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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생각의 끝’까지 밀고 가보자

등록 2007-04-22 18:36수정 2007-04-24 23:28

서울 도봉고등학교 최향임 교사가 1학년 5반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울 도봉고등학교 최향임 교사가 1학년 5반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우리학교 논술수업 짱 / 서울 도봉고 최향임 교사

“여러 교과 선생님들이 모여 토론을 하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말 그대로 통합적인 사고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모였지요.” 2005년 가을, 그렇게 모인 선생님들의 교과를 살펴보니 국어, 역사, 화학, 그리고 지리였다.

국어·역사·화학 교사와 의기투합
한 주제놓고 학생들과 매주 토론
통합 사고력 ‘쑥쑥’ 글쓰기 ‘술술’

서울 도봉산 자락에 자리잡은 도봉고등학교 최향임(35) 지리 교사는 학교에 ‘통합 논술 동아리’가 탄생하는 순간을 담담하게 소개했다. 무엇인가 함께 연구하고 공부하면서, 학생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모임을 고민하던 차였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이 때 모인 교사 네 명은 2005년 함께 이 학교에 온 전입 동기들이었다.

교사 모임이 만들어진 뒤 학생들을 모집했다. 일부 상위권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논술에 관심 있는 학생들 모두에게 문을 열었다. ‘논술 특기적성반’이 아닌 ‘통합논술 동아리’라는 이름을 단 이유다.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가입하고 돈을 내지 않는 대신, 꾸준하게 참여할 것을 약속했다. 목표도 거창하게 잡지 않았다. 대입 논술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면 좋겠지만, 궁극적 목표는 아니다. ‘잘 읽어 이해하고, 이해한 바를 조리있게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는 게 목표라면 목표다.

동아리 활동은 수요일마다 교사 네 명과 1학년 학생 22명이 한 자리에 모여 이루어진다. 수업이 끝난 뒤 계발활동 두 시간이 주어진 시간이다. 교사를 포함한 동아리 구성원 26명이 동그랗게 모여 앉아 하나의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인다.

최근엔 이스라엘 점령 아래 사는 팔레스타인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한 뙈기의 땅>이라는 책을 함께 읽고, ‘테러’를 두고 함께 토론했다. 교사들은 일제 시대 독립운동가였던 ‘의열단 김원봉’과 신채호의 <조선혁명 선언> 등을 함께 준비해, 학생들이 테러리즘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해 볼 수 있게 도왔다. 최 교사는 “실은 나도 이번에 <조선혁명 선언>을 처음 읽었다”며 “학생들만 공부하는 게 아니라 나에게도 큰 공부가 된다”고 말했다.

동아리 교사들은 미리 토론해 다양한 생각을 나눈 뒤, 어느 수준에서 토론을 진행할 지 결정한다. 그 결과를 참고해 실제 수업에서 학생과 교사들이 치열하게 토론을 한다. 최 교사는 “일주일에 두 차례 모여 교사들끼리 토론한다”며 “주제별로 주도 교사를 정하긴 하지만 나머지 교사들도 자연스럽게 질문을 하는 등 토론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지난해엔 학생과 교사들이 모두 함께 동아리 엠티도 다녀왔다. 논술 동아리를 꾸린 뒤 정부에서 지원받은 돈이 있어 가능했다.

글은, 한 주제를 놓고 두세 차례 토론을 벌여 생각의 끝까지 밀고 간 뒤, 인터넷에 마련한 동아리 카페에 올리도록 했다. 학생들이 글을 올려 놓으면, 교사들은 자율적으로 댓글을 단다. 진지한 내용을 담지만 학생들이 되도록 글쓰기 부담을 갖지 않도록 하는 수준에서 지도한다.

최 교사는 “이제 1학년 학생들이기 때문에 당장 글 쓰는 데 신경을 쓰진 않는다”며 “우선은 정확하게 읽고, 자신의 생각을 최대한 풍부하게 말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토론을 중심으로 하는 논술 동아리라 규모를 일정 수준 이상 키우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학생 22명도 적지 않지만 원래 지원자는 이보다 세 배는 많았다. 그래서 동아리 교사들은 이런 논술 동아리가 몇 개 더 있었으면 한다. 최 교사는 “궁극적으로는 각 과목에서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수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여긴다”며 “이 모임이 징검다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8명 찬반 패널 나눠 토론
나머진 배심원 표결 참여

최향임 서울 도봉고 교사는 통합 논술 동아리 말고도, 수업 시간에도 토론 수업을 한다. 여건 때문에 자주는 못하지만, 지난해엔 ‘인구의 지역적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수도권 억제 정책을 계속 취해야 하는지’를 두고 학생들과 함께 토론했다.

학생이 마흔 명에 가깝고 시간도 제한돼 있기 때문에, 패널들의 찬반 토론 방식을 취한다. 최 교사는 소수가 이끄는 패널 토론이지만, 모든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학생들에게 토론 개요서를 작성하게 하고, 여기서 8장을 추려 두 팀으로 나눈다. 이렇게 뽑힌 8명의 학생들이 찬반 토론을 벌이고, 나머지 학생들은 배심원으로서 표결에 참여한다. 배심원들은 토론 평가서도 함께 작성하도록 해,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이런 과정을 마치면 같은 주제로 논술문을 쓰도록 한다. 학생들은 자신이 직접 조사한 주제이고, 토론까지 벌인 터라 훨씬 수월하게 글을 쓴다.

이런 방식을 두고 일부에서 지리과 수업이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고 했다. 하지만 최 교사의 생각은 다르다. 지리 문제를 두고 토론 개요서를 정리해 보고, 실제 토론을 벌이고, 논술문까지 쓰면서 학생들은 주장뿐 아니라 다양한 사실도 함께 공부하게 되고, 한 주제라도 훨씬 종합적으로 이해하게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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