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집단 부조리에 맞서는 한 학생의 ‘정직한 울림’

등록 2007-04-22 16:47

초콜릿 전쟁
초콜릿 전쟁
1318 책세상 / 초콜릿 전쟁

사랑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십대 소녀의 바람처럼, 사랑은 그리 낭만적거나 달콤하지 않다. 미움과 의심, 오해와 질투가 그곳에 함께한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에게 진리와 정의를 통해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가르치는 곳이지만, 교사들의 권위와 통제, 학생들의 폭력과 왕따, 그리고 입시와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학생들을 짓누른다. 동물 사회의 서열이 힘의 논리로 정해진다면, 인간 사회의 힘의 논리는 더 교묘하고 비열하게 작동한다.

<초콜릿 전쟁>(비룡소 펴냄)은 한 명문 사립 고등학교에서 초콜릿을 팔려는 교감 선생님과 이를 돕는 야경대(지하서클) 아치 코스텔로, 그리고 초콜릿 판매를 거부하면서 두 세력에 대항하는 제리 르노가 이야기의 중심축을 이룬다. 야경대는 학교의 묵인 아래 전통과 질서를 지킨다며 학생들을 괴롭힌다. 학생들은 속으로는 괴롭지만, 야경대의 지시에 따르며 무사히 학교 졸업하기만 바란다.

말라깽이 신입생 제리 르노는 어머니의 죽음을 잊기 위해 풋볼팀에서 연습에 몰두한다. 그러던 중 아치의 눈에 들어 학교 발전 기금 마련을 위한 초콜릿 판매를 도우라는 지시를 받는다. 그러나 그는 열흘이 지나고도 초콜릿 판매를 하지 않으며, 불합리한 판매를 강행하는 학교와 학생들을 위협하는 야경대에 반기를 든다. 제리를 응원하는 학생도 있었지만, 단단하고 교활한 힘을 무너뜨리기에는 미약했다. 엉망이 된 사물함, 찢어진 운동화, 키득거리며 한밤중에도 계속되는 전화, 그리고 심한 따돌림과 집단 구타. 결국 제리는 자신을 폭행한 에밀 진저와 권투 시합을 하다 큰 상처를 입고 정신적으로도 무너진다.

눈에 보이는 물리적 힘보다 보이지 않는 힘이 더 세다. 진실은 권력의 힘 앞에서 무너지고 마는 것일까? 권투 시합에서 제리를 죽이라고 외치는 친구들은, 보이지 않는 힘에 지배당하고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적당히 타협하며, ‘아니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학교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작품이 묘사하고 있는 상황은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다. 제리의 캐비넷에 붙어 있던 ‘내 감히 우주를 어지럽히랴?’라는 포스터의 ‘우주’는 악을 감추고 있는 세상을 가리킨다. 우리 사회 어딘가에도 제리처럼 정직한 울림을 간직한 학생들이 있을 것이다. 이들이 입을 모아 외치는 고운 하모니를 듣고 싶다.

전미라/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 회원, 서울 태릉중 교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