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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민의 코믹소사이어티]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쿠바를 바라보라 : 「하바나 쿠바 여행기」
쿠바에 대한 평은 가지각색이다. 공산주의 혁명을 통해 친미주의 독재 정권을 축출하고, 무상 교육 · 의료를 실현시키고 최근에는 친환경 에너지 기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오래된 미래’라는 호의적인 시선이 있다. 반면에 카스트로 가문이 통치하는 (피델 카스트로는 1976년 12월부터 2008년 2월까지 국가평의회 의장 - 대통령급 지위 - 을 맡았으며, 이후 그의 동생 라울 카스트로가 의장직을 맡고 있다.) 북한이나 루마니아와 다를바 없는 ‘신 공산주의 독재 국가’라는 비판적인 시선이 있다.
특히나 한국은 쿠바를 보는 시선의 차이가 무척 큰 편에 속한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쿠바는 북한과 같이 척결해야 할 국가로 인식되었다. 케네디 대통령의 피그만 공습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에도 미국에 대한 비난보다는 작전 실패에 대한 아쉬움이 앞섰다. 부정적 인식은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쳐 아직도 한국과 쿠바는 정식적인 국교 관계를 체결하지 못한 상태에 놓여있다. 한편 최근에는 에너지 부족에 대한 걱정이 커져가고 「식코」로 쿠바의 무상 의료가 주목을 받으면서 쿠바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는 사람이 늘어나는 중이다. 게다가 빔 벤더스의 음악 영화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등 쿠바의 재즈, 이국적인 풍광을 묘사한 작품이 인기를 끌자 점차 쿠바를 다른 나라와 다른 ‘특이한’ 나라로 생각하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최근 개봉한 송일곤 감독의 「시간의 춤」은 단적으로 한국인이 가진 쿠바에 대한 환상적인 인상을 드러낸 작품이었다. 한 쪽에서는 비난하고, 다른 쪽에서는 마냥 부러워하거나 신기하게 바라본다. 쿠바에 오랫동안 가려진 반공이라는 베일은 쿠바를 편향적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한국보다 사회주의를 자유롭게 보는 나라들은 쿠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하바나 쿠바 여행기」는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우리에게 준다. 독일 만화가 라인하르트 클라이스트가 2008년 봄에 쿠바를 여행한 기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다양한 모습들을 비추면서 여러 가지 면모를 생각하게 만든다. 라틴식 건물과 붉게 빛나는 자연은 멀리서 온 이국인을 반긴다. 지속적인 혁명을 고민하고 미국의 경제 봉쇄에 맞서 대중교통을 증대하는 등 앞날을 모색하는 장면은 깊게 생각해야 할 모습이다. 그러나 작가는 쿠바의 좋은 점만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최근에 알려진 좋은 점보다 비합리적이고 국민을 힘들게 하는 모순적인 정책의 면모를 들춰낸다.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공공연히 친인척에게 권력을 물려준다. 자국민용 화폐 (CUP, 페소 나시오날) 와 외국인용 화폐 (CUC, 태환 페소) 를 분리해 이중적인 경제 환경을 만들었다. 공산주의 국가의 고질적인 병폐인 ‘너무 지나친 정책 / 캠페인 홍보’는 쿠바에서도 여전하다. 심지어 외국인에게 거주의 자유가 주어지지 않는다. 무조건 숙박 시설에서 취침을 해야하며, 만약 규칙을 어길 경우 그를 재워준 시민은 즉각 경찰에 체포된다. 좋은 점도 많지만, 고쳐야 할 점도 못지 않게 많은 나라다.
무상 교육과 무상 의료를 실현하고 미국의 패권주의에 맞서 꿋꿋하게 자존심을 지키는 나라, 하지만 이중 경제 체제와 민주주의를 가장한 독재, 그리고 국민 감시와 프로파간다 전파가 일상적인 나라. 작가는 이런 쿠바의 이중적인 모습에 고민한다. 한편으로는 독일을 포함한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쿠바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 날카로운 시선을 비춘다. 언론의 자유가 위협받고 있으며 (쿠바 - 공산당, 독일 - 미디어 재벌) 길거리에 온갖 홍보가 넘쳐나며(쿠바 - 공산당, 독일 - 기업) 경제는 전혀 서민을 배려하지 않는다. (쿠바 - 이중 경제, 독일 - 물가 폭등) 쿠바의 문제점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독일, 그리고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독자들을 씁쓸하게 만든다. 현실 공산주의 사회에서도,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서민을 위한 사회는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작품 말미에 작가는 쿠바에 대한 평가를 다음과 같이 내린다. “어쩌면 나는 모든 것을 그저 쿠바 식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갈피를 잡지 못 한 우유부단한 평가라 비난받을 가능성이 큰 발언이다. 하지만 이 발언은 쿠바를 단순히 한 쪽의 시선에서 바라볼 수 없다는 의미를 지닌 것이기도 하다. 쿠바의 독재주의적 면모를 중시하는 사람은 부정적인 모습만 보이고, 쿠바를 지상 천국으로 여기는 사람은 희망찬 모습만 본다. 두 모습 모두 온전한 시선은 아니다. 장점, 단점을 모두 이해하고서 쿠바를 바라볼 때 그제서야 본 모습이 드러날 것이다.
성상민 기자 gasi44@paran.com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작품 말미에 작가는 쿠바에 대한 평가를 다음과 같이 내린다. “어쩌면 나는 모든 것을 그저 쿠바 식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갈피를 잡지 못 한 우유부단한 평가라 비난받을 가능성이 큰 발언이다. 하지만 이 발언은 쿠바를 단순히 한 쪽의 시선에서 바라볼 수 없다는 의미를 지닌 것이기도 하다. 쿠바의 독재주의적 면모를 중시하는 사람은 부정적인 모습만 보이고, 쿠바를 지상 천국으로 여기는 사람은 희망찬 모습만 본다. 두 모습 모두 온전한 시선은 아니다. 장점, 단점을 모두 이해하고서 쿠바를 바라볼 때 그제서야 본 모습이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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