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23일 저녁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마당 소나무에 세월호 미수습자 9명의 조속한 귀환을 기원하는 노란 배와 별 모형이 달려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열리는 9차 촛불집회에는 성탄 분위기로 한껏 달아오를 예정이다.
‘박근혜 정권 퇴진 청년행동’(청년행동)은 이날 오후 4시께 서울 광화문광장을 찾은 어린이들에게 동화책과 털모자, 동물 모양의 하야 스티커를 넣은 선물세트 300개를 나눠줄 계획이라고 23일 밝혔다. 이를 위해 청년행동은 ‘청년 산타’ 300명을 사전에 모집했다. 지난주에도 청년 산타들은 캐럴을 부르고 아이들에게 “민주주의를 선물한다”고 말하며 선물을 나눠줬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에도 산타로 활동하게 될 최경은(24)씨는 “추운 날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나오는 건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미래 세대에게 민주주의를 선물하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아이들이 재밌는 분위기에서 미래를 선물받는다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장엔 지금까지의 촛불집회 가운데 가장 많은 가수가 무대에 오른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성탄 전야’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 이날 오후 4시 광화문광장 북단 무대에서 열리는 ‘물러나쇼’에는 ‘진달래꽃’ ‘나를 외치다’를 부른 가수 마야, ‘슈퍼스타’의 록가수 이한철,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주제가 ‘에코’를 부른 록밴드 에브리싱글데이가 노래를 들려준다. 모두 흥겨운 가락으로 신나는 무대를 꾸미는 이들이다.
오후 5시에 시작되는 본집회는 ‘너에게 난’을 부른 포크그룹 ‘자전거탄풍경’이 연다. 행진이 끝난 뒤 무대에는 포크가수 연영석, 팝페라 가수 루이스 초이, 서울재즈빅밴드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돋울 예정이다. 연영석은 촛불집회 초기 크리스마스 캐럴 ‘펠리스나비다’를 개사한 ‘근혜는 아니다’를 발표해 큰 호응을 얻은 가수다. 그처럼 ‘노’래의 ‘가’사를 ‘바’꿔 부르는 ‘노가바’ 6팀을 무대에 오른다. 박진 퇴진행동 공동상황실장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하는 이번 집회만큼은 부패하고 부정의한 세상이 아니라 힘없고 정의로웠던 사람들이 새로 태어나는 것 같은 마음으로 함께해주셨으면 한다”며 “시민들이 대통령 ‘조기탄핵’을 상징하는 기발한 물품을 가져오신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예술가들은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차벽공략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광화문 텐트촌 예술가들과 광화문 예술행동은 광화문광장 북단 왼편 정부종합청사 방향에 세워진 경찰 차벽 앞에 큰 현수막을 걸고 시민들이 직접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는 주제로 벽서와 벽화를 남길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광화문 예술행동’의 대표인 판화가 김진권(60)씨는 프로젝트에 대해 “시민들을 향해 위압적으로 서있는 경찰 차벽을 가리고 또 정부청사 앞에 있는 만큼 현 정부에 대해 우리의 의사 표시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오후 1시30분에는 방송인 김제동이 진행하는 토크 콘서트부터 밤 9시 광화문 텐트촌에서 열리는 ‘광장의 노래 부르기’까지 다양한 사전·사후 집회와 행사가 열린다. 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5시부터 ‘끝까지 간다! 9차 범국민행동-박근혜 정권 즉각 퇴진·조기 탄핵·적폐 청산 행동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본 집회를 시작하고 6시부터 청와대와 총리공관, 헌법재판소 방향으로 행진해 집회와 퍼포먼스를 벌일 계획이다. 이들은 헌재에 탄핵 심판을 빠르게 진행해 일찍 박 대통령을 탄핵할 것을 요구하고,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 황교안 총리에게는 퇴진할 것을 각각 요구할 방침이다.
법원은 오후 5시30분 이후 대부분 집회를 금지한 경찰 조치에 대한 주최 쪽의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이날 저녁 상당 부분 받아들여, 성탄전야 집회와 행진은 밤 10시30분까지 예정대로 진행된다. 다만 헌재 및 청와대에서 100m 이내 장소에서의 집회와 행진은 허용되지 않았다. 헌재 근처 행진은 ‘룩센트 인코포레이티드' 앞까지만 허용됐고, 안국역 5번출구에서의 집회는 허용되지 않았다. 청와대로부터 100m 떨어진 지점인 효자치안센터까지 행진도 오후 5시30분까지만 허용됐다.
박수지 구둘래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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