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최선을 다한 그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등록 2006-03-26 17:50수정 2006-03-27 16:12

세계야구클래식에서 날아온 한국팀의 승전보는 학생들의 스트레스마저 확 날려버렸다.
세계야구클래식에서 날아온 한국팀의 승전보는 학생들의 스트레스마저 확 날려버렸다.
1318 리포트

고등학생이 된다는 것은 일체의 스포츠와도 담을 쌓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입학하는 순간부터 공을 가지고 논다든지, 스포츠를 관람한다든지 하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그저 학교, 학원, 도서실로 뺑뺑이 돌며 공부에만 매진할 뿐이다. 가끔씩 짬을 내서 운동을 즐기고 싶어도 ‘친구들은 다들 공부하는데’ 하는 생각에 접고 만다.

하지만 간혹 ‘빅 이벤트’가 열릴 땐 고교생이라는 신분을 잠깐 잊는다. 이번 야구월드컵이 그랬다. 아시아 예선에서 일본을 물리칠 때부터 학교는 난리가 났다. 쉬는 시간마다 교실은 야구 얘기로 넘쳐났다. 선생님들은 분위기가 산만해졌다며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말하지만 속 마음은 우리와 다를 바가 없으리라. 아니 우리가 세계 8강, 4강에 가는데 설레지 않는다면 그게 한국인이란 말인가?

일본을 두 차례 꺾고 4강 진출이 확정된 날에는 정말이지 흥분의 도가니였다. “대한민국 만세”라는 3·1운동식 만세가 재현되는가 하면, “자랑스럽다” “최고다” “승짱(이승범 최고)” “종짱(이종범 최고)” 등 온갖 찬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럴 땐 공부 스트레스도 저절로 날아간다. 매일같이 학교-학원-도서관을 돌면서 지칠대로 지친 몸이 훨훨 날듯이 가벼워진다. 한 친구는 “서울대 합격한 기분”이라며 머쓱한 웃음을 지었고, 또 다른 친구는 “야 공부가 별 거냐. 우리도 할 수 있어”하며 동무들을 격려한다.

물론 4강에서 일본에 졌을 땐 실망감도 컸다. 아이들은 문자 메시지로 ‘이럴 수가 말도 안돼’ ‘황당한 대진표에 당했다’ ‘미국과 일본이 짜고 친 고스톱이다’ ‘이가 갈린다. 쪽바리들 용서 못해’ 살벌한 분노들이 오고갔다. 하지만 그런 기분도 잠시, ‘최선을 다했다’ ‘수고했다’ ‘우리가 진짜 승리자다’ 등의 성숙한 표현들이 등장했다.

사실 승패를 떠나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박수를 칠 수 있는 여유를 갖는다는 것은 공부에 찌든 고교생들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신경이 고도로 예민해져 있는 상태에서 자신이 응원한 팀이 진다는 것은 더한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도 있다. 그러나 한발짝만 물러서서 보면 최선을 다했다면 승패를 떠나 열렬한 응원을 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멋진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야구 대표팀이 4강에 실패한 다음날, 친구들과 축구 공을 들고 모였다. ‘야자’에 앞서 쉬는 시간에 누군가 한 게임 하자고 했고 모두들 운동장으로 몰려 들었다. 모두들 미친듯이 공을 차댔다. 마치 전날의 야구 분패를 날려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하지만 이날 만큼은 누구도 반칙을 하지는 않았다.


고교생활은 힘들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바뀌지 않는 교육현실은 짜증난다. 하지만 최선을 다한 자에게 마음속으로부터 박수를 보낼 수 있다는 건 그 어떤 것보다 값지리라.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 만세, 대한민국 고교생 화이팅이다.

김용우/1318리포터, 부천고 2학년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