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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수능이 변별력 없다고?

등록 2006-04-30 17:20수정 2006-05-01 17:56

논리로 배우는 수학
‘세 영역 모두 1등급’ 1%뿐

초·중·고 교육이 힘들어지고 공교육이 잘 안 되는 원인 중 하나로 대학입시제도의 문제를 꼽고 있다. 특히 각 고등학교의 현실을 무시한 선발 제도가 가장 문제라고 본다. 2008학년도 대입부터는 논술고사가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내신 성적과 수능 성적이 등급제로 바뀌면서 변별력에 문제가 있을 것이란 논리로 각 대학이 만들어낸 입시제도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서 인문계의 논술고사는 물론 자연계의 수리논술고사를 대비해서 교육시키기란 애당초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수준에서부터 논술 교육이 사교육의 주된 아이템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것은 누구나 조금만 생각해 봐도 공교육에서 논술 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내신 성적이나 수능 성적의 등급제가 변별력이 없다는 대학 관계자들의 주장이 잘못되었음이 자료를 통해 밝혀져 그나마 다행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해 1학기 59개 고교 1만8836명, 2학기 75개 고교 2만3059명의 학생부를 분석해 학업성적 변별력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를 보면 지난해 2학기 고교 1학년의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성적을 분석한 결과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의 5개 과목 모두 1등급을 받은 학생은 0.34%(1만 당 34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 인원이 50만 명임을 감안하면 1700명에 해당되는 인원이다. 이에 따라 소위 일류 대학이라고 하는 몇 개의 대학이 성적 부풀리기 때문에 고교 학생부(내신)을 믿을 수 없다며 대학별 고사 비중을 높이고 사실상 본고사 불가피론을 펴온 것에 대한 일종의 반례(反例)라고 할 수 있다. (표1 참조)

사실 200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선안이 나왔을 때 이미 이와 같은 통계 결과는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 특정한 어느 한 과목에서 1등급을 받을 확률은 4%, 그러니까 4/100 이다. 그러나 중학교 2학년의 <수학 8-가> 교과서나 고등학교 2학년의 <수학 I> 교과서의 확률 단원에서 다루는 학습 내용을 보면 두 과목 모두를 1등급 받을 확률은 두 과목 성적이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수학적으로는 독립인) 경우에는 확률의 곱셈정리 또는 독립시행의 정리를 사용할 수 있는데, 그 계산은

즉 1만 명당 16명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느 한 과목을 1등급 받은 학생이 다른 과목도 1등급 받을 가능성은 전혀 무관하지는 않기 때문에(어느 정도의 종속) 실제로는 이보다 약간 커질 가능성도 있지만 그렇다고 한 과목인 경우와 같이 4%일 수는 없다.

수학 교과의 내용을 살펴보자. 두 사건 가 독립인 경우에 두 사건이 동시에 일어날 확률은

와 같이 계산된다. 그러나 두 사건이 종속이라고 하면

여기서 는 A 과목에서 1등급을 받은 학생이 B 과목에서도 1등급을 받을 확률인데, 이것이 독립인 경우는 이지만, 실제로는 어느 정도는 종속이므로 정도라고 치면

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것이 더 현실적인 계산이 될 것 같다.


세 과목인 경우로 확장하면 세 번째 과목마저 1등급을 받을 확률은 위의 2/100 에 다시 1/2 을 곱한 것으로 계산하면 1/100, 즉 1%가 나오는데, 이것은 실제로 보도자료에 나온 2006학년도 수능 언수외 세 과목 모두를 1등급 받은 0.95%와 비슷하다. <표 2 참조>

2008학년도 입시에서는 수능의 변별력을 줄이고 내신 위주로 선발하라는 교육인적자원부의 공교육을 살리는 방향의 권고 사항을 대학 관계자들이 외면하면서 내세운 논리는 4%라는 단순 확률이었다. 즉, 2005학년도 수능 응시자 60만명을 기준으로 할 때 그 4%인 2만 4천명이 모두 똑같이 1등급을 받고, 각 고등학교는 성적부풀리기로 내신 성적에 변별력이 없는데 상위권 대학에서 어떻게 학생들을 뽑을 수 있겠느냐는 강변은 현실을 하나도 모르는 발언이었던가 아니면 고등학교에서 매긴 내신성적을 믿을 수 없었던가 둘 중의 하나이다.

이제 고등학교 내신 성적은 부풀리기를 할 수 없는 상대평가로 바뀌었으니 이 부분은 할 말이 없을 것이고, 4%라는 한 과목일 때의 1등급 확률을 여러 과목일 때도 똑같다고 생각하여 계산한 것은 확률의 기본인 곱셈정리조차 몰랐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더구나 수능 성적만 해도 기본적으로 서너 과목이니 이들의 확률에 곱셈을 적용하면 그 변별력은 대단할 것이며, 여기에 내신 성적이 가세하면 세밀한 변별이 가능하다고 충분히 얘기할 수 있다.

이제라도 각 대학은 정상적인 일반 고등학교에서 학습시킬 수 없는 일반 논술 고사나 수리 논술 고사를 실시하지 않는 방향으로 입시 제도를 정착시켜 나가기를 바란다. 이렇게 하면 수월성 측면에서 좀더 다양한 조건으로 학생을 선발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머지 않아 공교육 정상화라는 지극히 바람직한 소망이 이뤄질 것이다.

최수일/서울 용산고 교사 choisil@mathlov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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