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가회동 자택과 장교동 본사 집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된 가운데 한화그룹 직원들이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 현관을 나서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경제개혁연대 고발요청…한화 ‘탄원서’ 등 과잉대처 입길에
“한국의 기업 풍토에서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에 그룹의 임직원들이 동원되는 데 대해 비판 여론이 일자, 한화의 한 직원은 볼멘소리를 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보인 한화그룹의 대응방식이야말로 ‘재벌들이 고쳐야 할 고질적 관행’이라는 지적 또한 높다.
2일 한화그룹의 몇몇 계열사엔 김 회장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가 돌았다. “아래에서 자발적으로 한 것일 뿐”이라는 설명이지만, 다른 계열사에선 “아직 우리에게 오진 않았지만 내려온다면 서명할 것”이란 반응이다.
지난달 29일 김 회장이 경찰에 출두하기 직전 그룹 홍보팀은 ‘김승연 회장의 인간적 면모’라는 자료를 냈다. 29일 남대문경찰서, 30일 둘째아들의 인천공항 입국, 1일 가회동 자택 압수수색 때도 홍보팀 직원들은 현장에 나가 포토라인을 직접 설치하고 수시로 상황을 보고했다.
그룹의 법무팀 동원도 논란이다. 남대문서에 나타난 김 회장의 곁에는 김앤장 소속 변호사 2명 이외에 채정석 법무실장이 있었다. 변호인단에 법무팀 소속 변호사 10명이 모두 들어갔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2일 한화 쪽에 공문을 보내 “법무팀 동원이 사실이라면 회장이 총수의 지위를 이용해 ㈜한화의 인적·물적 자산을 사적으로 유용함으로써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친 것”이라며 “변호사들을 회사업무로 복귀시키고 이들을 변호인단에 포함시킨 임원들을 문책 및 형사고발 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외부 변호사 비용을 회사 자금으로 부담했는지 여부를 묻는 한편, “폭행 사건 및 경찰 수사에 그룹 경호원과 직원들이 동원된 것도 업무상 배임죄의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비판이 커지자 한화그룹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 “변호인단은 김 회장이 개인적으로 외부 변호사 3명을 선임해 구성됐으며, 법무실 변호사는 김 회장의 변호인단에 포함돼 있지 않다”며 “외부 변호사 3명에 대한 비용은 김 회장이 개인적으로 부담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법무실 소속 변호사는 이번 사건과 연관돼 발생할 수 있는 그룹 경영상 문제가 커 (그런 부분과 관련해) 그룹 변호사로서의 일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경제개혁연대의 최한수 팀장은 “선진국 기업에선 임직원들의 개인적 문제가 불거지면 기본적으로 ‘회사도 피해자이며 정확한 경위를 조사해야 한다’라는 입장에서 개인과 회사 사이에 선을 긋는 게 기본”이라고 말했다. 김영희 전정윤기자 dora@hani.co.kr
김회장 아들도 기억상실증?
“내 휴대전화 번호 모른다” 등 초지일관 ’모르쇠’ “휴대전화 번호가 어떻게 됩니까?” “모릅니다.” “친구의 전화번호는요?” “모릅니다.” 지난달 30일 밤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나와 조사를 받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둘째아들(22)은 경찰 조사에 철저히 대비한 듯 ‘모르쇠’로 일관했다.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는 물론 술집에 단둘이 갈 만큼 절친한 친구인 이아무개씨의 전화번호도 모른다고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씨는 김 회장의 아들과 초등학교 때부터 친한 사이로 알려졌다. 김 회장의 아들은 경찰에 나올 때 휴대전화를 가져오지 않았다고 한다.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통해 폭행사건이 일어난 3월8일 밤부터 9일 새벽까지의 행적이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서울경찰청 간부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은 답변을 했지만 경찰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며 “오히려 김 회장 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 주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 아들 친구인 이씨는 형식적으로는 김 회장과 아들이 직접 폭행을 했는지 증언해줄 ‘제3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서울 북창동 ㅅ클럽 종업원들은 그가 청담동 ㄱ가라오케, 청계산, ㅅ클럽 등 모든 현장에 함께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김 회장 아들이 친구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낀 것도 경찰이 그를 통해 보복폭행 사건의 전말을 파악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씨의 신원을 확인했지만 잠적한 상태여서 소재를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이 이씨를 조사하더라도 이씨가 김 회장 등의 폭행에 대해 사실대로 진술할지는 의문이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경제개혁연대의 최한수 팀장은 “선진국 기업에선 임직원들의 개인적 문제가 불거지면 기본적으로 ‘회사도 피해자이며 정확한 경위를 조사해야 한다’라는 입장에서 개인과 회사 사이에 선을 긋는 게 기본”이라고 말했다. 김영희 전정윤기자 dora@hani.co.kr
김회장 아들도 기억상실증?
“내 휴대전화 번호 모른다” 등 초지일관 ’모르쇠’ “휴대전화 번호가 어떻게 됩니까?” “모릅니다.” “친구의 전화번호는요?” “모릅니다.” 지난달 30일 밤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나와 조사를 받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둘째아들(22)은 경찰 조사에 철저히 대비한 듯 ‘모르쇠’로 일관했다.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는 물론 술집에 단둘이 갈 만큼 절친한 친구인 이아무개씨의 전화번호도 모른다고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씨는 김 회장의 아들과 초등학교 때부터 친한 사이로 알려졌다. 김 회장의 아들은 경찰에 나올 때 휴대전화를 가져오지 않았다고 한다.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통해 폭행사건이 일어난 3월8일 밤부터 9일 새벽까지의 행적이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서울경찰청 간부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은 답변을 했지만 경찰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며 “오히려 김 회장 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 주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 아들 친구인 이씨는 형식적으로는 김 회장과 아들이 직접 폭행을 했는지 증언해줄 ‘제3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서울 북창동 ㅅ클럽 종업원들은 그가 청담동 ㄱ가라오케, 청계산, ㅅ클럽 등 모든 현장에 함께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김 회장 아들이 친구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낀 것도 경찰이 그를 통해 보복폭행 사건의 전말을 파악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씨의 신원을 확인했지만 잠적한 상태여서 소재를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이 이씨를 조사하더라도 이씨가 김 회장 등의 폭행에 대해 사실대로 진술할지는 의문이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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