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짚어본 ‘자살기도’ 상황
격리된 공간에서 월등히 우월한 지위에 있는 교도관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한 한 여성 재소자의 인권침해는 단지 성추행 당일로 끝나지 않았다. 이후 그는 극도의 불안 속에 정신이상 증세로 고통받았다. 하지만 그의 ‘호소’와 ‘아픔’은 구치소의 높은 벽 안에 다시 갇히며, 삶의 의지마저 잃어갔던 것으로 보인다.
피해 여성은 지난 1일 오후 2시30분 구치소 상담실로 호출을 당했다. 1년6월의 징역형을 받았지만 모범적인 수형생활로 2개월을 감형받아 만기출소를 넉 달 앞둔 상태였다. 상담실엔 수형생활 성적심사를 담당하는 교도관이 책상 맞은 편에 앉아 있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구치소 쪽은 “교도관이 ‘나가면 갈 곳이 있느냐’, ‘누구랑 살 것이냐’는 등 이런저런 질문을 던졌다”고 주장했다. “교도관이 이 여성 재소자를 위로하기 위해 손을 잡으려 했으나 여성 재소자는 “왜 이러느냐”며 손을 뿌리쳤다”는 게 구치소 쪽의 해명이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이런 해명과는 거리가 있다. “(교도관이) 온몸을 만졌다”는 여성 재소자의 말이나 이후 그가 겪은 심각한 정신 이상 상태는 그가 제대로 반항 한번 못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여성 재소자는 3시간 뒤 자신을 담당하는 여성 교도관에게 ‘상담실의 사건’을 알렸다. 최근 출소한 동료 여성 재소자들은 “여성 재소자가 쉽지 않은 결심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무리 치욕스러워도 수감된 처지에선 대단한 용기”라는 이야기다.
구치소 쪽이 성추행 사건을 알게 된 것이 여성 재소자의 진정 때문인지, 아니면 그가 이미 보이기 시작한 정신이상 증세 때문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교정당국은 “(피해 재소자의 진정에 따라) 2일부터 4일까지 구치소가 자체조사를 벌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가해 교도관은 이튿날인 2일부터 휴가를 내고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이처럼 ‘비정상적 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고독한 수감자의 처지에 있던 이 여성 재소자의 고립감은 더욱 심화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이 여성은 심각한 정신이상 증세를 보였다. 하지만 어머니가 면회를 와 딸이 성추행을 당하고 정신이상 증세까지 있는 사실이 밖으로 알려진 6일 이전에는 아무런 진료나 치료를 받지 못했다.
인근 병원에서 처음 치료를 받던 7일, 이 여성 재소자 가족들은 병원에서 서울구치소 간부와 사건 직후 병가를 내고 사라졌던 가해 교도관을 만났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금전적 보상을 통한 합의를 요청했다. 이후 피해 여성은 14일까지 두 차례 더 같은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19일 오후 4시48분께 피해 여성은 자신이 수용된 방 창문에 목을 맨 채 발견됐다. 그는 이날 다른 재소자들이 작업을 나간 사이 발목을 다쳤다는 이유로 홀로 방을 지켰다. 구치소 쪽은 이 여성이 성폭력 피해를 입은 뒤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는데도 혼자 있도록 방치했다. 이 여성은 발견된 지 15분여 만에 안양시내 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지금까지 의식이 없는 상태다. 김기성 유신재 기자 rpqkfk@hani.co.kr
그러나 19일 오후 4시48분께 피해 여성은 자신이 수용된 방 창문에 목을 맨 채 발견됐다. 그는 이날 다른 재소자들이 작업을 나간 사이 발목을 다쳤다는 이유로 홀로 방을 지켰다. 구치소 쪽은 이 여성이 성폭력 피해를 입은 뒤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는데도 혼자 있도록 방치했다. 이 여성은 발견된 지 15분여 만에 안양시내 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지금까지 의식이 없는 상태다. 김기성 유신재 기자 rpqkf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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