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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벌레가 갉아먹은 잎사귀에 구멍이 숭숭∼

등록 2006-06-11 17:10수정 2006-06-12 16:07

거위벌레 알집
거위벌레 알집
붉나무와 떠나는 생태기행

얘들아, 벌레 잡으러 가자! 6월, 숲이 다 자란 나뭇잎으로 울울창창하게 덮였어. 나무들은 이제 나뭇잎 공장을 다 만들고는 광합성 작용을 기운차게 하느라 바쁠 거야. 숲은 나뭇잎 공장 덕에 더욱더 검푸르게 바뀌어 가고 있지. 나뭇잎은 잎을 먹고 사는 벌레들한테는 맛있는 먹이고, 몸을 감출 수 있는 집이고, 알을 낳아 기르는 요람이기도 해.

얘들아, 잎이 다 자라 울창해진 만큼 잎에는 많은 벌레들이 살고 있을 거야. 바글바글 어떤 벌레들이 살고 있을까? 울울창창 나뭇잎 바글바글 벌레들~. 얘들아, 벌레 잡으러 가자! 날씨가 더워진 만큼이나 숲에는 숲모기들이 아주 많을 거야. 긴 팔이랑 긴 바지를 입고 나서야지 그냥 갔다간 숲모기들한테 아예 대놓고 물려. 뚜껑이 있는 플라스틱 통에다 구멍을 송송 뚫어 끈을 매달아 벌레 담을 통 만들어 들고, 우산도 들고 나서야지.
우산에 벌레 터는 나무와 단이
우산에 벌레 터는 나무와 단이
우산은 왜 비가 오냐고? 글쎄, 어디다 쓰려는 걸까? 햇빛 가리개라도 할 건가?

지난해엔 길가 개나리에 까만 개나리잎벌 애벌레가 잎마다 새까맣게 들러붙어 모두 갉아먹어 버리더니, 올해는 개나리잎벌이 눈에 띄지 않아. 우리는 개나리잎벌한테 먹히지 않은 잎사귀를 따서 입에 대고 뿌우뿌우 풀피리를 불지. 개나리잎벌한테는 개나리 잎사귀는 맛난 먹이지만 우리한테는 재미난 풀피리지. 숲으로 들어가는 길에 있는 구지자나무는 잎사귀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아. 가지과 잎을 먹고 사는 이십팔점무당벌레들이 다닥다닥 붙어 구기자 잎을 모두 갉아먹어 버렸어. 이십팔점무당벌레야 구기자 잎이 그렇게도 맛나니?

산길을 가다 보니 발밑에 거위벌레 알집이 무수하게 떨어져 있어. 참나무 잎에다 알을 낳고는 주둥이로 이쪽저쪽 톡톡 잘라 이불을 개듯 도르르 말아 만든 거위벌레 알 요람이야. 참 신기하게 잘 말기도 했어. 기다란 목을 쭉 뺀 모습이 거위를 닮아 거위벌레, 알집 만드는 솜씨 때문에 ‘숲속 재단사’란 별명을 가진 벌레야. 작년 산길에 떨어져 자동차에 밟혀 납작하게 찌그러진 알집 몇 개를 집에 가져다 키워 보았어. 조그만 유리병 속에다 물을 묻힌 휴지를 바닥에 깔고는 알집을 넣어두었지. 주둥이에다는 망을 씌우고 말이야. 한 3주쯤 지났을까? 망에 알집을 뚫고 나온 거위벌레가 붙어 있는 거야. 알집에는 거위벌레가 파고 나온 조그맣고 동그란 구멍이 나 있었지. 세 마리쯤 깨어났어. 그래서 거위벌레 알집을 주웠던 곳으로 가서 다시 놓아 주었어. 알집은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으면 말라 버리니까 땅으로 떨어뜨리는 거야. 땅에 떨어지면 땅바닥 흙이 축축해 덜 말라.
버찌,나무가지로 만든 벌레
버찌,나무가지로 만든 벌레
거위벌레 알집을 가져다 키울 때는 바닥에 꼭 촉촉한 솜이나 휴지를 깔아주어야 해. 거위벌레는 이렇게 알집을 만드는 종류, 그냥 길쭉한 잎사귀를 몇 장 붙여 알집을 만드는 종류, 막 여물려 하는 도토리 깍정이에다 구멍을 뚫어 알을 낳고는 도토리랑 잎사귀 한두 장을 달고 있는 가지를 통째로 주둥이로 갉아 떨어뜨리는 종류가 있어.

우아, 저기 신갈나무 잎은 어떤 벌레가 저렇게 갉아 먹은 걸까? 가운데 잎맥만 남기고 홀라당 다 갉아먹어 버렸어. 팥배나무 잎사귀는 커다란 구멍이 슝슝, 산벚나무 잎사귀는 여기저기 작은 구멍이 뽕뽕뽕, 사위질빵 잎사귀는 구불구불 길이 나 있어. 아마 굴나방애벌레가 잎사귀를 갉아먹고는 빠져나간 자리일 거야. 어떤 벌레들이 잎사귀에 들러붙어 있을까? 얘들아, 이제 우산을 써야 할 때야. 우산을 펴서 거꾸로 들고는 나무 막대기를 쥐고 나무줄기를 탁탁 쳐. 투둑투둑 잎사귀에서 벌레들이 떨어진다! 잎벌레들은 날개를 펴서 후다닥 날아가 버리니까 잽싸게 잡아서 채집통에 넣어야 해. 노린재 애벌레, 나방 애벌레들이 많이 떨어졌어. 자나방 애벌레는 몸을 구부렸다 폈다 우산이라도 재려는 듯 열심히 구부렸다 폈다. 허, 방아벌레는 죽었나? 방아벌레는 죽은 척 하기 선수.
벌레먹어 구멍이 숭숭 뚫린 잎사귀
벌레먹어 구멍이 숭숭 뚫린 잎사귀
어서 일어나 톡 하고 위로 방아나 한번 찧어 보렴. 이 벌레 저 벌레 다시 잎사귀에 도로 놓아 주며, 맛난 잎사귀 많이 먹고 잘 자라라 했지. 벌레야, 너희는 잎사귀 먹지? 우리는 벌레 잡고 노느라 배고파 돗자리 깔고 밥 먹는다. 거위벌레처럼 밥에다 김을 도르르 말아 싸 먹는다. 밥 먹고 나서 도토리, 나뭇가지, 버찌 주워 모아 단이는 애벌레 두 개 만들고, 나무는 더듬이 두 개, 발 여섯 개, 머리, 가슴, 배 요리조리 이어 붙여 멋진 벌레들을 만들었지.


na-t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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