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을 발표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11일 교육부가 내놓은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교육부 시안)은 대입제도에 관한 거의 모든 쟁점 사안을 종합했다. 그동안 정부가 “대입제도를 단순화하고 공정성을 높이겠다”는 약속을 여러번 강조한 만큼, 오는 8월 최종 확정될 개편안이 ‘단순함과 공정함’이라는 가치에 부합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번 교육부 시안의 핵심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과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개편’, ‘수시와 정시 등 전형방식의 개편’ 등 세 가지다.
먼저 수능 개편은 지난해부터 계속 논쟁이 되고 있는 절대평가 도입 여부는 물론, ‘원점수 절대평가제’ 도입 여부와 ‘논·서술 문항’ 도입 여부까지 논의를 확장했다. 수능과 더불어 대입에서 주요 평가 요소가 되는 고교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개선에 관한 시안도 나왔다. 이번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은 여러 쟁점에 관한 다양한 모형을 놓고 의견을 모으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만큼, 각 쟁점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 ‘수능 절대평가’ 공약 지켜질까 = 11일 교육부 이송안에는 수능 절대평가 전환에 대해 1안 ‘수능 전과목 9등급 절대평가’, 2안 ‘현행 유지’, 3안 ‘수능 원점수제’ 등 총 세 가지 안이 담겼다. 지난해 8월 발표했던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은 일부 과목만 절대평가할지, 전과목을 절대평가할지만 물었다면, 이번에는 여기에 변별력 확보 방안을 추가한 것이다.
먼저 1안은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면, 동점자 발생시 대학에 원점수를 제공해 변별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3안 수능 원점수제는 표준점수나 백분위, 등급 등 복잡한 점수 체계에서 벗어나 원점수를 직접 제공하는 방식이다. 다른 학생과의 비교가 아닌 학생이 받은 점수 자체를 입시에 반영하는 것인데, 지난 1994년부터 2004년까지 수능에서 사용하던 방식과 유사하다. 수능 원점수제는 현행 상대평가보다도 변별력이 오히려 강화된다.
교육부는 지난해 2021학년도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추진했다가 변별력 약화를 우려한 여론에 부딪히자 원점수를 함께 활용하는 대안을 들고 나온 것이다.
1안 ‘전과목 절대평가’는 변별력 확보 방안이 보완된 만큼 지난해에 비해 국민 설득 과정이 수월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입시제도의 안정성을 위해 2안 현행 유지안이 좋다는 의견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3안 원점수제의 경우 국어·수학·탐구 과목은 원점수를 제공하고 영어·한국사는 지금처럼 절대평가 등급을 제공하는 방안으로 국민 여론은 아직 알 수 없다. 원점수제는 절대평가와 변별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지만, 세밀한 점수 차이로 지나친 경쟁을 막자는 절대평가의 취지를 구현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8월 국가교육회의가 1~3안 중 무엇을 택할지는 전망하기 어렵다. 수능 절대평가 추진은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지만, 정부는 열어두고 논의하겠다는 태도다. 11일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었지만 취임 후 국정과제를 정할 때는 국민 의견을 존중해야 했기 때문에 국정과제에 넣지 않았다”며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을 경우 절대평가 전환을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을 것이란 태도를 내비쳤다.
이밖에도 객관식 수능에 논·서술형 문항을 도입하는 방안, 객관식 수능1과 논·서술형 수능2로 수능을 2회 분리하는 방안이 이번 시안에 함께 제시됐다.
■ 수시-정시 ‘황금비율’ 나올까 = 수능 위주의 정시모집과 학생부 위주의 수시전형의 균형도 이번 대입개편의 핵심 관심사다. 지난 10년간 수시모집 확대 기조를 유지하며 올해 수시모집이 76.2%(정시모집 23.8%)까지 높아진데다, 특히 수험생들이 선호하는 서울 주요 대학은 수시 모집 중 학생부종합전형이 40%이상까지 지나치게 높아진 상황이다. 반면, 수능 중심의 정시모집은 31.6%(2015), 26.3%(2017), 20.7%(2019)로 지나치게 축소됐다. 최근에는 교육부 차관이 일부 대학에 전화나 면담을 통해 현 고2가 치르는 입시에서 정시 인원을 늘려달라는 주문을 비공식적으로 하기도 했다.
정성평가 요소가 많은 수시모집의 학종과 정량평가인 정시모집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여론이 뜨겁자 11일 김상곤 장관은 교육부 이송안을 공개하는 기자간담회에서 “학생부종합전형과 수능전형간의 적정 비율에 대해 국민들의 뜻을 모아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황금 비율’에 대해 구체화된 국민적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이번 시안에서 “전형간 적정 비율을 모색하겠다”고만 밝혔을 뿐, 적정 비율에 대한 구체적 수치의 예시나 이를 대학에 요구할 방안도 제시하지 않았다.
법이나 제도로 강제하지 않으면 현재 수시에 지나치게 쏠린 비율을 개선하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현 전 서울경인지역입학관련처장협의회장(경희대 입학처장)은 제2회 대입정책포럼에서 “한 가지 전형유형의 최대 모집인원을 일정 비율로 제한하는 규정을 둬 수시와 정시의 균형을 이루게 하자”고 제안했다.
■ 수시-정시 시기 통합 등 남은 논란들 = 교육부는 수시와 정시의 시기를 12월 이후로 통합하는 카드를 만지고 있다. 수시 준비로 인해 고3 2학기가 되면 사실상 수업이 어렵게 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수능을 약 2주 앞당기고 전형기간을 현행 6개월에서 4개월로 단축(11월부터 2월까지)하며 수시와 정시를 통합해 총 6회(수시 4.6회, 정시 2.6회) 대입 응시 기회를 주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학생은 자신의 수능성적을 확인한 뒤 대학에 지원하기 때문에 합격과 불합격의 예측가능성이 높고, 전형 기간이 줄어들어 대입 전형이 단순화 된다. 하지만 우수 학생을 미리 선점하길 원하는 대학으로서는 9월부터 수시모집을 시작하는 현행 방식을 유지하자며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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