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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감은 눈에도 사랑이 보입니다

등록 2006-03-26 16:41수정 2006-03-27 16:13

다르게 읽기 깊이 보기 / 길 아저씨 손 아저씨

아기 엄마는 하루 세 번 거짓말을 한다고 합니다. 아기 하는 짓이 사랑스럽고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모습이 신기해서겠지요. 이모인 나도 여섯 달이 된 조카를 두고 거짓말이 심하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이제부터 제가 몇 번 거짓말을 하나 보세요.

책꽂이 앞에 가면 아기가 손을 뻗어 책을 꺼내려 합니다. 아기를 안고 날마다 책꽂이 앞을 왔다갔다 했거든요. 가끔 책꽂이에서 책을 빼서 뉘어놓고 읽어줍니다. 아기는 그림을 따라 눈을 움직이며 손을 내젖고 즐거워합니다. 아기는 이제 손에 쥐는 힘이 생겨 책꽂이 앞에 가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책을 잡아 빼내려 애씁니다.

아기는 옛이야기를 해주면 잘 듣습니다. 손가락을 빨며 이모의 입이며 표정을 보며 옛이야기를 듣습니다. 늦은 밤, 엄마는 지쳐 잠들고 아기는 깨어 이모랑 더 놀고 싶을 때 더 예쁜 표정으로 집중해서 듣습니다. 최근에는 <길 아저씨 손 아저씨>를 그림책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두 다리가 불편하게 태어난 길 아저씨와 두 눈이 보이지 않는 손 아저씨가 서로 도와 행복하게 산다는 이야기입니다. 흰 바탕에 배경을 한껏 생략하고 인물 중심으로 그렸습니다. 아기가 초점 맞추기가 쉬워 그런지 그림에 눈길을 주며 듣습니다. 아저씨들 얼굴이 아이 얼굴 같아 친근합니다.

아기가 태어난 뒤로 아빠의 일이 승승장구 잘 되어가니 나이 많은 어르신들은 아기가 참 복이 많다고 합니다. 이모는 복 이야기를 하면 우선 찡그리는 쪽입니다. 일이 잘 안되면 아기가 복이 없어서라고 할 것인가 하고 딴지를 겁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제복에 살기는 합니다. 나는 그 복이 그 사람의 심성과 노동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길 아저씨 손 아저씨>에서 손 아저씨는 밖에 나와 구걸조차 못하는 길 아저씨를 찾아갑니다. 서로 도우려고요. 길 아저씨가 “나는 걷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남을 도울 수 있겠나.” 하니까 손 아저씨가 “걱정 말게나. 다행히 나는 앞을 못 보지만 이렇게 두 어깨가 튼튼하니까 내가 자네를 업고 다니겠네.” 합니다. 길 아저씨와 손 아저씨는 한 몸처럼 살며 처음엔 구걸을 하고 다니지만 차츰 새끼도 꼬고 짚신도 삼으며 부지런히 일합니다. 오래도록 열심히 일하니 솜씨가 늘지요. 꼼꼼하고 솜씨 좋은 아저씨네 물건을 모두들 좋아하고 사갑니다. 그렇게 해서 두 아저씨는 남에게 기대지 않고 살 수 있게 되었고 장가도 들고 집도 짓고 행복하게 삽니다. 남을 돕겠다는 착한 심성과 열심히 일하는 태도가 복을 불러온 것이죠.

아기가 복이 많은 것은 건강하고 사랑스럽기 때문입니다.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 이웃을 돕다보면 저도 복을 받을 것이고, 건강하기 때문에 열심히 일하다 보면 부모 세대가 이루지 못한 멋진 일을 또 해낼 테니 자연스레 노인들이 말하는 복도 따르겠지요. 그런데 이모인 제가 몇 번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권정생 글, 김용철 그림. 국민서관.

이성실/자연그림책 작가 6315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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