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 미군 폭격 소음에 시달리다
두팔 걷고 매화땅 되찾은 사라들
평화 노래하는 책에 귀 쫑긋 세우세요
두팔 걷고 매화땅 되찾은 사라들
평화 노래하는 책에 귀 쫑긋 세우세요
1318책세상
그리운 매화 향기
6월은 전쟁을 경험한 사람들에겐 공포와 아픔으로, 87년 6월 민주화 항쟁을 이끌었던 사람들에게는 고통과 함께 가슴 벅찬 열정으로 다가온다. 그렇다면 요즘 아이들의 6월은 어떨까? 질문을 던졌더니, 너도 나도 월드컵 얘기로 열을 올린다. 세대에 따라 이리도 다르다.
학교에서는 올해도 변함없이 민족과 통일을 생각하게 하는 행사가 한창이지만 의례적으로 벌이는 이런 행사에 아이들은 아무런 관심이 없다. 아이들에게 조국이니 민족이니 통일이니 하는 말들은 점점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우리나라가 아직 전쟁 중이라는 걸 알고 있니? 잠시 휴전 중일 뿐, 전쟁이 일어날 확률이 지구상에서 가장 높다는 사실을 알아?” 6월이 시작되는 첫 날, 아이들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네 본다. 그러면서 우리 민족의 현실과 통일과 평화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려고 몇 권의 책을 추천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이 <그리운 매화 향기>이다.
이 책은 6.25 전쟁이 끝나자마자 난데없이 자신이 살던 삶의 터전을 미군에게 빼앗기고 50년이 넘도록 고통 속에 시달려 온 매향리 주민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매향리 인근의 농섬이 미군의 비행기 사격장으로 쓰이게 되면서 매화 향기 가득하고 풍요롭던 마을은 서서히 변해 간다. 밤낮없이 울려대는 비행기 폭격 소음에 마을 사람들은 난청과 불안에 시달리고 아이들은 경기를 일으키며, 만삭의 몸으로 갯벌에 나가 일하던 주인공의 외숙모는 오폭으로 목숨을 잃기도 한다. 이처럼 조상 대대로 살아오던 삶의 터전에서 평화롭게 살아갈 권리를 빼앗기게 된 주민들은 그러나 국가 안보와 내 나라를 지켜주러 온 우방, 미국에게 협조해야 한다는 정부의 말에 한 마디 불평도 못한 채 병만 키워 간다.
35년이 넘게 희생하고 참고 살다가 생존의 한계에 부닥치고 나서야 주민들은 서서히 자신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밖에 없다는 진리를 깨닫고 정부와 미군을 상대로 목소리를 높이게 된다. 그제야 언론과 주변에서도 매향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이 소설은 2000년 봄, 많은 시민단체들이 매향리 주민들과 한바탕 희망의 판굿을 벌이면서 끝이 난다.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읽고 이 소설 이후에 매향리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어 왔는지를 찾아보게 해도 좋고 아이들 손을 잡고 매향리를 직접 방문해서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는 것도 좋겠다. 여전히 매향리 문제는 우리에게 간단치 않은 숙제로 남아 있다. 평택 대추리 농민들의 눈망울에서 매향리 주민들의 분노와 슬픔을 본다. 아이들에게 우리 민족의 역사와 현실에 대해, 전쟁과 평화에 대해 눈과 귀를 열어 두도록 끊임없이 챙겨야 할 몫이 어른들에게 있음을 잊지 말자. 아이들 세대에게 6월이 월드컵의 열망으로만 기억되지 않도록 말이다. 송경영/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 회원, 서울 관악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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