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의 교실 밖 국어여행
김철호의 교실 밖 국어여행/ 난이도-중2~고1
8. 품사의 세계 ― 동사와 형용사 ②
9. 품사의 세계 - 동사와 형용사 ③
10. 품사의 세계 - 동사와 명사 ① 동사와 형용사 사이에는 중요한 공통점이 또 하나 있다. 바로, ‘-하다’가 붙은 낱말이 많다는 것이다. 먼저 형용사를 보자: 강하다, 약하다, 귀중하다, 소중하다, 환하다, 용하다, 수수하다, 씩씩하다, 튼실하다, 묵중하다, 익숙하다, 말쑥하다, 참하다…. 동사는 이보다 훨씬 많다: 입학하다, 노력하다, 공부하다, 합격하다, 졸업하다, 취직하다, 결혼하다, 사망하다, 금지하다, 허용하다, 사랑하다…. 예로 든 형용사 중에서 맨 앞의 네 낱말은 한자어에 ‘-하다’를 붙인 꼴이고, 나머지도 ‘참하다’만 빼고는 모두 한자어에서 유래한 낱말이다. 동사 중에서도 마지막의 ‘사랑하다’를 빼면 모두 한자어에 ‘-하다’를 붙인 모습이다. 이렇게, 예부터 한국어사용자들은 한자어 명사에 ‘-하다’를 붙여서 형용사나 동사로 써 왔다. 이 대목은 우리말의 특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다. 즉, 한국어 낱말의 쓰임새에서 명사보다는 형용사나 동사가 매우 우세한 면모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 역시 한국어의 동사 중심 경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형용사를 동사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는 이미 했다). 그런데 한국어에는 ‘한자어 명사+하다’ 꼴 말고도 ‘-하다’로 끝나는 동사(혹은 동사형)들의 무더기가 있다. ‘예뻐하다’ ‘귀여워하다’ ‘미워하다’ ‘미안해하다’ ‘쑥스러워하다’ ‘창피해하다’ 같은 낱말들이다. 모두 형용사의 어간에 ‘-아/어하다’가 붙어서 생겨난 것들인데, 하나같이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는 낱말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형용사가 동사로(혹은 동사형으로) 변신하는 방식이 또 하나 있다. ‘얼굴이 예뻐지다’ ‘간이 작아지다’ ‘기대가 높아지다’ ‘귀가 빨개지다’ ‘날이 어두워지다’ 같은 표현에서 보듯이, 형용사의 어간에 ‘아/어지다’가 붙은 꼴이 바로 그것이다. 형용사의 이런 변신 덕분에, 영어라면 ‘become+형용사’나 ‘get+형용사’처럼 두 낱말로 써야 할 것을 한국어에서는 한 낱말로 표현할 수가 있다. 잠깐 정리를 해보자. 한국어에서 동사를 만드는 세 가지 방법: ①한자어 명사에 ‘-하다’를 붙인다. ②형용사의 어간에 ‘아/어하다’를 붙인다. ③형용사의 어간에 ‘아/어지다’를 붙인다. 종류도 많다. 왜 그럴까. 한국어에서 동사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세 가지 말고도 한국어에서 동사의 개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려주고 있는 요인이 또 하나 있다. ‘일렁이다’ ‘찰랑대다’ ‘펄럭거리다’에서 보듯이, 의성어나 의태어에 ‘-이다’나 ‘-대다’ 혹은 ‘-거리다’를 붙이면 동사가 된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어에서 의성어·의태어의 수는 사전에 미처 다 싣지 못할 정도로 가짓수가 많다. 이렇게 많은 낱말이 다 동사로 쓰일 수 있으니, 한국어에서 동사의 수가 얼마나 많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한국어에서는 동사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그래서 영어에서는 명사처럼 쓰이는 형용사를 한국어에서는 동사나 다름없이 대접한다. 안 그래도 동사와 형용사는 닮은 점이 많아서 그 경계가 모호한 구석이 있는데, 날이 갈수록 그 경계는 점점 더 무너지고 있다. 형용사를 명령형으로 쓴 ‘건강해라/건강하세요’ ‘행복해라/행복하세요’ 같은 인사말이 다 그렇다. 이런 흐름이 계속 이어진다면, 두 품사를 거의 구분하지 않는 전라남도 방언의 용법이 표준어 문법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날이 오지 말란 법도 없다. 김철호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저자
