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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탈춤과 힙합, 보고 들으며 느껴볼까

등록 2007-04-15 17:32수정 2007-04-15 18:43

안양 백영고 김태현 교사가 국어 재량활동시간에 온라인 게임 문제를 두고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안양 백영고 김태현 교사가 국어 재량활동시간에 온라인 게임 문제를 두고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국어수업 70%는 교과서 치우고
미디어 콘텐츠 활용 소통하기
아이들 기발한 생각 쑥쑥 자라요
우리학교 논술수업 짱 / 안양 백영고 김태현 교사

안양 백영고 김태현 교사의 논술 교재는 미디어다. 국어 시간에 영화, 신문기사, 방송 시사프로그램, 만화, 음악 등 미디어 콘텐츠를 끌어들여 수업을 진행한다. 김 교사의 수업에서 미디어 콘텐츠는 단순한 눈요기 거리가 아니다. 학생들이 콘텐츠 하나하나를 자신의 삶과 연관지어 생각해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이끈다. 수업시간 내내 학생들의 ‘문화 코드’에 맞는 다양한 콘텐츠를 매개로, 학생과 학생, 교사와 학생 사이에 끊임없이 상호작용이 이뤄진다.

지난 9일 백영고 1학년 9반 교실. 김 교사는 자신의 노트북 컴퓨터에 텔레비전을 연결하는 것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그의 노트북은 수업할 때 없어서는 안 될 ‘보물 창고’다. 그가 이곳저곳에서 그러모은 알토란 같은 미디어 콘텐츠들이 빼곡하게 저장돼 있다.

이날 수업 내용은 ‘다양한 표현과 이해’ 단원의 두번째 소단원인 ‘봉산 탈춤’. 김 교사는 마음에 맺힌 ‘화’를 푸는 탈출구로서의 문화에 대해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초등학생들에게 록 음악을 가르치는 괴짜 교사 이야기를 다룬 영화 <스쿨 오브 록>의 한 장면을 틀어줬다. 교사가 교실에서 아이들이 내뱉는 욕을 그 자리에서 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로 부르는 장면이다.

김 교사는 영화에 이어 서태지의 노래 ‘교실 이데아’를 들려줬다.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을 비판한 노래다. “노래를 들어보니 어떤 느낌이 드나요?” 김 교사가 묻자 여기저기서 “분노요”라는 대답이 나왔다. 김 교사는 “학습지에 실려 있는 가사를 보면서 서태지가 비판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각자 밑줄을 긋고, 모둠별로 밑줄 그은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라”고 말했다.

모둠 토의와 몇몇 학생의 발표가 끝나자 이번에는 힙합이 등장했다. “봉산 탈춤도 서태지의 노래처럼 분노에서 나왔어요. 흑인들의 음악인 힙합도 마찬가지입니다.” 김 교사는 힙합이 나온 배경과 요소에 대해 짧게 설명한 뒤, 미리 준비한 ‘리듬 앤 블루스’ 가요 한 곡을 틀어줬다. 브레이크 댄스와 비-보이, 랩 등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자 이제 갱스터 랩 한 곡을 들어 볼까요?” 김 교사는 힙합의 정신에 대해 설명하면서 서태지의 ‘컴 백 홈’을 들려줬다. 김 교사는 학생들에게 음악을 듣고 생각나는 단어 3가지씩을 적어 보도록 했다.

이날 수업에 마지막으로 등장한 미디어 콘텐츠는 영화 <왕의 남자>였다. 남사당패가 연산군 앞에서 왕과 그의 애첩을 풍자하는 놀이판을 벌이는 장면이었다. 영화 감상이 끝나자 김 교사는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탈춤과 힙합 둘 다 한을 표현하고 있지만 다른 점도 있습니다. 둘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 봅시다.” 학생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탈춤은 우회적으로 현실을 풍자하지만 힙합은 노랫말을 통해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점이 달라요.” “힙합은 무겁고 어둡지만, 탈춤은 웃음을 자아내요.”

“봉산 탈춤은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 있습니다. 개그 프로그램 <웃찾사>의 ‘화상고’도 풍자와 해학이라는 측면에서 봉산 탈춤과 비슷한 요소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봉산 탈춤과 <웃찾사>의 내용과 형식상의 공통점을 찾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김 교사는 이렇듯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활용해 단원마다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수업을 진행한다. 전체 국어 수업의 70% 가량은 이날 수업처럼 교과서 없이, 보고 읽고 생각하고 토론하는 수업을 한다. 바로 앞 단원인 ‘봄봄’ 수업 때는 한 이동통신회사의 광고와 영화 <라디오 스타>, <굿 윌 헌팅> 등을 활용해 사람을 화나게 하는 표현과 다른 이를 돕는 표현 등에 대해 공부했다. 단원이 끝날 때마다 하는 수행평가도 창의적인 표현 중심으로 이뤄진다. ‘봄봄’ 단원에서는 ‘봄봄’ 내용을 비언어적 표현(몸짓 등)과 반언어적 표현(말의 높낮이 등)으로 재구성한 동영상을 만들어 내게 했고, 이번 단원에서는 신문에 실린 인물을 풍자해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과제를 내줄 계획이다.

김 교사는 “논술 교육이 학생들에게 무작정 텍스트를 던져 주고 글쓰기를 강요하는 형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며 “글쓰기는 자기 자신과 상대방, 그리고 세계를 만나고 사귀는 활동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재량활동은 재미있게
‘온라인 게임은 ( )다’
모둠 토론 뒤 글쓰기 마무리

김태현 교사는 일주일에 한 시간씩인 교과재량활동 시간에도 글쓰기 교육을 한다. 재량활동 시간에도 정규 국어수업 시간과 마찬가지로 미디어를 활용한다.

지난 9일 1학년 1반 재량활동 시간에는 온라인 게임을 주제로 수업이 이뤄졌다. 먼저, 20개 문항을 통해 각자 게임 중독 여부를 진단하고 게임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어 온라인 게임의 폭력성을 지적하는 방송 뉴스와 게임에 중독된 어린이 문제를 다룬 시사 다큐, ‘현피’(온라인에서 알게 된 네티즌들이 오프라인에서 만나 실제 싸우는 행위) 사건을 다룬 방송 뉴스 등을 보고 게임의 명암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영상물을 본 뒤에는 모둠별로 토론을 거쳐 ‘온라인 게임은 ( )이다’라는 문장의 괄호를 채워 보고 그 이유를 발표하도록 했다. 한 학생은 ‘온라인 게임은 담배다’라고 정의했다. “담배 연기를 빨아들일 때는 기분이 좋지만, 몸은 병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게임도 할 때는 즐겁지만 우리의 내면은 시커멓게 썩어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또 서울 강남지역 초등학생들이 말하는 게임을 즐기는 이유와 게임에 빠진 아이들이 그린 섬뜩한 그림 등을 담은 파워포인트 자료, 게임의 역기능 사례를 소개하는 신문기사, 게임회사들이 돈을 벌려면 게임을 자극적으로 만들 수밖에 없음을 밝히는 방송 인터뷰 등을 보고, 게임이 전통 놀이문화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 교사는 끝으로 글쓰기 과제를 내줬다. 주제는 ‘현대 사회에 나타나는 온라인 게임의 문제점이 무엇이고, 그 원인과 해결책은 무엇인가?’였다. 학생들이 낸 글은 모둠원의 상호평가를 거쳐 수행평가에 반영된다. 이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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