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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자연, 배우지 말고 느껴보길

등록 2006-04-23 17:53수정 2006-04-24 14:08

다르게 읽기 깊이 보기

수많은 생명이 깃들어 사는 강
수민이가 어린이집에 꽂혀 있는 많은 책들 가운데 <수많은 생명이 깃들어 사는 강>을 가져와 읽어달랍니다. 순간 나는 긴장합니다. 책 읽어주는 사람의 취향을 강요하면 안된다는 생각과 이왕이면 아이들에게 자연그림책을 풍부하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나의 취향이 대립하는 순간입니다. 어쨌든 아이가 가져왔으니까 마음이 놓이지만 여섯 살 수민이에게는 직접 체험이 적어 소화하기 어려운 책이라는 부담을 안고 읽어주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내용을 다 읽어줄 수 없었습니다. 수민이가 그림을 보며 이런저런 질문을 쏟아냈기 때문입니다. 그림에는 개체의 이름이 작게 적혀 있는데 그게 흥미로운 모양입니다. 이제 막 글자읽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걸까요? 수달이나 퉁가리, 나비를 보면서 “이게 뭐야?”하고 계속 묻습니다. “응 수달이야, 이건 퉁가리고” 나도 모르게 신이 나서 임진강에서 퉁가리를 잡아 살펴본 이야기까지 해주었습니다. 아이는 그 퉁가리를 어떻게 했냐고 묻습니다. 주황색 퉁가리가 햇볕에 반짝여서 정말 예뻤다는 둥, 모래자갈에 낳아놓은 알을 품고 있어서 놓아주었다는 둥 경험을 쏟아내며 내가 더 흥에 겨워합니다.

생전에 마지막으로 쓴 책 <자연,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에서 레이첼 카슨은 한 아이와 숲과 바닷가를 산책합니다. 생물 이름이든 자연지리든 누구보다 아는 것이 많은 학자지만 그는 아이의 즐거운 느낌, 자연 앞에서 신선함과 아름다움, 놀라움을 느끼는 순수한 본능을 믿고 배려합니다. 생물 이름을 가르치기 위해 설명하거나 과학지식을 주입하려 하지 않지요. ‘자연을 아는 것은 자연을 느끼는 것의 절반만큼도 중요하지 않다’고 믿기 때문이었습니다. 자연에서 느끼는 이런저런 감정과 인상은 지식의 씨앗이 터잡아 자라날 기름진 땅이라면서 유년 시절은 기름진 땅을 준비할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나 역시 자연그림책의 역할도 어른의 역할도 아이들에게 많은 지식을 주기 보다는 지식의 씨앗이 자라날 기름진 토양을 만들어주는 데 그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민이가 그날 강에 대해 얼마나 알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섬세하게 그린 강 그림을 즐겁게 보고 친구와 장난치면서 좋은 느낌을 갖은 게 반갑습니다. 아이가 지닌 씨앗이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커다란 나무로 자랄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김순한 글, 정태련 그림. 우리교육/ 1만 5000원

이성실/자연그림책 작가 6315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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