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씨에 청탁→진정 5일만에 체포영장→기각되자 긴급체포→영장 기각
경찰이 법조·건설 브로커 윤상림(54·구속 기소)씨에게 5천만원을 건네며 특정인에 대한 경찰 수사를 청탁했던 이아무개(48·여)씨의 진정서를 받은 지 불과 5일 만에 진정인 쪽 진술만 듣고 피진정인에 대한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체포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김경수)는 23일 이씨가 지난해 4월27일 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사채업자인 김아무개씨가 돈을 갚으라고 협박하고 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낸 뒤 경찰이 5월2일 김씨의 체포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소환절차 없이 체포영장을 신청했다”며 기각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이 진정인 쪽 진술만 듣고 체포영장을 신청했다”며 “중대한 범죄여서 소환 통보를 했을 경우 도망칠 우려가 있으면 체포영장을 신청하기도 하지만 채권·채무 관계 등 재산문제가 얽혀 있는 때는 당사자들의 얘기를 들어보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이씨가 진정서에서 전주 지역의 조직폭력배도 사건에 개입해 있다고 주장해 경찰이 이를 ‘사회적 중요사건’으로 여겼다고 하더라도 추가 수사도 없이 김씨의 체포영장을 신청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체포영장을 기각당한 경찰은 5월6일 김씨를 긴급체포하고, 다음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씨가 경찰에 진정서를 낸 지 10일 만이다. 그렇지만 검찰은 “진정인이 피진정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됐으며, 증거가 부족하고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기각했다. 경찰은 불구속 지휘를 받아 7월27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 관계자는 “일반적인 고소·진정 사건 처리 절차에 견줘 아주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사건이 진행돼 많은 의문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수사했다”며 “문제가 있다면 검찰에서 제대로 수사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상철, 전주/박임근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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