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교사의 실전강좌
2부 논술 단골 주제 뜯어보기
① 제1영역 : 인간과 동물
2 기출문제에서 논제 찾기 [2004학년도 성균관대학교 논술고사] 제시문 (가)~(라)를 읽고, 다음 지시에 따라 한 편의 완결된 글로 논술문을 작성하시오. (A4 양면, 제한 시간 150분)
●(가)의 내용을 정리하여 논술문의 도입부로 삼고,
●(나)와 (다)의 견해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한 후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라)의 내용에 대해 (가)의 주제와 연관시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가) 우리는 누가 누구인지 어떻게 알 수가 있는가? 현재 여기 있는 사람이 어제 여기 있던 사람인가 하는 질문에 답변할 증거가 무엇일까? 그 증거의 하나는 ‘기억력’이다. 만약 당신이 무엇인가 한 일을 기억한다면, 또는 적어도 당신이 한 일을 기억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것을 한 사람은 아마도 당신이었을 것이다. 또 다른 증거는 ‘육체적 연속성’이다. 만약 그것을 한 사람이 당신과 똑같이 생겼다거나, 그가 몇 가지 점에서 육체적 연속성을 갖고 있다면, 그것이 바로 그가 당신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어느 쪽이 더 근본적일까? 예를 들어, 기억력 그 자체가 증거를 모두 제공할 수 있을까, 아니면 ‘육체적’ 증거에 대해 우리가 점검할 수 있는 경우에만 기억력을 증거로 여길 수 있을까?
(나) 인간은 생각할 수 있는 ‘정신적 존재’이며, ‘윤리적 존재’이다. 짐승은 필요한 만큼 먹고 마시며 과식을 하지 않으나, 인간은 과음 과식을 하여 소화 불량에 걸릴 수도 있다. 짐승은 본능에 따라 욕구를 쉽게 자동 조절할 수 있으나, 인간은 그때마다 자기 반성을 통해서 자기를 제어해야 한다. ‘사람다운 사람’이라는 말은 인간이 본질적으로 윤리적 존재임을 보여 주고 있다. 인간은 대체로 육체적 욕구를 가진 점에서는 동물과 비슷하지만, 도덕적·정신적인 면에서는 동물의 범주를 벗어난다. (다) 자연 서식지에 살고 있는 야생 동물은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결코 자해 행위나 자위 행위를 하지 않고, 어버이나 자식을 공격하지도 않으며, 위암에 걸리거나 비만에 시달리거나 동성애 관계를 맺거나 자살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구태여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지만, 도시에 거주하는 인간들 사이에서는 이런 일들이 모두 일어난다. 그렇다면 이것은 인간과 다른 동물의 근본적인 차이를 드러내는 것일까? 얼핏 보기에는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여기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다른 동물들도 좁은 곳에 갇혀 있는 부자연스러운 상황에서는 이런 식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동물원 우리에 갇혀 있는 동물들은 인간 사회에서 너무나 흔히 볼 수 있는 이런 비정상적인 행동들을 모두 보여 준다. 우리는 도시 거주자와 야생 동물을 비교할 게 아니라, 도시 거주자와 우리에 갇힌 동물을 비교해야 한다. (라) 진화에 개입하려는 인류의 의지가 최근에 와서 생긴 것은 아니지만, 오늘날에는 인간의 정체성을 일정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한 처치의 가능성이 좀 더 구체화되었다. 예컨대, 성범죄자의 사회적인 위험성이 실제 수술이 가능한 뇌의 어떤 성분에서 기인한다면, 종신 감금과 재범 사이에서 선택하느니 차라리 왜 수술을 택하지 않겠는가? 정말 매력적인 것은 태어나기도 전, 심지어 수태도 되기 전에, 23쌍의 염색체가 실어 나르는 수천만 개의 유전자 중의 어떤 것들을 미리 조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로부터 한편으로는 ‘멋진 신세계’에 대한 소름끼치는 비전이 생겨난다. 유전자 복제를 통해 각기 특수한 임무를 만족스럽게 수행할 수 있는 인간 부류를 미리 결정하는, 그래서 모두가 행복해지는 그런 세계에 대한 비전 말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결함 있는 유전자를 건강한 유전자로 대체하는 방법을 써서 끔찍한 유전병들을 줄여 나가고, 궁극적으로는 사라지게 만든다는 목표가 등장한다. [유의 사항]
1. 제목을 쓰지 말 것.
