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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연립방정식 몰라도 풀 수 있다

등록 2007-05-06 15:58

수학개념 쏙쏙 /

명칠이는 4학년이고 누나는 중2이다. 누나는 이번 중간고사에서 수학을 망쳤다고 며칠을 울고불고 하더니 뭔가 결심을 한 듯, “기말고사는 만점을 맞겠어!”라며 다시 수학 공부를 시작하였다. 시험에 코앞에 닥쳐야 공부하던 평소에 비해 매우 낯선 모습이다. 명칠이도 자극을 받아 누나 옆에서 수학 숙제를 하였다.

무게가 똑같은 비누 8개를 상자에 넣어 달아보니 650g이었다. 여기에 비누 5개를 더 넣어 달아보니 1025g이었다. 상자의 무게는 몇 g인지 알아보고, 하나의 식으로 써 보아라. (4-가)

● 구하고자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상자의 무게

● 비누 5개의 무게는 얼마입니까? 1025g

● 비누 한 개의 무게는 얼마입니까? 1025÷5=205g


● 650g은 무엇의 무게입니까? 비누 8개의 무게

● 상자의 무게는 몇 g입니까? 모름

● 상자의 무게를 구하는 식을 하나로 써 보아라. 못하겠음

명칠이가 어쩔 수 없이 누나에게 에스오에스(SOS)를 청하였다.

“누나. 이거 어떻게 푸는 거야?”

“야! 너 첫 번째 빼고는 다 틀렸잖아. 비누 5개의 무게가 왜 1025이냐? 아까 것에다 비누 5개를 보태서 달은 거잖아. 그러니까 비누 5개만의 무게를 구하려면 1025-650을 해야지. 이게 틀리니까 아래 문제도 덩달아 틀렸잖아. 그리고 네 번째 문제에서 650g이 비누 8개의 무게가 아니고 비누 8개랑 상자랑 합친 무게란 것도 모르냐?”

누나는 한심하다는 듯 명칠이에게 잔소리를 하고는 마지막 문제를 보았다.

“어? 이거 내가 지금 배우는 연립일차방정식인데…. 이게 왜 4학년 교과서에 나오지?”

누나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설명을 이어갔다.

“일단 어떻게 푸는 지만 알려줄게. 여기 맨 마지막 문제에서 식을 쓰라고 했잖아? 그럴 땐 이렇게 쓰는 거야.”

누나의 답을 본 명칠이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x, y....이게 다 뭐야? 그리고 왜 식이 2개야? 문제에서는 식을 하나만 쓰라고 했잖아.”

“이런 건, 식이 두 개일 수밖에 없어. 그래서 연립방정식이라고 하지. 선생님이 그러시는 데 빌라나 연립 주택처럼 식 2개가 나란히 있다고 해서 ‘연립’이래.”

“뭔 말이야...? ”

누나는 가만히 있어보라며 쉴 새 없이 좔좔 설명을 하였다.

“이럴 때는 빼야 해. 그럼 x는 없어지고 y만 남지? 알겠어? 이런 걸 ‘가감법’이라고 하는 거야. 그런 다음 -5y=-375가 되었으니까 문자는 이제 y 하나만 남았잖아? 문자 하나를 처치했으니까 그 다음부터는 간단해. 양쪽 부호를 바꾸어 주면 5y=375. 양쪽을 5로 나누어주면, y=75. 엥? 근데 y가 뭐였더라??? 아참, 비누 무게였지. y를 구했으니 이번엔 x를 구할 차례야. 아까 구한 y값을 첫 번째 식의 y자리에 대입하면, x +8×75=650이고, 8×75=600이니까 x+600=650. 600을 이항해서 650에서 빼면 50. 따라서 x= 50! 처음에 x를 상자 무게라고 했으니까, 답은 50.”

누나의 설명이 끝나자 그동안 멍하게 있던 명칠이가 짜증을 내었다.

“뭐야...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잖아!”

“물론 그렇겠지. 이건 초등학교 4학년이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거든.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연립일차방정식을 배우니깐!”

누나의 마지막 말에 명칠이는, ‘맞아. 이런 문제는 너무 어려워. 내가 중학교 수학을 배운 적도 없는 데 이런 걸 못 푸는 건 당연하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수학책을 던져두고 집 밖으로 놀러 가 버렸다.

명칠이의 누나가 푼 방법은 이미 연립일차방정식을 배운 학생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는 아직 연립방정식을 배우지 않은 아이들은 풀 수 없는 그런 문제일까? 도대체 왜 이런 문제를 초등학생들이 배워야할까?

4-가 단계 수학 교과서의 교사용 지도서에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학생들 스스로 문제를 먼저 이해하고 전략을 찾아 전략에 따라 해결하게 한다.(중략) 하나의 식으로 650-{(1025-650)÷5}×8과 같은 식을 세워 상자의 무게를 구한다. 또, 다른 방법으로 해결한 학생들이 발표를 하게하여 다른 해결 방법도 있음을 알게 한다.’

결국 이런 문제를 푸는 목적은 바로 ‘스스로 전략을 찾아내는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 문제가 중학교 2학년 과정에서 다루는 연립일차방정식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기 하지만, 이런 류의 문제를 초등학생들이 풀어야하는 이유는 정답을 구하기에 앞서 <전략을 구상하는 경험>을 하게 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연립방정식 풀이법을 몰랐을 때 좀 더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답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일상 생활에서 비누 무게를 알기 위해 연립방정식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을까), 답에 이르는 자기만의 전략을 개발하는 것이 보다 중요한 목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행학습으로 풀이과정을 익히기 보다는 다소 원시적이더라도 다양한 해결 방법을 고안해 내려고 애를 쓰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하지만 명칠이 누나는 동생을 지도하기에는 아직 어린 나이라 단지 자신이 풀 수 방법으로만 설명을 한 것이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이런 문제를 풀 때 다음과 같은 그림으로 해결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림을 그리거나 이런 그림을 상상함으로써 어떻게 풀어야 할 지를 알게 된 다음에는, 자신이 어떻게 답을 알았는지를 되새겨서 하나의 식으로 나타내면 된다.

즉, 650-(1025-650)÷5×8=50.

한, 두 학년 선행학습을 통해 선배들이 배우는 공식을 익혀서 능숙하게 푸는 능력을 기르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좌충우돌하더라도 자신의 생각에서 출발해서 발전시켜 나가는 경험을 충분히 쌓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수학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익히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데 보탬이 되는 수학적 태도일 것이다.

강미선/<행복한 수학 초등학교> 저자

upmm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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