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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모방과 창조의 명확한 경계

등록 2007-06-10 14:49

‘관능과 비관주의의 결합’이라는 평을 듣는 작품 ‘다나이드’는 로댕의 제자 카미유 클로델을 모델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다나이드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르고스의 왕 다나오스의 50명 딸 들 가운데 한명이다.
‘관능과 비관주의의 결합’이라는 평을 듣는 작품 ‘다나이드’는 로댕의 제자 카미유 클로델을 모델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다나이드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르고스의 왕 다나오스의 50명 딸 들 가운데 한명이다.
교과서 미술기행 / 난이도 고등

로댕, 모방과 창조의 명확한 경계 ‘성당’과 ‘다나이드’

창조의 역사는 외롭고 가파른 길이다. 그래서 아름다운 작품을 만날 때면 그 작가의 심장 뛰는 소리와 슬픈 눈동자가 떠오른다. 누구나 자신의 손으로 아름다움을 빚어내기를 바란다. 자신의 전존재를 걸어 혹독한 고통과 절망의 끝까지 가본 자만이 창조의 비밀을 들여다 볼 수 있다. 그러나 모방은 남이 애써 일궈낸 땅을 날로 먹는 교묘한 짜깁기다.

모방과 창조의 경계는 열정과 진실이다. 창조가 자연의 순리를 밟아간다면 모방은 자기 능력의 한계를 감추려는 비양심적 행위다. 창조가 오랜 시간을 통해 생성과 변화 발전, 소멸의 내력을 찾아가는 고단한 노동이라면 모방은 창조의 뒤에 바짝 붙어서 그 영광을 자기 이름으로 둔갑시키려는 탐욕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어리석지 않기 때문에 살아있는 꽃과 현란할 뿐인 조화를 명확히 구분한다. 예술품을 가슴으로 만난다면 진짜와 가짜의 차이는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게 되는 법이다. 왜냐하면 작품 자체가 뿜어내는 생명력이 없다면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 수 없기 때문이다.

로댕은 성실한 노동자처럼 온 열정을 기울여 일할 때 예술가의 자격이 있다고 믿었다. 로댕은 자신있게 말했다. “나는 언제나 최선을 다했으며 절대로 허위를 내세우지 않았다. 또한 내가 살고 있는 동시대를 향한 아부를 하지 않았다.” 젊은 시절 로댕은 너무나 가난해서 석고를 살 돈조차 없었다. 그래서 흙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그러나 아무리 공을 들여도 추위를 견뎌내지 못한 수많은 작품들이 얼어서 터져버리는 피 마르는 시간을 견뎌야 했다. 산산히 부서진 작품들을 조심스레 거두며 흘린 눈물이 그를 위대한 조각가로 만들었다. 그 시절 그에게는 비방과 침묵만이 빈 메아리처럼 돌아올 뿐이었다. 천재를 인정하길 거부하는 졸렬한 시대 속에서 그는 오로지 자신의 힘을 믿고 안개 속처럼 앞이 잘 내다보이지 않는 길을 홀로 걸어갔다.



1908년 매우 부드럽고 무른 석재로 조각된 ‘성당’은 처음에 ‘동맹의 아치’라고 불렸다가 최종 제목은 1914년 로댕의 책 <프랑스의 대성당> 출판 이후에 결정됐다.
1908년 매우 부드럽고 무른 석재로 조각된 ‘성당’은 처음에 ‘동맹의 아치’라고 불렸다가 최종 제목은 1914년 로댕의 책 <프랑스의 대성당> 출판 이후에 결정됐다.
‘성당’은 손이 만들어 낸 신성하고 깨끗한 영혼의 표정이다. 그것은 간절한 기도와 생명의 충일감을 노래하는 그레고리안 성가를 닮았다. 기도하는 손은 순결하다. 아무도 없는 하오의 성당, 스테인드글라스의 옅은 빛이 내려오고 십자가에 매달린 지극한 사랑과 만나는 손이다.

손은 감추고 싶지만 감출 수 없는 힘겨운 삶의 내력을 지니고 있다. 로댕은 이런 손이야말로 경건하고 성스럽다고 생각했다. 손이 저지르는 수많은 폭압은 타인의 평화와 자존을 짓뭉갠다. 세상에서 득세한 듯 보이는 손도 로댕의 손 앞에서는 무력해진다. 더 나아가 로댕의 손은 그 차가운 손에도 따뜻한 피돌기를 불어넣는다. 손은 아직 포개지지 않았다. 그 망설임의 공간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한 젊은 여자가 엎드려 몸을 말고 숨죽여 울고 있다. 그 울음이 사무치게 깊지만 아무도 말을 건네지 않는다. ‘다나이드’는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신랑들을 죽인 죄로 평생 밑이 빠진 항아리에 끝없는 눈물을 쏟아내야 하는 운명을 지닌다. 다나이드에게는 선택이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강요된 순종이 이런 형벌을 가져올 줄 알면서도 그녀는 비극을 향해 간다. 그녀의 아름다움이 슬픔을 더 극적으로 이끈다. 그래서 사람들은 몰래 다나이드의 등을 어루만져 주기도 한다. 파르르 떨리는 미세한 움직임이 몸의 굴곡을 따라 흐른다.

슬픔이 정결한 아름다움이 되기까지는 빛을 포기하지 않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빛과 어둠이 대립하는 상황이 어쩌면 인생일지도 모른다. 사는 일이 밑빠진 항아리에 물을 붓는 것처럼 막막할 때마다 나는 다나이드를 떠올린다. 누군들 슬픔을 안고 살고 싶을까. 이제 다나이드는 더 쏟아낼 눈물도 없다. 슬픔의 끝에서 그녀는 다시 시작해야 한다. 아주 조금씩 몸을 일으켜 상처에서 풀려나기를 우리가 기다려주어야 할 것만 같다.


정지원/시인
정지원/시인
로댕에게 조각은 종교였다. 그는 침묵하는 차가운 돌로 살아 펄펄 뛰는 뜨거운 시를 썼다. 잠든 영혼을 깨어나게 하는 전율이 작품에 싱싱한 생명을 준다. 그것은 창조자의 손만이 만들 수 있는 거룩한 결과이다. 로댕은 말한다. 예술은 머리로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하나하나 일구는 노동이라고. 머리로 하는 작업은 앙상한 관념을 만들 뿐이지만, 노동은 신이 고심했던 작업의 과정을 성실히 수행하는 장엄한 역사라고.

정지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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