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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작년 대입전형료 1510억…수험생들 ‘억’소리 난다

등록 2010-11-22 10:39

서울와이엠시에이(YMCA) 시민중계실 대학생 모니터단원들이 지난해 11월 대입 전형료 인하를 촉구하는 행사를 열면서 한 수험생이 수십만원의 전형료를 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서울와이엠시에이(YMCA) 시민중계실 대학생 모니터단원들이 지난해 11월 대입 전형료 인하를 촉구하는 행사를 열면서 한 수험생이 수십만원의 전형료를 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함께하는 교육] 커버스토리 /
‘전형료 장사’ 어떻기에

수시전형 평균 7만~8만원
합치면 100만원 넘기 ‘일쑤’
돈 구하려 알바하는 학생도

대입전형이 다양해지면서 지원할 수 있는 대학도 크게 늘었다. 수시 1, 2차에 정시까지 합하면 보통 10여개 대학에 원서를 넣게 된다. 이 때문에 전형료가 비싼 수시모집에는 3~4군데만 지원해도 수십만원이 든다. 불안한 마음에 여기저기 원서를 넣어보지만 비싼 전형료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올해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입학전형료 수입 현황을 보면 대학들은 전형료로만 수십억원을 거둬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대는 62억7700만원, 고려대는 61억6900만원, 성균관대 60억7800만원, 한양대 58억2700만원의 전형료 수입을 올렸다. 전형료 수입이 높은 편인 한양대와 성균관대는 각각 21억8000만원과 16억7000만원을 수익으로 남겼다. 대학들이 ‘전형료 장사로 폭리를 취한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평촌에 사는 이아무개(19)양은 2011학년도 수시모집에 13개의 원서를 넣었다. 한 대학은 전형을 달리해서 3개까지 지원했다. “전형이 다르면 제한 없이 지원이 가능하다 보니 보통 한 대학에 2개 이상은 지원해봐요.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일단 유리한 전형이라고 생각되면 무조건 넣어보는 거죠.” 경기도의 한 외고에 다니는 구아무개(19)양의 사정도 비슷하다. 구양도 5개 대학에 8개의 원서를 넣었다. “논술시험일이 겹치는 대학도 있었는데 원서를 넣었어요. 서류에서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서류 통과하고도 면접일이 겹쳐서 한 곳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죠.” 수시 전형료는 평균 7만~8만원에 이른다. 여기에 논술이나 적성검사, 심층면접을 보면 2만~3만원이 추가된다. 실기시험을 치러야 하는 예체능계열은 전형료가 보통 10만원이 넘는다. 대입 전형료에만 100만원을 넘게 썼다는 얘기가 그냥 나온 말은 아니다.

그래도 대입 전형료에 수십만원을 쓸 수 있을 정도의 형편이라면 다행이다. 전형료 부담 때문에 원서를 쓸 기회조차 포기하는 수험생도 많다. 강정훈 안산 초지고 교사는 “전형료를 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도 있다”며 “가정형편이 어려워 부모님께 전형료 얘기를 꺼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형료가 가정에 큰 부담이 된다는 말이다. 사회적배려대상자와 취약계층을 위한 특별전형의 경우 전형료가 면제되는 대학도 있지만, 일반전형에서는 이들을 위한 배려가 없는 상황이다. 강 교사는 과연 대학이 전형료 7만~8만원에 상당하는 노력을 기울이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전형료를 많이 받는 만큼 전형과정이 내실있게 진행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워낙 지원자가 많으니 면접도 형식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요. 예전에 수시는 거의 생활기록부 100%로 뽑았는데 대학들이 적성검사나 심층면접 등을 추가하면서 전형료를 계속 올리고 있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 자료를 보면 2010학년도 대입 전형료 수입은 1510억여원(편입 제외)에 이른다. 이 가운데 수시 전형료가 1026억원, 정시 전형료는 483억원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밝힌 대입 전형 종류만 해도 2525개(수시 1778개)라고 하니 그 규모가 짐작이 간다. 주요 대학의 수시 평균 경쟁률이 40 대 1을 넘는 상황에서 전형료는 그야말로 ‘굴러온 복’이다. 유성룡 이투스 입시정보실장은 “대입 전체 모집정원의 약 61%를 수시로 뽑고 있고 정시와 달리 지원 기회에도 제한이 없다”며 “수능에 대한 불안감으로 일찍 입시를 끝내고 싶은 절박한 심정에 무작정 지원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대학들이 내신이 좋지 않아도 논술이나 적성고사를 잘 보면 합격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 것도 수시 과열을 부추기는 한 원인이다.


