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노조는 9일 오전, 세종시 우정사업본부 정문 앞에서 ‘잇따른 집배원 사망 과로사 인정, 장시간 중노동의 주범 절대인력부족 충원을 위한 우정사업본부 규탄대회’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조 제공
우정사업본부(이하 우정본부)가 2월 초 각 지방우정청에 “(집배원이) 일찍 출근해 장기 근로로 오해받는 행위를 자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만 집배원 6명이 근무 중 돌연사했고, 올해 들어서도 벌써 2명이 숨졌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조는 “장시간 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겨레>가 9일 입수한 한 지방우정청의 ‘관행적 집배업무에 대한 개선 추진 계획 알림’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살펴보면, “(집배원이) 과도하게 일찍 출근해 전일 도착한 우편물을 1차 배달하고, 이후 당일 도착 우편물을 구분해 2차 배달하는 행위를 금지하라. 초과근무 명령시간보다 훨씬 일찍 출근해 장기 근로로 오해받는 행위를 자제하라”고 적혀 있다. 해당 공문은 우정본부의 지시로 각 지방우정청이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지방우정청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집배원분의 업무량이 많으면 당연히 초과근무 명령을 낸다. 초과근무를 안해도 되는데 굳이 일찍 출근해서 근무하는 것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오랫동안 일한 분들이 습관적으로 일찍 출근해서 근무하곤 한다. 초과근무 명령에 맞춰 일해달라는 요청”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조(이하 집배노조)는 현장 상황을 잘 모르는 우정본부의 ‘전시행정’이라고 꼬집었다. 집배노조 관계자는 “집배원들이 배송 물량이 많아 새벽에 출근해서 밤 늦게까지 일하는게 현실”이라며 “집배원들에게 일찍 출근해서 장시간 근로로 오해받는 행위를 자제하라니, 우정본부는 현장에서 근무하는 집배원들의 열악한 업무 환경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집배노조는 9일 오전 세종시 우정사업본부 정문 앞에서 ‘잇따른 집배원사망 과로사 인정, 장시간 중노동의 주범 절대인력부족 충원을 위한 우정사업본부 규탄대회’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우정사업본부는 집배원들의 죽음과 관련해 어떠한 대책도 내놓고 있지 않다”며 “‘과도하게 일찍 출근하지 말라’는 지침으로 집배원을 더욱 골병들게 하고, ‘문제 보도지침’을 통해 집배원 목소리가 언론에 나가는 것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 노동자운동연구소가 발표한 ‘전국 집배원 초과근로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집배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5.9시간, 연평균 노동시간은 2888시간이었다. 일반 노동자보다 1년에 621시간, 매주 12시간씩 더 일하는 셈이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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