2. 자신의 신원을 드러내는 표현을 쓰지 말 것. [논제 파악]
- 무엇을 묻고 있는가 이 문제의 발문에는 세 가지의 요구 사항이 제기되어 있어. ‘(가)의 내용을 정리하여 논술문의 도입부로 삼는 것’이 그 첫째이고, ‘(나)와 (다)의 견해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한 후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둘째이며, ‘(라)의 내용에 대해 (가)의 주제와 연관시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는 것’이 그 셋째야. 우선 제시문 (가)는 ‘자아 정체성’이라는 문제를 다루고 있어. 바로 ‘나’를 다른 사람이 아닌 ‘나’라고 입증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지. 이 글에서는 거기에 대한 대답으로 ‘기억’과 ‘육체적 연속성’이라는 두 가지를 들면서, 다시 이 둘 가운데 무엇이 더 근본적인가를 묻고 있어. 그렇다면 이 질문이 이 문제가 요구하는 핵심 논제일까? 이 물음에 올바로 대답할 수 있어야만 우리는 논점 일탈의 오류를 범하지 않게 돼.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서, 제시문 (나)와 (다)를 살펴볼까. 우선 두 글은 서로 다른 ‘인간관’을 바탕으로 쓰였다는 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어. 제시문 (나)의 핵심은 “인간은 생각할 수 있는 ‘정신적 존재’이며 ‘윤리적 존재’이다.”라는 처음 문장에 제시되어 있지. 이에 비해 제시문 (다)는 인간은 동물과 근본적인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면서, 도시 거주자와 우리에 갇힌 동물이 모두 보여 주는 비정상적인 행동을 그 근거로 들고 있어. 요컨대, ‘인간은 동물과 다르다는 견해’와 ‘인간은 동물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견해’가 서로 충돌하고 있지. 이러한 맥락에서 제시문 (라)를 보면, 이 글은 인간은 동물과 마찬가지로 유전자에 의해 그 삶이 결정된다는 견해로 제시문 (다)와 생각을 같이하고 있어. 태어나기 이전의 태아 단계에서부터 한 인간의 ‘생물학적 미래’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바로 이러한 견해를 증명해 주고 있지. 말하자면, 오늘날 우리 인간은 자신이 어떤 유전적 특성과 자질을 갖고 있는가부터 언제 어떤 질병을 일으킬 것인가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미래 일기’를 사전에 알 수 있게 되었다는 거야. 그런데 (가)의 주제와 연관시켜 (라)에 대한 자기의 견해를 밝히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체적인 맥락에서 파악해야 해. 제시문 (가)는 자아 정체성을 입증하는 것이 기억력이냐 육체적 연속성이냐를 묻고 있는 것 같지만, 그것이 기억력이건 육체적 연속성이건 간에 결론은 달라지지 않아. 기억력이건 육체적 연속성이건 간에 ‘경험’이라는 전제조건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지. 따라서 제시문 (가)는 제시문 (다)와 (라)의 인간관에 기초하여 ‘자아 정체성’이라는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고 보아야 해.
그렇다고 이 문제의 핵심 논점이 ‘인간관’에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돼. 인간이 어떤 존재인가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인간관에 대한 지식이 곧바로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는 필요 충분 조건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 건전한 ‘인간관’을 바탕으로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이 글에서 본격적으로 다룰 핵심 논제야.
여수여고,
<교과서와 함께 구술·논술 뛰어넘기> 저자
2부 논술 단골 주제 뜯어보기
① 제1영역 : 인간과 동물
2 기출문제에서 논제 찾기 [2004학년도 성균관대학교 논술고사] 제시문 (가)~(라)를 읽고, 다음 지시에 따라 한 편의 완결된 글로 논술문을 작성하시오. (A4 양면, 제한 시간 150분)
●(가)의 내용을 정리하여 논술문의 도입부로 삼고,
●(나)와 (다)의 견해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한 후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라)의 내용에 대해 (가)의 주제와 연관시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가) 우리는 누가 누구인지 어떻게 알 수가 있는가? 현재 여기 있는 사람이 어제 여기 있던 사람인가 하는 질문에 답변할 증거가 무엇일까? 그 증거의 하나는 ‘기억력’이다. 만약 당신이 무엇인가 한 일을 기억한다면, 또는 적어도 당신이 한 일을 기억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것을 한 사람은 아마도 당신이었을 것이다. 또 다른 증거는 ‘육체적 연속성’이다. 만약 그것을 한 사람이 당신과 똑같이 생겼다거나, 그가 몇 가지 점에서 육체적 연속성을 갖고 있다면, 그것이 바로 그가 당신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어느 쪽이 더 근본적일까? 예를 들어, 기억력 그 자체가 증거를 모두 제공할 수 있을까, 아니면 ‘육체적’ 증거에 대해 우리가 점검할 수 있는 경우에만 기억력을 증거로 여길 수 있을까?