9. 품사의 세계 - 동사와 형용사 ③
10. 품사의 세계 - 동사와 명사 ① 동사와 형용사 사이에는 중요한 공통점이 또 하나 있다. 바로, ‘-하다’가 붙은 낱말이 많다는 것이다. 먼저 형용사를 보자: 강하다, 약하다, 귀중하다, 소중하다, 환하다, 용하다, 수수하다, 씩씩하다, 튼실하다, 묵중하다, 익숙하다, 말쑥하다, 참하다…. 동사는 이보다 훨씬 많다: 입학하다, 노력하다, 공부하다, 합격하다, 졸업하다, 취직하다, 결혼하다, 사망하다, 금지하다, 허용하다, 사랑하다…. 예로 든 형용사 중에서 맨 앞의 네 낱말은 한자어에 ‘-하다’를 붙인 꼴이고, 나머지도 ‘참하다’만 빼고는 모두 한자어에서 유래한 낱말이다. 동사 중에서도 마지막의 ‘사랑하다’를 빼면 모두 한자어에 ‘-하다’를 붙인 모습이다. 이렇게, 예부터 한국어사용자들은 한자어 명사에 ‘-하다’를 붙여서 형용사나 동사로 써 왔다. 이 대목은 우리말의 특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다. 즉, 한국어 낱말의 쓰임새에서 명사보다는 형용사나 동사가 매우 우세한 면모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 역시 한국어의 동사 중심 경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형용사를 동사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는 이미 했다). 그런데 한국어에는 ‘한자어 명사+하다’ 꼴 말고도 ‘-하다’로 끝나는 동사(혹은 동사형)들의 무더기가 있다. ‘예뻐하다’ ‘귀여워하다’ ‘미워하다’ ‘미안해하다’ ‘쑥스러워하다’ ‘창피해하다’ 같은 낱말들이다. 모두 형용사의 어간에 ‘-아/어하다’가 붙어서 생겨난 것들인데, 하나같이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는 낱말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형용사가 동사로(혹은 동사형으로) 변신하는 방식이 또 하나 있다. ‘얼굴이 예뻐지다’ ‘간이 작아지다’ ‘기대가 높아지다’ ‘귀가 빨개지다’ ‘날이 어두워지다’ 같은 표현에서 보듯이, 형용사의 어간에 ‘아/어지다’가 붙은 꼴이 바로 그것이다. 형용사의 이런 변신 덕분에, 영어라면 ‘become+형용사’나 ‘get+형용사’처럼 두 낱말로 써야 할 것을 한국어에서는 한 낱말로 표현할 수가 있다. 잠깐 정리를 해보자. 한국어에서 동사를 만드는 세 가지 방법: ①한자어 명사에 ‘-하다’를 붙인다. ②형용사의 어간에 ‘아/어하다’를 붙인다. ③형용사의 어간에 ‘아/어지다’를 붙인다. 종류도 많다. 왜 그럴까. 한국어에서 동사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세 가지 말고도 한국어에서 동사의 개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려주고 있는 요인이 또 하나 있다. ‘일렁이다’ ‘찰랑대다’ ‘펄럭거리다’에서 보듯이, 의성어나 의태어에 ‘-이다’나 ‘-대다’ 혹은 ‘-거리다’를 붙이면 동사가 된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어에서 의성어·의태어의 수는 사전에 미처 다 싣지 못할 정도로 가짓수가 많다. 이렇게 많은 낱말이 다 동사로 쓰일 수 있으니, 한국어에서 동사의 수가 얼마나 많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한국어에서는 동사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그래서 영어에서는 명사처럼 쓰이는 형용사를 한국어에서는 동사나 다름없이 대접한다. 안 그래도 동사와 형용사는 닮은 점이 많아서 그 경계가 모호한 구석이 있는데, 날이 갈수록 그 경계는 점점 더 무너지고 있다. 형용사를 명령형으로 쓴 ‘건강해라/건강하세요’ ‘행복해라/행복하세요’ 같은 인사말이 다 그렇다. 이런 흐름이 계속 이어진다면, 두 품사를 거의 구분하지 않는 전라남도 방언의 용법이 표준어 문법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날이 오지 말란 법도 없다. 김철호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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