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고사 때 체험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로 파면 통보를 받은 박수영 교사(가운데 체크무늬 덮개를 두른 이)가 18일 오전 서울 송파구 거여동 거원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팔짱을 낀 학부모들의 보호를 받으며 학생들과 ‘야외수업’을 하고 있다. 학부모들 뒤편에는 학교 쪽이 박 교사의 출입을 막기 위해 요청한 경찰 병력이 늘어서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일제고사 해임’ 박수영 교사의 ‘야외수업’
학부모들 띠로 에워싸고 제자는 찬바닥 교실삼아
“졸업식까지 함께 하겠다는 약속 지키고 싶어요”
학부모들 띠로 에워싸고 제자는 찬바닥 교실삼아
“졸업식까지 함께 하겠다는 약속 지키고 싶어요”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 6학년 9반 학생 20여명이 박수영(36) 교사 주변에 둘러앉았다. 경찰 20여명이 그들을 에워쌌고, 이에 맞서 40여 학부모들이 또다른 띠를 이뤘다. 19일 오전 9시께 서울 송파구 거여동 거원초등학교 정문 어귀, 어수선한 가운데 ‘야외수업’이 진행됐다.
“6학년 한 해를 돌아보고, 각자 희망을 글과 그림으로 한 번 표현해 볼까?” 생전 처음인 희한한 수업에 아이들은 말똥말똥한 눈으로 선생님 얼굴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박 교사부터 입을 열었다. “나의 꿈은 여러분의 졸업식을 지켜보는 거예요. 그저 여러분과 함께 공부하고 싶은 평범한 교사예요.” 일제고사 때 아이들에게 체험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로 지난 18일 해임 통보를 받은 그의 꿈은 그저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었다.
이때 장신수 교장이 박 교사의 팔을 이끌며 수업을 만류하고 나섰다. 학생들은 한목소리로 “안 돼요!”라고 소리쳤다. 아이들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얼굴이었다. 박 교사가 아이들에게 말했다. “어른께 말씀드릴 때는 자기 주장을 근거 있게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의를 갖추는 거 잊지 마!”
야외수업은 처음부터 순탄히 이뤄진 게 아니었다. 박 교사와 학생, 학부모 등 50여명은 수업에 앞서 아침 일찍부터 정문 앞에 모였다. 이들은 시교육청의 해임 결정은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교 쪽 요청으로 경찰 병력 20여명이 출동했다. 학생 및 학부모들과 함께 박 교사가 수업을 하려고 학교로 들어서자, 경찰이 이들을 막아섰다. 교장과 일부 교사들도 나와 학생들의 행동을 막았다.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 박 교사의 안경이 부러지고 학부모 셋이 바닥에 넘어졌다. 학교 앞은 거친 고함과 울음소리로 뒤덮였다. 내내 선생님의 곁을 지키던 장혁(13)군이 박 교사의 왼팔을 꼭 붙들고 말했다. “우리도 다 알고 있어요!” 다른 학생들도 “선생님, 빨리 들어가자고요!”하며 울먹였다.
야외수업은 30여분 만에 끝났다. 경찰이 철수했기 때문이다. 박 교사는 학생·학부모들과 함께 교실로 들어갔다. 2교시 국어 수업에 이어 6교시까지 수업이 이어졌다. 수업을 마치고 나온 박 교사가 말했다. “제가 수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이면 끝까지 해야죠. 졸업식까지 함께하겠다고 아이들과 한 약속을 지키고 싶습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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