다 말고 가다 말고. 하지만 옆에서 스케이트 날로 썰매를 만들어 타는 동무는 거침없이 아주 쌩쌩 잘 미끄러져. 히야오! 환호성이 절로 나와. 송곳지팡이 대신 커다란 드라이버로 얼음을 찍으며 씽씽씽 쌩쌩쌩 신나게 달려서 단숨에 맨 아래까지 내려가더니, 드라이버 두 개로 썰매를 탁 꽂아서는 어깨에 걸머지고 위로 다시 올라와. 어찌나 부러운지 우리야 침만 꿀떡꿀떡 삼키며 구경했지. ‘진짜 재밌겠다!’

우리도 얼음판이면 어디라도 쌩쌩쌩 달리는 썰매 만들어 올 거야!

버려진 가구 주어다 논 것을 자르고 이어 붙여 썰매를 만들고 나니, 썰매 날 할 만한 게 없어 동네 고물상으로 썰매 날을 구하러 나섰어. 고물상은 전에 있던 자리에서 길 건너편으로 이사를 했어. 이사를 해서 그런지 꼬질꼬질 볼 게 참 많던 고물상이 정리가 잘 되어 빼꼬름하게 바뀌었어. 아저씨한테 스케이트 날이나 앵글 조각이 없냐고 물었더니 그런 거 없다고 하셔. 그래 다시 집으로 돌아와 썰매 날 할 만 것을 찾아서 온 집안을 뒤지고 다녔지. 굴러다니는 앵글 조각을 어디서 본 듯도 한데 아무리 찾아보아도 보이질 않아. 할 수 없이 지하실에 있는 멀쩡한 선반에서 앵글 한 조각을 떼어내었지. 아무도 모르게 감쪽같이 말이야. 뚝딱뚝딱! 신나는 썰매 만드는 소리, 두근두근! 썰매 기다리는 우리 가슴 소리. 드디어 완성이다! 송곳지팡이는 나무막대기에다 못 머리를 잘라내고 박아 넣었어. 혹시 앵글을 못 구하면 굵은 철사를 휘어 붙여 썰매 날을 만들려 했는데…….

썰매를 만들고는 날씨가 추워지기를 기다리는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계속 따뜻하기만 해. 얼음이 녹으면 어쩌나 걱정이다 걱정. 내일은 날씨가 추워진다기에 잔뜩 기대하고 밤에 밖에다 얼음을 얼렸어. 조그만 세숫대야, 큰 목욕 대야. 그리고 요구르트 통에다는 우리가 먹을 꿀물을 담아 얼렸어. 꿀물에는 먼지가 들어가면 안 되니까 골판지 상자에 넣어서 밖에다 두었지. 다음 날 아침, 기온이 내려가 춥기는 추웠어. 대야에 담은 물은 두껍게 얼었지. 그런데 우리가 먹을 꿀 얼음은 아쉽게도 제대로 얼지 않았어. 골판지 상자에 넣어 얼려서 그래. 그만한 차이에도 얼음이 얼고 안 얼고 해.

드디어 씽씽씽 쌩쌩쌩 썰매 타러 나가신다!

휴우, 다행히 얼음은 그때처럼 꽝꽝 얼어 있었지. 하지만 그 사이 얼고 녹고 반복해서 그런지 얼음판이 매끄럽지 않았어. 게다 층이 생겨서 밟으면 폭폭 꺼지기도 했어. 그래도 문제없어. 우리에겐 얼음판이면 어디라도 씽씽 쌩쌩 잘 나가는 썰매가 있으니까. 썰매를 얼음판에 내려놓고 미끄러지기 시작했어. 우둘투둘한 바닥 때문에 썰매가 잘 안 나가서 좀 힘들기는 했어도 우리가 만든 썰매를 타니 세상에 부러울 게 없었지. 그러다 얼음판에 엉덩방아를 꿍! 또 꿍! 또 꿍! 으이, 썰매를 잘 못 만든 거야. 무릎을 꿇고 타는 썰매인데 앞에다 각목 하나를 더 달았더니 무게 중심이 뒤로 쏠려 자꾸 뒤로 엉덩방아를 찧는 거야. 꽝꽝 언 얼음판에서 엉덩방아를 꿍, 꿍꿍! 다시 고쳐야지 뭐.

계곡을 따라 계속 위로 올라가면서 얼음 구경을 했어. 하얗게 불투명해 보이는 얼음, 거울처럼 맑고 투명한 얼음, 커다란 조각 뚝 떼어내어 얼굴을 대면 무엇이 보이나? 고드름처럼 기다랗게 생긴 얼음, 물방울이 튀어 보글보글 동그랗게 볼록볼록 솟은 얼음, 모양도 가지가지. 얼음 한 입 떼어 아자작 아자작. 아이 맛나다! 얼음장 밑 산개구리야, 너희는 아직도 겨울잠 자니?

붉나무는 그림을 그리는 아빠(강우근), 글을 쓰는 엄마(나은희), 그리고 나무랑 단이, 한가족이다. 펴낸 책으로 <사계절생태놀이>가 있다. na-t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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