(나) 인간은 생각할 수 있는 ‘정신적 존재’이며, ‘윤리적 존재’이다. 짐승은 필요한 만큼 먹고 마시며 과식을 하지 않으나, 인간은 과음 과식을 하여 소화 불량에 걸릴 수도 있다. 짐승은 본능에 따라 욕구를 쉽게 자동 조절할 수 있으나, 인간은 그때마다 자기 반성을 통해서 자기를 제어해야 한다. ‘사람다운 사람’이라는 말은 인간이 본질적으로 윤리적 존재임을 보여 주고 있다. 인간은 대체로 육체적 욕구를 가진 점에서는 동물과 비슷하지만, 도덕적·정신적인 면에서는 동물의 범주를 벗어난다. (다) 자연 서식지에 살고 있는 야생 동물은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결코 자해 행위나 자위 행위를 하지 않고, 어버이나 자식을 공격하지도 않으며, 위암에 걸리거나 비만에 시달리거나 동성애 관계를 맺거나 자살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구태여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지만, 도시에 거주하는 인간들 사이에서는 이런 일들이 모두 일어난다. 그렇다면 이것은 인간과 다른 동물의 근본적인 차이를 드러내는 것일까? 얼핏 보기에는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여기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다른 동물들도 좁은 곳에 갇혀 있는 부자연스러운 상황에서는 이런 식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동물원 우리에 갇혀 있는 동물들은 인간 사회에서 너무나 흔히 볼 수 있는 이런 비정상적인 행동들을 모두 보여 준다. 우리는 도시 거주자와 야생 동물을 비교할 게 아니라, 도시 거주자와 우리에 갇힌 동물을 비교해야 한다. (라) 진화에 개입하려는 인류의 의지가 최근에 와서 생긴 것은 아니지만, 오늘날에는 인간의 정체성을 일정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한 처치의 가능성이 좀 더 구체화되었다. 예컨대, 성범죄자의 사회적인 위험성이 실제 수술이 가능한 뇌의 어떤 성분에서 기인한다면, 종신 감금과 재범 사이에서 선택하느니 차라리 왜 수술을 택하지 않겠는가? 정말 매력적인 것은 태어나기도 전, 심지어 수태도 되기 전에, 23쌍의 염색체가 실어 나르는 수천만 개의 유전자 중의 어떤 것들을 미리 조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로부터 한편으로는 ‘멋진 신세계’에 대한 소름끼치는 비전이 생겨난다. 유전자 복제를 통해 각기 특수한 임무를 만족스럽게 수행할 수 있는 인간 부류를 미리 결정하는, 그래서 모두가 행복해지는 그런 세계에 대한 비전 말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결함 있는 유전자를 건강한 유전자로 대체하는 방법을 써서 끔찍한 유전병들을 줄여 나가고, 궁극적으로는 사라지게 만든다는 목표가 등장한다. [유의 사항]
1. 제목을 쓰지 말 것.
2. 자신의 신원을 드러내는 표현을 쓰지 말 것. [논제 파악]
- 무엇을 묻고 있는가 이 문제의 발문에는 세 가지의 요구 사항이 제기되어 있어. ‘(가)의 내용을 정리하여 논술문의 도입부로 삼는 것’이 그 첫째이고, ‘(나)와 (다)의 견해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한 후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둘째이며, ‘(라)의 내용에 대해 (가)의 주제와 연관시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는 것’이 그 셋째야. 우선 제시문 (가)는 ‘자아 정체성’이라는 문제를 다루고 있어. 바로 ‘나’를 다른 사람이 아닌 ‘나’라고 입증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지. 이 글에서는 거기에 대한 대답으로 ‘기억’과 ‘육체적 연속성’이라는 두 가지를 들면서, 다시 이 둘 가운데 무엇이 더 근본적인가를 묻고 있어. 그렇다면 이 질문이 이 문제가 요구하는 핵심 논제일까? 이 물음에 올바로 대답할 수 있어야만 우리는 논점 일탈의 오류를 범하지 않게 돼.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서, 제시문 (나)와 (다)를 살펴볼까. 우선 두 글은 서로 다른 ‘인간관’을 바탕으로 쓰였다는 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어. 제시문 (나)의 핵심은 “인간은 생각할 수 있는 ‘정신적 존재’이며 ‘윤리적 존재’이다.”라는 처음 문장에 제시되어 있지. 이에 비해 제시문 (다)는 인간은 동물과 근본적인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면서, 도시 거주자와 우리에 갇힌 동물이 모두 보여 주는 비정상적인 행동을 그 근거로 들고 있어. 요컨대, ‘인간은 동물과 다르다는 견해’와 ‘인간은 동물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견해’가 서로 충돌하고 있지. 이러한 맥락에서 제시문 (라)를 보면, 이 글은 인간은 동물과 마찬가지로 유전자에 의해 그 삶이 결정된다는 견해로 제시문 (다)와 생각을 같이하고 있어. 태어나기 이전의 태아 단계에서부터 한 인간의 ‘생물학적 미래’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바로 이러한 견해를 증명해 주고 있지. 말하자면, 오늘날 우리 인간은 자신이 어떤 유전적 특성과 자질을 갖고 있는가부터 언제 어떤 질병을 일으킬 것인가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미래 일기’를 사전에 알 수 있게 되었다는 거야. 그런데 (가)의 주제와 연관시켜 (라)에 대한 자기의 견해를 밝히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체적인 맥락에서 파악해야 해. 제시문 (가)는 자아 정체성을 입증하는 것이 기억력이냐 육체적 연속성이냐를 묻고 있는 것 같지만, 그것이 기억력이건 육체적 연속성이건 간에 결론은 달라지지 않아. 기억력이건 육체적 연속성이건 간에 ‘경험’이라는 전제조건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지. 따라서 제시문 (가)는 제시문 (다)와 (라)의 인간관에 기초하여 ‘자아 정체성’이라는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고 보아야 해.
박용성/여수여고, <교과서와 함께 구술·논술 뛰어넘기> 저자
<교과서와 함께 구술·논술 뛰어넘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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