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는 나무
마크 잘즈만 선생은 소설 취재차 소년원을 찾아갔다가 우연한 기회에 소년원 아이들의 글쓰기 교사가 된다. 그러나 그는 아이들에게 글 쓰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마음 놓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기회를 줄 뿐이다.
답답한 소년원 생활에 지친 아이들은 잘즈만 선생의 수업 시간을 모처럼 만나는 즐거운 놀이 시간 정도로 생각한다. 그 즐거움이 잘즈만 선생과의 수업을 통해 결국은 자신을 돌아보는 소중한 의미의 시간으로 바뀌게 된다. 함께 발표회를 준비하기도 하고, 다른 친구들을 수업 시간에 끌어들이기도 하면서, 소년원에 수감된 아이들은 때로 웃고, 때로 화내고, 때로 슬픔에 젖는다.
그 소년들의 대부분은 일급 살인죄를 저질렀거나 혹은 사회에서 지탄받는 큰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이다. 잘즈만 선생은 어떤 성취감이나 봉사 정신을 갖고 그 아이들을 대하지는 않는다. 아니, 오히려 아이들의 글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우는 입장에 선다. 교사와 학생이 아니라 마치 친구처럼 가까이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의 재판에서 변론을 맡아주기도 하는 잘즈만 선생은, 자기를 교사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진정한 교사인지도 모른다.
<새장 안에서도 새들은 노래한다>는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때로 무릎을 치고, 때로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요즘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수업 중의 하나가 글쓰기다. 때로 문제를 저지른 아이에게 반성문 격으로 자신이 왜 그런 일을 하게 되었는지 적어보라고 하면, 아이는 볼 멘 소리를 하곤 한다. “선생님, 차라리 몇 대 맞으면 안 될까요?”
그만큼 요즘 아이들은 글쓰기를 싫어한다. 그런데, 수행평가 과제를 받다가 나는 나의 글쓰기 교육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년원의 아이들은 자신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를, 그것도 자발적으로 쓴 것이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억지로 글쓰기를 강요한 셈이니, 아이들이 글쓰기의 즐거움을 알 리가 없었으리라.
모든 교육은 이와 다르지 않으리라. 자발적으로 하고 싶게 만드는 것. 그런데, 그 기술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이 책 속의 잘즈만처럼, 넉넉하고 느긋한 마음, 대상에 대한 한없는 이해만이 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그것이 글쓰기든, 공부하기든, 아니면 놀기든 간에.
최성수/서울 경동고 교사 borisog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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