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교사의 인문사회비타민 /
스포츠에는 스포츠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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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의 사회적 기능은 인간이 스포츠의 상호 작용을 통하여 규범과 문화를 습득하고, 올바르게 행동하도록 하는 데에 있다. 그러나 본래의 목적과는 달리 많은 일탈 행동이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부정 선수, 선수 스카우트에 관한 시비, 관중 난동, 선수 폭력, 약물 복용, 물질적 보상으로 인한 지나친 경쟁 등의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데 이러한 행위는 스포츠 사회에서 윤리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행동들이다. ―<체육>(대한교과서) 45쪽
체육 활동에서는 경기에 최선을 다하고 공명정대하게 경쟁하며, 상대방을 존중하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극기하면서 충실히 기량을 발휘하는 정신이 요구된다. 이는 스포츠맨이 운동 경기에 참가할 때 가지는 정신과 태도를 말하며, 스포츠맨십이나 페어플레이 정신과 통한다. ―<체육>(두산) 19쪽
교과서에서 논제 찾기
지난 2004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제28회 올림픽이 열렸어. 고대 올림픽의 요람이자, 1896년 제1회 근대 올림픽이 열린 아테네에서 다시 올림픽이 열린 것은 올림픽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뜻깊은 일이었지. 그런데 108년 만에 발상지로 돌아온 올림픽에 대해, 정작 아테네의 어떤 학자는 이런 말을 했대. “돌아온 탕아를 어찌할 것인가?” 아버지(제우스 신)를 섬기던 자식이 집을 나갔다가 ‘돈독’이 올라 돌아왔다는 거야.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올림픽이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 돈과 경제에 몰입되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야. 이제 올림픽은 이상보다는 현실의 논리가, 순수 운동의 아름다움보다는 혼탁한 경쟁 논리가 판을 치고 있어.
자본주의 후기 사회에서 스포츠는 더 이상 개인의 건전한 육체적 활력을 도모하는 수단이 아니야. 스포츠는 운동을 하는 것뿐 아니라 보는 것, 그리고 그것을 하나의 이미지로 만들어 상품으로 생산하는 것 모두를 의미해. 스포츠는 스포츠가 열리고 있는 현장에 가지 않아도, 그리고 스포츠의 어느 특정 종목이 열리지 않는 날에도 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통해, 상품 형식을 통해 일상적으로 대중을 호출하지. 스포츠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주는 ‘광경의 사회’의 주요한 구성 요소가 되었으며, 문화 산업 시대의 고부가 가치를 안겨 주고, 기업의 이미지 제고 전략에 단단히 한몫을 하고 있어. 그런데 올림픽이 바로 그 중심에 서 있어.
이처럼 올림픽이 상업성 있는 이벤트로 부상하자, 각국의 유치 경쟁도 치열해졌어. 이것은 동시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의 부정과 부패를 불러오기도 했고, 각국의 음습한 물밑 거래를 성사시키기도 했지. 어쨌든, 올림픽은 이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어. 동서 진영이 함께 참가했던 1988년 서울올림픽은 약 1조 8000억 원의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 주었어. 당시 환율로 26억 달러(GNP 대비 0.4%)에 달하는 규모야. 그런데 올림픽 흑자는 대회가 거듭될수록 증가하고 있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의 경우 35억 달러, 2000년 시드니올림픽은 65억 달러의 경제 효과를 보았어. 중국이 각고의 노력으로 유치한 2008년 베이징올림픽도 약 3조 위안(약 45억 달러)이 넘는 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한대.
이러한 천문학적인 통계에서 알 수 있듯이 올림픽은 더 이상 인류의 평화 제전이라고 부르기 힘들게 되었어. 이제 올림픽은 대형 자본이 이동하고, 그 대형 자본이 없이는 개최가 불가능한 자본주의 고속도로의 ‘신종 톨게이트’가 되었지. 시민과 시행 정부와 기업이 하나가 되어 장사에 총력을 기울이는 올림픽은 ‘자본의, 자본에 의한, 자본을 위한 시장’이 되었어. 올림픽을 통해 우리가 실감하는 것은 바로 스포츠 산업과 같은 문화 자본이 대중의 일상 생활을 직간접으로 지배하면서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야.
돌이켜보면, 한 세기를 달려온 근대 올림픽의 역사는 자본주의 발전의 역사와 그 궤적을 같이해 왔어. 물론 올림픽의 역사에는 민족, 인종, 이념, 종교 등 다양한 갈등이 나타나 자본주의라는 단일한 체제로는 그 모순을 설명할 수 없는 면이 존재해. 하지만, 올림픽에서 실제 권력을 행사해 온 주체들은 대개 자본주의 권력을 쥐고 있고, 올림픽의 방향도 자본주의 체제의 이해 관계에 맞추어져 왔어. 올림픽을 새롭게 조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그래서 더욱 힘을 얻게 된 거야. 올림픽의 이러한 파행을 경계하기 위해, 올림픽 개혁 운동과 같은 새로운 대안적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하였어.
올림픽 개혁 운동은, 첫째로 경기의 승리보다는 참가하는 데 의의를 두고 메달 획득을 국가의 승리가 아니라 개인의 영예로 생각해야 하며, 둘째로 올림픽이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지 않기 위해서 출전 선수가 특정한 국가의 소속임을 확인하는 일체의 상징물을 제거해야 하며, 시상식에서도 국기 게양, 국가 연주를 폐지하는 대신 올림픽기를 게양하고 올림픽가를 연주해야 한다는 것이 대안으로 제시하였어. 나아가, 올림픽의 상업주의를 혁신하기 위해 아마추어리즘의 회복을 강하게 제기하는 목소리도 제시된 대안 중의 하나야. 그러나 국가의 정체성이 각인되지 않은 올림픽이 과연 성립할 수 있겠는가 하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그 엄청난 자본의 힘으로부터 자유로운 아마추어리즘의 회복이 현실적이기나 하겠냐는 거지.
올림픽이 민족이나 국가의 경계를 허물고 인류를 상호 교류하게 해 주는 지구촌 축제로서의 의의를 완전히 잃어버린 것은 아니야. 하지만 그 축제의 장소를 제공해 주는 주체들의 시스템과 불길한 노림수는, 때에 따라서는 인류 평화와 세계인의 단결에 적대적일 가능성이 그만큼 더 커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고 있어. 올림픽이 본래 목적과는 거리가 있는 다른 조건들로 말미암아 그 외형이 비대해지는 상황에서, 인류는 이제 모종의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되었어. 아마도 신화에서 아직도 살아 있는 제우스 신과 올림포스의 신들도 자신들을 팔아먹은 자본을 향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몰라.
<교과서와 함께 구술 논술 뛰어넘기> 저자, 여수여고 교사
박용성 교사의 인문사회 비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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