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 10장을 쓰는 힘 사이토 다카시 지음 / 황혜숙 옮김,루비박스
글쓰기 필독서 / 난이도 = 중등~고1
원고지 10장을 쓰는 힘
글쓰기는 종이나 컴퓨터화면에 글자를 채우는 기술이 아니다. 첨단 컴퓨터를 이용한다고 해도 글쓰기는 철저히 아날로그 노동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고력이 늘어나지 않으면 글쓰기는 한발짝도 진전하기 힘들다. 그래서 보통 ‘비판적·창조적 사고력’은 ‘사려깊은 글쓰기’의 전제조건으로 거론된다.
컬럼니스트이자 언어학자인 사이토 다카시는 거꾸로 이행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꾸준한 글쓰기 훈련을 하면 자연스럽게 사고력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원고지 10장을 쓰는 힘>에서 그는 일단 무조건 써보라고 독려한다. 원고지 10장을 쓰는 힘을 기르면 어떤 글도 잘 쓸 수 있고, 글의 구성력이나 문장력도 좋아진다는 얘기다. 처음엔 ‘질’보단 ‘양’이 문제라는 것이다. 헬스클럽에서 매일 매일 운동을 해 근력을 키우듯 원고지를 채워나갈 수 있는 힘이 ‘글쓰기의 내공’을 결정한다는 논리다.
그가 일단 써보라고 하는 이유는 글쓰기의 본질과 맞닿아있다. 글을 쓰려면 글을 구성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치밀하게 생각하는 작업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또 글쓰기의 매순간마다 생겨나는 아이디어도 간과할 수 없다. 그는 이 과정에서 말하기의 사적 성격과 글쓰기의 공적 성격 사이에서 생기는 차이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창조하는 방향으로 글쓰기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글쓰기 훈련을 일상적으로 하게 되면 독서도 목적의식적으로 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독해력이 자연스럽게 좋아진다. 글 쓸 재료를 찾는 과정으로서의 독서가 주는 장점이다. 그는 이밖에도 키워드를 설정하고 메모하는 연습, 글의 중심개념을 도형화함으로써 잠재돼 있던 지식을 일깨우는 방식 등도 보여준다. 이 책을 읽다보면 나도 한번 원고지 10장을 채워보고 싶다는 욕망이 슬그머니 일어난다.
저자는 글쓰기 훈련의 한 방법으로 일기를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자신을 깊이 탐구할 수 있다는 일기의 장점 때문에 글의 독창성을 높이는 데 유용하다는 것이다. 원고지 10장 분량은 논술시험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2000자 분량을 쓸 줄 안다는 것은 그보다 긴 글을 쓸 지구력과 원고지 5장을 순식간에 채울 순발력을 함께 가지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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