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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고입 연합고사 날, 다시 돌아본 고교평준화

등록 2008-12-16 14:51수정 2008-12-16 16:58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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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칼럼] 고교 평준화 제도의 실상과 유지되어야 하는 이유
12월 16일, 강원, 경기, 경북(포항), 울산, 전남, 전북, 제주, 충남 등 8개 지역 중3 학생들은 일제히 고입 연합고사를 치른다. 이 계기를 통해 고교평준화에 대한 글을 써 본다.

고교 평준화의 역사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969년에 중학교 무시험 진학제도가 도입된 것이 평준화 관련 정책의 시초였다. 그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은 “공부는 고등학교에서 더 시키고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어린 학생에게는 과도한 입시경쟁에서 벗어나 심신을 고루 발달시키도록 하라”고 지시했었다. 그리고 1974년에 고교평준화가 도입된다. 제도 시행 이후,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고교 진학 자격시험인 연합고사 성적(200점 만점)이 1974년 평균 171점에서 1975년 154점, 1976년 150점으로 곤두박질친다.(국정브리핑 실록 교육정책사,2007)

제도가 바뀌고 난 후, 전체적인 고교 학력의 하향 평준화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입예비고사 성적은 평준화제도 실시 이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를 토대로 고입 연합고사 점수 하락과 고교 학력과의 관련성이 없다는 것이 입증됨으로서 서울, 부산같은 대도시에 한정 되었던 고교평준화제도가 목포, 안동, 군산 등의 지역까지 확대된다. 1980년대 민주화 시대를 거치면서 자율성과 다양성이 중시되어 고교평준화는 후퇴하지만 현재는 비평준화의 실상을 겪은 이후 대도시를 중심으로 많은 지역에서 평준화로 회귀하고 있다. 그 동안의 역사를 볼때 고교평준화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변화를 겪고 세부적인 틀은 다소 변했지만 34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34년이 지난 현재의 실상

비 평준화 지역의 중학교를 다니다 평준화가 진행된 지역으로 이사를 온 한 중3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두 지역 중학교의 분위기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내신은 두 학교 모두 중요시하여 내신에 포함되는 2학기 중간고사의 경우, 평준화지역의 많은 학생들이 성적에 신경을 쓰며 공부를 했다. 학년 1등의 11과목 평균은 98점을 넘어섰으며 상위 10% 이상의 학생들이 평균 90을 넘었다. 난이도를 고려해도 이 같은 학력(學力)은 비평준화 지역의 학력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평준화의 문제점으로 항상 지적 받아온 학력 차이가 크다는 의견이 틀리다는 것이다. 한국교육개발원(KDEI)의 ‘고교평준화 적합성 연구’ 보고서에서도 각종 변수를 고려하여 2001년과 2002년(더 이상의 최근 자료를 구할 수 없다) 중3 학생과 고1 학생의 국, 영, 수, 사, 과 5과목의 국가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의 점수를 토대로, 평준화 지역과 비평준화 지역의 점수를 비교했더니 상위 3%, 5%, 10%, 30%, 전체집단 모두 평준화 지역이 약 1점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전체 집단의 경우 5~7점)

단지 중간고사 이후 면학 분위기가 흐트러져 고입 연합고사(고교 입학 시험)기간이 다가올수록 긴장감이 증폭되었던 비평준화지역 중학교와는 많은 차이를 보인 게 전부다. 이 지역의 경우 11,000여명의 학생들 중에 단 35명을 탈락 시키고 나머지 학생들은 선택과 추첨을 통하여 학교를 배정 받기 때문에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고교평준화는 필요하다

먼저, 고교 평준화는 각 가정의 사교육비를 줄여주고, 학생들의 학력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준다.

같은 보고서에서 설문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비평준화 지역이 학부모 자녀 공부 관리 정도, 사교육의 비용 부담과 우선도, 친구관계에서 성적을 중시하는 정도, 지금 받고 있는 사교육의 개수가 다소 높았다. 이를 통해 비평준화 지역이 사교육비나 학력에 대한 부담감이 평준화지역보다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IMF 보다 더 어렵다는 현 경제상황에도 쉽게 줄일 수 없는 것이 사교육비임을 굳이 상기시키지 않더라도 평준화는 자녀를 둔 가정에게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을 준다. 학생들도 그들의 본연은 공부하는 것이지만 본연에만 충실한다면 많은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 공부가 우선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사회생활을 하거나 인간답게 살기위해서 공부보다 중요한 친구, 선생님들과의 교감(대인관계), 여가나 취미 생활, 건강, 적절한 휴식 등이 부족해진다.

이와 같은 일이 지속되면 SKY(서울, 고려, 연세)와 같은 명문대를 나온 사람일지라도 위기 관리 능력이 부족하고, 능력에 비해 사회적 지위가 높지 않은 경우들이 생길 수 있다. 그리고 매우 여유로운 고교 평준화 지역 학생들과 달리 비평준화 지역의 학생들의 경우에는 고입에 대한 압박과 스트레스를 크게 느끼게 한다.

둘째, 고교 평준화는 교육 경쟁력과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교육 경쟁력과 국가경쟁력은 조사기관 마다 차이가 있지만 신뢰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IMD를 기준으로 했을 때 각각 55개 중 29위와 31위를 기록했다. 이는 결코 높다고 할 수 없으며 이를 높이기 위해 많은 고민과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상황이다.

그 중에 고교 평준화는 “교육,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므로 비평준화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이는 옳지 않다. 비평준화로 할 경우에는 경쟁을 통하여 전체적인 학력 수준을 향상시킬 수는 있다. 하지만 이 학력이라는 것이 주입식 교육을 통한 지식 습득에 한정되어 있다. 이는 창의력과 위기 관리 능력 등을 중시하는 21세기 사회적 트렌드와 맞지 않으며 수동적인 학생이 되어 진정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로 키울 수 없다. 이는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오히려 떨어트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리고 평준화는 교육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고 우리나라 사학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영세규모의 사학들에게 재정적 지원을 늘릴 수 있어 학생들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높여준다.

셋째, 고교 평준화는 위화감, 열등감을 느끼도록 하지 않는다.

고교 비평준화는 고등학교 별로 서열화가 일어나면서 학교별이나 학생별로 성적에 따라 사회적 인식이 크게 달라지고 좋은 학교가 되지 못한 학교 관계자들과 학생들은 위화감이나 열등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평준화로 신흥 명문고등학교가 생기는 경우가 있고, 전체적으로 학생들의 실력이 각 학교별로 균일하여 이러한 감정들을 느끼지 않게 된다. 또 우리나라는 학연이라는 특수적인 사회 관계를 맺고, 취업이나 승진 등을 할 때 주된 평가수단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고교 평준화는 이러한 비능률적인 관행을 없애는 한편 능력을 우선적으로 평가에 고려할 수 있게 한다.

김성진 기자 mybung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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