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물속 애벌레떼 만나러 떠나자

등록 2006-07-09 19:28수정 2006-07-10 13:50

물속 벌레 잡으러 나선 나무와 단이.
물속 벌레 잡으러 나선 나무와 단이.
붉나무와 떠나는 생태기행

얼마 전 어딘가 다녀오는 길에 잠깐 휴게소에 들렀는데 휴게소 창문에 하루살이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거야. 그 전날 밤 불빛에 모여든 것들이 물가로 돌아가지 못하고 창문에 붙어 있거나 바닥에 떨어져 있기도 했어. 모두들 하루살이를 보고는 하루살이가 저렇게 크냐고 놀랐지. 깔따구처럼 아주 작은 날벌레 따위를 하루살이라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야. 하루살이는 몸도 크고 날개 두 쌍이 제법 넓고 꼬리가 긴 벌레야. 하루살이는 애벌레 때 물 속에서 살아. 어때, 하루살이 애벌레 만나러 물 속으로 구경이나 나서 볼까?

물 속에는 하루살이 애벌레 말고도 잠자리 애벌레, 날도래 애벌레, 강도래 애벌레 따위 많은 벌레들이 모여 살아. 물 속 벌레들을 잡으려면 그냥 가도 좋지만, 손잡이가 달린 조그만 소쿠리인 뜰채를 가져가면 훨씬 쉽게 찾아 볼 수 있어. 또 벌레를 놓고 관찰할 플라스틱 흰 쟁반이나 접시, 벌레 담을 통, 붓, 돋보기를 가지고 가면 좋지. 대체 붓은 어디다 쓰려나? 아참, 물 속에 들어갈 때는 샌들을 꼭 신어야 해. 물 속에 있는 돌은 매우 미끌미끌해서 맨발로 들어가면 미끄러지고 긁히기 일쑤야.

이거저거 준비해서 집을 나서는데 아파트 앞 주차장 자동차들 사이로 잠자리가 날아다녀. 멀리 남쪽에서 올라온 된장잠자리였어. 잠자리야, 오늘은 너말고 물 속에 사는 네 애벌레 만나러 갈 거야. 돌돌돌 물 속에 찰랑찰랑 물 속에 우글우글 애벌레, 바글바글 벌레들. 가자, 가자, 물 속으로. 만나자, 만나자, 벌레들.


붓으로 살살 떠서 잡는다.
붓으로 살살 떠서 잡는다.
물속에서 잡은 잠자리 애벌레와 플라나리아.
물속에서 잡은 잠자리 애벌레와 플라나리아.

집 가까이에 있는 물가에 왔더니 얼마 전 내린 비 때문에 물이 많이 불고 물살이 세. 센 물살 때문에 벌레들이 다 떠내려가 버렸으면 어쩌지? 조마조마 걱정하며 발 밑에 있는 큼직한 돌멩이를 들어올렸어. 돌멩이 밑에는 납작한 하루살이 애벌레, 자잘한 돌을 다닥다닥 이어 붙인 날도래 애벌레 집, 새까만 거머리, 다슬기 몇 마리, 귀여운 사팔뜨기 플라나리아 따위가 붙어 있어. 벌레들이 다 떠내려가 버렸을까 봐 걱정했는데 모두들 센 물살에도 잘도 붙어 있어. 모두 돌에 붙어 살아가는 벌레들이야. 그러고 보니 돌멩이 한 개가 벌레들한테는 아파트인 셈이야. 큼직한 돌멩이, 벌레 아파트, 바글바글 벌레들. 돌멩이 한 개에 참 많은 벌레들이 붙어 살기도 해. 돌멩이에 붙어 있는 벌레를 볼 때는 물 속에서 돌멩이를 들어올릴 때 아래에다 뜰채를 받치면 좋아. 그래야 물에 쓸려 떨어지는 벌레들까지 잡을 수 있어. 하루살이 애벌레처럼 돌멩이에 납작하게 붙어 있는 벌레들은 좀처럼 떼어낼 수 없어. 손으로 떼어내다 자칫 벌레를 죽일 수도 있으니까 붓으로 살살 떼어내.

물살이 빠른 데 사는 하루살이 애벌레는 몸이 이렇게 납작해. 하지만 하루살이 애벌레가 모두 몸이 납작한 건 아니야. 물이 느리게 흐르는 데 사는 하루살이 애벌레는 몸이 동글동글해. 하루살이 애벌레는 물 속에서 몇 개월이나 1~2년 정도 꽤 오래 살다가 어른벌레가 되어서는 땅위로 나가는데 몇 시간을 살기도 하고 2~3일을 살기도 해. 어른벌레가 된 하루살이는 입이 없어서 땅위에서 사는 동안은 먹지도 못하고 짝짓기만 하고 죽어. 날도래나 강도래 어른벌레도 입이 없어. 날도래 애벌레 집은 자잘한 돌멩이로 이어 붙인 집뿐만 아니라 나뭇잎사귀로 이어 붙인 집, 돌멩이랑 나뭇잎사귀를 섞어 이어 붙인 집, 돌에 그물로 만든 집, 크기나 모양도 가지가지지. 플라나리아는 몸 쭈욱 늘였다 다시 줄였다 하며 옆새우 같은 벌레를 먹고 살아.

이번엔 고마리처럼 물가에 자라는 풀 밑을 뜰채로 들추었어. 그랬더니 잠자리 애벌레들이 우글거려. 물 흐름이 느린 구석진 곳에 쌓인 낙엽 더미도 들췄더니 거기도 잠자리 애벌레 투성이야. 낙엽을 살살 걷어내며 보이는 꼼실거리는 것들이 온통 잠자리 애벌레야. 한 번밖에 안 떴는데도 열 마리나 걸려들었지. 붓으로 살살 떠서 통에다 담아 보았지. 다슬기도 많고 옆새우도 한두 마리 걸려들었지. 역시 옆새우는 더 맑은 물에서 사는지 많이 보이지는 않아.


우리는 쟁반을 못 챙겨서 떡 담긴 스티로폼 그릇에다 벌레들을 담아 놓고 보았는데 서로 보겠다고 아웅다웅하다 몇 번이나 물을 쏟고 벌레들이 고생 좀 했어. 돋보기 대신 루페로 들여다 보았는데 플라나리아 사팔뜨기 눈도 다 보이고 신기해. 벌레들을 모두 잡은 자리에다 조심스레 도로 놓아주고 돌멩이를 몇 개 주워 돌멩이에다 그림을 그렸어. 돌멩이 속에 물도 있고 나무도 있고 하늘도 있고, 어느 돌멩이는 화난 얼굴이 되기도 하고. 돌돌돌멩이 벌레들의 멋진 아파트, 돌돌돌멩이는 우리들의 멋진 놀잇감.

na-tree@hanmail.net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