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신임 대검찰청 차장검사(왼쪽부터), 송경호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김후곤 신임 서울고검장이 23일 오전 출근하며 보도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주요 검찰청 지휘부에 23일 전면 배치된 ‘윤석열 라인’ 등 특수통 검사장들의 취임 일성은 역시 ‘수사’였다. 일부 검사장은 무절제한 수사를 경계해야 한다는 전임 검사장 퇴임사를 “함정”이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이날은 검찰의 과잉수사 과정에서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 13주기였다는 점에서, ‘정치적 중립과 절제된 수사권 행사’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앞섰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직후 단행된 고위 검찰 간부 인사에서 주요 기관장으로 승진 임명된 간부들은 이날 한 목소리로 ‘검찰 수사권’ 강화를 내세웠다.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첫 출근길에 취재진이 소감을 묻자 “사건마다 성실하게 전력을 다해 수사하고 기소하고 재판하는 것만이 국민 신뢰를 얻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장에 취임한 송경호 지검장은 취임사에서 “강자들이 법 위에 군림하거나 법 뒤에 숨지 못하도록 우리의 사명을 다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석리 서울서부지검장도 “누구의 범죄라도 엄정하게 수사할 수 있는 수사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국회를 관할하는 양석조 서울남부지검장이 취임사를 통해 “이제 더는 ‘과잉된 정의’, ‘과소한 정의’라는 함정에 빠져 사건의 실체로부터 도피하는 과오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을 두고는, 야권에서 ‘윤석열 라인의 선전포고’라는 평가가 나왔다. 전임자인 심재철 전 남부지검장이 퇴임사에서 “정의가 지나치면 잔인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과잉된 정의는 진정한 정의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을 반박하며 ‘수사 제일주의’를 내세운 의도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아무리 취임사라지만 검찰 과잉수사의 대표적 사례인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일에 저런 말들을 했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윤석열 라인을 앞세운 전 정권을 향한 전방위 수사가 점쳐지는 상황에서 거칠 것이 없다는 식의 태도”라고 했다. 한 검찰 관계자도 “전방위 수사를 하라고 임명한 검사장 자리이니 이들이 반성과 절제를 말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며 ‘한동훈 인사’의 한계를 짚었다.
이원석 대검 차장이 임명되면서 각종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검찰 직접 수사 범위가 오는 9월 이후 축소되는 점을 감안하면, 그 이전에 집중적인 수사를 통해 최대한 성과를 내려할 수 있다. 현재 전국 검찰청에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등 수사가 진행 중이다. 한 검찰 간부는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의 경우 지휘부의 결단과 결심이 수사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