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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여전히 지연된 정의…긴급조치 ‘패소 확정’ 193명은 배상 막막

등록 2022-08-30 18:19수정 2022-08-31 10:36

2015년 대법원 역주행 판례
이후 패소확정 피해자 상당수
“대법원, 구제방안 마련해야”
30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긴급조치 발령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가 진행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30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긴급조치 발령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가 진행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박정희 유신정권에서 발동된 긴급조치 9호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 사법부를 포함한 여러 국가기관이 포괄적 잘못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에도 잘못을 인정할 기회가 있었지만, 양승태 대법원에서 국가폭력 책임을 회피하는 역주행 판결이 본격화하면서 기회를 놓쳤다. 대법원은 7년5개월 만에 이를 바로잡았지만, 그 사이 상당수 피해자들이 2015년 역주행 판례에 따라 패소가 확정됐다. 이들에 대한 구제 방안 등을 두고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1975년 발동된 긴급조치 9호는 유신헌법을 반대·비방하거나 개정을 요구하기만 해도 영장 없이 체포·구금이 가능하며, 미수에 그쳐도 1년 이상 징역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대법원은 이날 △긴급조치 9호가 4년7개월 간 헌법의 영장주의를 전면 위반(사법질서 확립 포기)한 상황에서 △수사기관은 영장 없는 체포·구금(신체의 자유 침해)을 통해 수사·기소했고 △법관은 수사과정의 기본권 침해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유죄 판결(기본권 침해)한 잘못이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긴급조치 9호 사건에서 개별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을 구체적으로 특정하거나 개별 공무원의 고의·과실을 증명·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광범위한 다수 공무원이 관여한 일련의 기본권 침해로 인한 국가 배상 책임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국민 기본권 보장의무 위반이 인정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밝혔다. 경찰, 검찰, 법관의 불법행위를 하나하나 입증할 것을 요구한다면, 오히려 기본권 침해를 당한 국민이 손해를 입는 불합리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30일 오후 긴급조치 발령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뒤 피해자 단체인 긴급조치사람들이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30일 오후 긴급조치 발령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뒤 피해자 단체인 긴급조치사람들이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재판 과정에서의 법관 잘못에 대한 책임 인정을 좁게 판단해온 대법원은,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법관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다만 긴급조치 9호를 적용한 법관의 유죄 판결을 수사기관의 불법행위와 ‘한묶음으로 이어지는 순차적이고 전체적인 불법행위’로 봐야한다고 했다. 김선수·오경미 대법관은 개별 법관의 책임도 인정될 수 있다는 별개의견을 냈다.

2015년 대법원은 긴급조치 9호가 유신정권의 고도의 정치 행위에 해당한다며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양승태 대법원은 ‘아버지 박정희’에 대한 면책 판결을 지렛대 삼아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사법부 숙원과제인 상고법원 도입을 받아내려 했다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휩싸였다.

이날 대법원 판례 변경으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긴급조치 9호 피해자들은 국가배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에 계류된 관련 사건은 24건, 하급심은 9건이다. 다만 이날 판례 변경 전 2015년 대법원 판례로 인해 이미 패소가 확정된 피해자들은 배상을 받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법원 공보관은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부터 (배상 책임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미 패소 확정된 피해자들이 다시 소송을 내더라도 구제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피해자 모임인 ‘긴급조치사람들’은 이날 판결에 대해 “만시지탄이지만 환영한다”면서도 “똑같은 피해자들인데 어떤 사람은 배상을 받을 수 있고, 다른 사람은 사법농단 때문에 배상 받을 수 없는 이중적 상황에 놓이게 됐다. 대법원은 결자해지 차원에서 실질적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단체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이미 소송을 낸 417명 중 패소가 확정된 피해자는 193명에 달한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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