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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자살 이어 분신…울부짖는 태안

등록 2008-01-18 19:02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로 막대한 손해를 입은 태안 지역 주민들이 18일 오후, 충남 태안군 태안읍 태안군수산경영인회관 앞에서 ‘특별법 제정을 위한 대정부 촉구대회’를 열어 삼성중공업을 규탄하는 한편, 정부의 신속한 보상을 촉구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태안/박종식 기자 <A href="mailto:anaki@hani.co.kr">anaki@hani.co.kr</A>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로 막대한 손해를 입은 태안 지역 주민들이 18일 오후, 충남 태안군 태안읍 태안군수산경영인회관 앞에서 ‘특별법 제정을 위한 대정부 촉구대회’를 열어 삼성중공업을 규탄하는 한편, 정부의 신속한 보상을 촉구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태안/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특별법 촉구 결의대회중 50대 1명 분신 중태
“삼성중공업에 무한책임 지워야” 주민들 격앙
충남 태안 군민들의 분노가 타오르고 있다.

사상 최악의 원유유출로 생계의 터전을 잃은 어민 두 명이 잇따라 자살한 데 이어 18일에는 어민이 또 분신해 중태다.

이날 오후 1시55분께 태안 신터미널 앞에서 1만여명의 주민들이 참석해 열린 ‘태안유류피해특별법 제정 촉구결의대회’ 도중 지창환(56·ㅁ횟집 주인)씨가 온몸에 시너를 뿌린 뒤 단상에 올라가 분신했다. 지씨는 얼굴과 가슴 등에 중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생명이 위독하다. 지씨는 분신에 앞서 극약도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씨의 분신 장면을 지켜본 주민들은 “삼성이 사람 죽인다”며 사고를 낸 삼성에 대한 격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정낙민(60) 모항리 이장은 “태안 군민들은 삼성제품 불매운동을 할 것이다. 사건을 은폐하고 증거를 조작하면 안 된다”며 “굶어 죽으나 싸우다 죽으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분노했다. 김관수(57) 의항리 이장은 “태안군민들이 다 서울로 올라가 삼성건물을 둘러싸고 시위하고 국회 앞에서 자면서 싸우자는 게 주민 분위기”라고 전했다.

가창노(70·소원면 의항리)씨는 “맨손어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이들은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비참하게 사는데, 주지도 않는 생계지원금과 성금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며칠 새 두 명이 자살하더니 오늘은 분신까지 해, 살기 좋던 태안이 죽음의 땅으로 변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결의대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삼성은 사과하고 보상하라”는 구호를 외친 뒤 나무로 만든 삼성중공업 예인선단, 유조선 모형과 삼성제품 모형을 때려부쉈다. 이들은 이어 어구 반납식을 열어 통발 등을 삼성그룹 앞으로 택배로 보내고 수산물을 폐기하기도 했다.

김남석(54·소원면 모항리)씨는 “자식을 키우듯 정성을 들인 양식장들이 기름 범벅이 된 채 방치돼 있는 걸 보면 자살한 사람들의 심경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한숨을 지었다.

문제빈 태안군 어민회장은 결의대회에서 “기름배가 터진 뒤 40여일이 지나 주민들은 돈 한 푼 없이 빈 쌀독을 바라보며 방제하는데, 사고를 낸 삼성은 잘못했다는 사과 한마디 안 한다”며 “태안군민이 총궐기해야 살길을 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태안유류피해투쟁위원회는 이날 “정부는 유류사고 특별법을 제정해 주민들의 피해를 먼저 보상하고 사고를 낸 삼성중공업의 중과실을 밝혀 무한책임을 지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투쟁위는 또 “해양환경복원특별법을 만들어 해양환경이 완전 복원될 때까지 삼성중공업과 현대오일뱅크, 유조선사에 복원 책임을 묻고 지역경제 회생 대책을 시행해 주민이 살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태안/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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