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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민의 코믹소사이어티] 사회적 멘토의 중요성, ‘춘앵전’
예전에 어떤 다큐를 본 기억이 떠오른다. 빈민가에서 태어난 외국의 천재 소년을 다룬 것이었는데, 그 소년은 어렸을 때 이미 대학교 수준의 수학 실력을 갖출 만큼 탁월한 두뇌를 지녔다. 하지만 그는 현재 어느 작은 공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었다. 누구보다도 앞선 재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제대로 보살필 수가 없었고, 그 결과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것이었다.
지금 이 시간, 학교 혹은 학원이나 과외 현장에 있을 청소년들도 마찬가지의 상황에 놓여있다. 각자에게 주어진 재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는 학생 각자의 자질을 발굴하는 것이 아닌, 입시를 위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원과 과외는 학생들로부터 수업료를 빼내기에 바쁠 뿐, 몇몇 양심적인 곳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입시를 위한 강의에 머무르고 있다. 공부에 재능이 있는 청소년이면 몰라도 스포츠에, 예능에, 문화에 재능이 있는 청소년들은 자신이 스스로를 깨닫기 전에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적인 스타를 기대하고, 노벨상 수상자를 기대하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 일일까. 12년 동안 입시 교육에 익숙한 청소년에게 창의성을 기대하고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성과를 원하는 것은 지금 정권에게 합리적인 행동을 기대하는 것만큼이나 현실성이 떨어진다. 각자의 재능을 일깨워주고, 방향을 찾게 해주는 진로 교육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여성 국극의 창시자 임춘앵(1923 ~ 1975)의 일생을 다루고 있는 만화 ‘춘앵전’은 임춘앵의 성장 과정을 통하여 청소년의 재능을 일깨워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광주에서 살던 임춘앵은 술주정뱅이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경성 기생골로 올라간다. 조선권번을 다니면서 춤과 노래를 익히던 춘앵은 문화예술평론가 신대우를 만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일제의 탄압으로 인해 퇴색하는 조선의 문화’를 안타까워 하던 신대우는 춘앵의 판소리를 보고서 그녀의 재능에 놀란다. 그리고 계속 그녀를 지켜본다.
그 후 신대우는 춘앵에게 고쳐야 할 점은 지적하고,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아낌없이 돕는 진정한 ‘멘토’의 모습을 보인다. 이 작품에서는 개인의 도움으로 재능을 갈고 닦지만, 이것을 현실에 적용하자면 정부와 사회에서 청소년 개개인에게 아낌없는 조언과 도움을 해야하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신대우가 춘앵을 돕지 않았다면, 아마도 춘앵은 경성 길바닥의 이름없는 기생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잠재 능력이 뛰어난 청소년일지라도, 그것을 일깨워주지 않으면 평범하거나 오히려 불행한 삶을 살지도 모른다.
이렇듯 각자의 능력을 일깨워주고 다듬는 것이 중요함에 불구하고, 학교의 교육은 여전히 어떻게하면 좋은 대학(혹은 기업)에 많이 보내느냐에 머물러 있다. 학생의 앞날을 뚫어주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앞날을 캄캄하게 해주는 ‘막장’ 교육이라 할 수 있겠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현 정부의 교육 정책은 이런 ‘막장’ 교육을 가속화하는 것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신대우의 도움을 받은 임춘앵이 결국 천재 예인이 되었던 것처럼, 지금 사회와 교육은 청소년의 재능을 꽃피게 해 줄 능력이 있는가? 아쉽게도, 사회는 ‘삽질’에만 정신이 쏠려있는 것 같다.
성상민 기자 gasi44@paran.com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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