받은 돈 어디에 쓰나

책상 사고 직원 해외연수 등
입시와 무관한 곳에 ‘펑펑’
사립은 구체자료 공개안해

주요 대학 전형료 수입(위) / 서울대 입학전형료 수입·지출 내역(아래)
주요 대학 전형료 수입(위) / 서울대 입학전형료 수입·지출 내역(아래)

그렇다면 이렇게 벌어들인 전형료는 어디에 쓰이는 걸까. 서울대의 2010학년도 대입전형료 수입·지출 내역(표 참조)을 보면 쓴웃음을 짓게 된다. 총 10억7700만원의 전형료 수입을 인건비 3억7400만원, 광고비 590만원, 시험출제 및 급량비(식사비) 2억5900만원, 공공요금 및 연료비 1억1200만원, 기타(소모품 등) 2억8600만원에 지출했다. 전기세, 수도세, 전화요금, 연료비 등 학교 공공요금 납부에 전형료가 쓰인 것이다. 기타 내역을 자세히 살펴보면 복사기 노후부품 교체비, 복사지, 고속프린트용 토너, 입학관리과 컴퓨터 구입비 등이 입시전형 업무를 위해 쓰였다. 다른 국립대들의 지출 내역도 다르지 않았다. 의자나 책장 등 입시전형 업무와는 무관해 보이는 물품 구입에 전형료 수입이 쓰였다. 경북대, 전북대, 충남대 등은 전형료로 대학 입학관리과 직원들의 해외연수 비용을 대줬다. 본말이 전도된 것으로 보이는 이런 행태들은 입시 전형료의 사용범위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아 벌어지는 일들이다. 광고비나 인쇄 및 소모품비만 조금씩 줄여도 전형료는 30% 이상 내릴 수 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이수연 연구원은 “국립대의 경우 정부가 지원하는 공공요금 비용조차 전형료에서 지출하고 있다”며 “대입 전형료의 회계처리 기준이 분명하지 않아 인건비나 시설확충비까지 학생들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학이 전형료를 입시 전형과 무관한 곳에 써도 마땅히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현재 전형료 책정 등 대학입시 관련 업무는 이명박 정부의 대학 자율화 정책에 따라 2008년부터 교과부에서 대교협으로 넘어갔다. 이 때문에 사립대의 경우 전형료로 수십억원을 벌면서도 구체적인 지출 내역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대학알리미에서는 포괄적인 지출 내역만 확인할 수 있다. 회계처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흑자 또는 적자로도 보고가 가능하다. 가장 많은 전형료 수입을 올린 중앙대(62억7700만원)는 입시수당 16억6100만원, 홍보비 13억7500만원, 인쇄 및 소모품비 5억2200만원 등 총 52억9100억원을 지출했다. 10억에 가까운 수익이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연세대는 41억8700만원의 수입에 54억4500만원을 지출해 오히려 적자가 났다고, 고려대는 61억6900만원의 수입에 고작 1억5000만원의 수익만 올렸다고 대학알리미에 공시했다. 이수연 연구원은 “대학에서 필요한 시설경비 확충 비용 등은 법인이 지원해줘야 하지만 교비회계로 처리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이 수익을 남기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최소한의 실비만 받아도 충분히 입시전형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제가 확대되면서 전형료는 지금보다 더 오를 전망이다. 안선회 상명대 겸임교수(한국교육연구소 부소장)는 “입학사정관제와 맞물리면서 수시 전형료는 더 올라갈 것”이라며 “전형료가 경쟁률이 높은 주요 대학들의 돈벌이 수단과 대학 서열을 유지하는 홍보 수단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란 기자 rani@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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