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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신인 감독이 남북 문제를 다루는 방법

등록 2010-02-19 15:24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영화万보기] 뜨거운 감자를 한 입에 들어가게 조리하다, 「의형제」
솔직히 고백한다. 「의형제」가 처음 제작 발표를 했을 때는 별로 작품이 끌리지 않았다. 사건을 막지 못한 국정원 직원과 연락 루트가 끊겨 버려 외톨이 신세가 되어버린 남파 공작원이 함께 행동한다는 내용의 시놉시스. 마치 60 ~ 80년대의 반공 영화의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감독은 「영화는 영화다」로 성공적인 데뷔를 한 장훈 감독. 어쩌다가 이런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을까, 하면서 내심 조소를 지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결과물이 공개되었다. 그리고 한 가지 큰 교훈을 얻었다. 함부로 시놉시스만 보고서 영화와 감독을 재단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을. 시놉시스만 보았을 때는 한물간 스타일의 영화인 줄 알았었는데, 정작 극장에서 본 영화는 이런 걱정을 한 방에 날려주는 감성을 보여주는 멋진 작품이었다. 잘못 다루면 반공, 또는 감상적인 평화를 이야기하는 작품이 되기 십상인 ‘남북 문제’를 장훈 감독은 자유자재로 다룬다.

첫 시퀀스만 보면 단순한 남북 대결로 오인하기 십상이다. 흔히 ‘악의 집단’으로 그려지는 북한의 이미지를 그대로 반영하듯 남파 공작원 지원(강동원 역)은 북한 고위층 출신 킬러 ‘그림자’(전국환 역)과 함께 암살을 준비하고, 국정원 공안부 요원 한규(송강호 역)는 성과에 눈이 멀어 결국 작전을 막지 못한다. 만약 이 영화가 단순한 반공-액션 영화였다면 절치부심한 한규가 결국 지원과 ‘그림자’를 처단하거나 지원이 남한의 ‘자유’에 감화되어 자수하는 것으로 스토리를 전개하겠지만 다행히도 이 영화는 액션보단 드라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쌍팔년도식 신파를 연출하지 않는다. 대신 암살 이후의 상황에 초점을 맞춘다.

공작을 막아내지 못한 책임과 6.15 남북정상회담으로 해빙 무드가 연출되면서 국정원 내 공안 요원을 축소한 것을 계기로 결국 한규는 국정원을 나와 도망간 동남아 신부를 전문적으로 잡는 흥신소를 경영하고, 지원은 임무는 완수했지만 작전 중간에 감성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이유로 버림을 받는다. 우연한 계기로 둘은 만나 함께 흥신소 일을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전통적인 선악 관계가 무너지고 모호해 진다. 한규는 북한에 조금만 우호적이면 ‘빨갱이’라 욕설을 내뱉고 돈만을 위해서 동남아 신부의 인권은 가볍게 무시하는(좋게 말하면 전형적인 생계를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아저씨의 모습이고 나쁘게 말하면 민주주의나 인권은 헌신짝처럼 내다버리는) 부정적인 인간이다. 반대로 지원은 가급적 균형있게 상황을 보려고 노력하고, 인권 등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한규에게 제기하는 모습을 보인다. 누가 선이고, 악이다 얘기하기 힘든 다층적인 관계가 둘 사이에 형성된다. 오직 킬러 ‘그림자’만 자신의 심기에 거슬리면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상대를 제거하는 부정적인 모습을 계속 유지한다.

처음에는 적으로 만났지만, 계속 부대끼면서 ‘업무’를 수행할수록 둘의 관계는 계속 돈독해진다. 물론 마지막에 와서는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서로가 대치 직전에 놓이는 상황을 만들지만, 결과적으로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행복한 결말로 마무리 짓는다. 전작 「영화는 영화다」를 좋아했던 관객이라면 약간은 후다닥 끝나는 해피 엔딩에 불만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전작이 관객에게 불친절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관객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친절한 면모를 제공한다. 작가주의 영화에서 상업주의 영화로 변하는 수순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형적인 남북 관계의 틀을 벗고 새로운 관계의 이상을 보여주고, 여기에 각종 사회적인 문제 - 이주 노동자 문제, 해외 신부 문제 - 를 삽입한 버디 무비가 탄생했다는 점에는 찬사를 아낄 수가 없다.

성상민 기자 gasi44@paran.com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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