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시 신동면 실레마을에 있는 김유정 생가는 ‘김유정문학촌’이라는 이름으로 보존돼 있다. 마을 전체가 작품의 산실이자 현장인 이곳으로 ‘문학기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김유정문학촌 제공
아잉와 함께 떠난 김유정 문학기행
‘동백꽃’ 현장 찾아가 퀴즈도 풀고
작가를 알고나니 책이 읽고싶네~
‘동백꽃’ 현장 찾아가 퀴즈도 풀고
작가를 알고나니 책이 읽고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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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나그네
<산골나그네> (강원대학교 출판부)
“김유정 문학촌을 다녀와서 내 딸이 맨 먼저 하는 소리는 김유정이라는 작가가 좋아졌다는 것이었다. 이 말은 내 딸이 처음으로 작가라는 이야기를 했었기에 더욱 의미가 있었다. 그러면서 집에 있는 가람기획 김유정 전집을 읽다가 어제, 오늘 잠이 들었다.”
지난 5월 전교조 서울지부 관동지회가 주최한 ‘자녀와 함께 떠나는 김유정문학기행’에 5학년 딸과 함께 참여했던 한 선생님의 ‘문학기행 후기’에서 발췌한 글이다.
미리 김유정의 <산골나그네> <만무방> <봄·봄> <동백꽃> 등의 작품을 읽고 김유정 생가가 있는 춘천 실레마을을 찾아갔던 날. 아이 26명, 어른 15명이 버스 한 대를 빌려, 갈 때는 짝과 함께 김유정퍼즐맞추기와 독서퀴즈대회, 올 때는 문학기행 소감 나누기와 아이들 노래자랑도 했다. 그 곳에 가서는 김유정문학촌장인 전상국 선생님과 사무국 선생님들의 안내를 받으며, 생가와 문학관을 견학하고 마을 곳곳에 실재하고 있는 작품의 배경지도 둘러보았다. 특히 ‘동백꽃’의 나와 점순이가 알싸하고 향깃한 노란 동백꽃 속으로 함께 쓰러졌던 산자락(지금은 개인 사유지인 ‘산국농장’이 되었다. 그러나 이 농장의 주인 김희목 선생님은 자신을 ‘산지기’일 뿐이라며, ‘이 곳을 찾고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바로 주인’이라는 감동적인 말씀을 하셨다!)에서는 팀을 나눠 닭싸움, 돼지싸움, 비석치기도 하고, 돗자리에 배를 깔고 누워 소감문도 쓰고 바람소리, 나뭇잎에 햇빛 부딪는 소리도 들었다.
책은 그냥 읽기만 해도 좋다. 그러나 그 작품의 공간적 배경을 이뤘던 곳들을 직접 밟아 보기도 하고, 작가가 나고 자란 곳, 종일 뒤척이며 글을 쓰던 현장을 직접 찾아가게 되면, 한 줄 한 줄 그 내용이 걸어나와 내 품에 푹 안겨버린다. 아마 이런 놀라움, 이런 떨림 때문이었을 것이다. 5학년 아이가 갑자기 김유정을 좋아하고 그를 읽다 잠이 들게 된 것은.
<산골나그네>는 그의 고향 실레마을을 배경으로 한 작품 12편(산골나그네, 총각과 맹꽁이, 소낙비, 만무방, 솥, 봄·봄, 동백꽃 등)과 도시 배경의 작품 3편(따라지, 땡볕, 형)을 발표순으로 엮은 김유정 소설선집이다. 표기는 지금의 것으로 많이 바꾸었지만, 김유정 소설의 특징인 속어·방언 등은 고스란히 살아 있어, 읽기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낯선 낱말에는 일일이 주를 달아 놓아 말 배우는 재미도 쏠쏠하고, 생생하게 김유정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 좋다.
대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유난히 하층민의 삶에 깊은 관심을 보였던 김유정. 25세에 처녀작 <산골 나그네>를 발표한 뒤 29세의 짧은 생을 마칠 때까지, 그는 30편의 소설과 12편의 수필을 폭포수처럼 쏟아냈다. 일제의 수탈이 극을 향해 달리던 1930년대, 그는 일본에 맞붙어 싸우지도 않았고 독립을 부르짖지도 않았다. 조용히, 자신이 태어나 자란 실레마을로 돌아와, 야학을 열어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누구에게서도 관심을 받지 못하던, 머슴, 들병이, 만무방, 따라지들의 삶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미화하지도 과장하지도 않은 채, 날것의 언어와 해학적 몸짓으로 그들의 비애를 표면 위로 띄워 올렸다.
실레마을은 마을 전체가 김유정 작품의 배경지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의 많은 작품이 마을의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하여 씌어진데다, 그들의 주무대인 주막, 물레방앗간, 산자락, 논두렁, 콩밭 등이 그대로 실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일요일, 혹은 방학 중 하루를 내어, 아이들과 함께 김유정의 작품을 읽고 직접 그를 찾아가 보면 어떨까? 책과 친해지기, 크게 어려울 일도 아니다.
백화현/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 회원, 관악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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