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확진자 과밀 수용과 서신 발송 금지 등 불만 사항을 직접 적어 취재진을 향해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집담감염 사태가 번지고 있는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최근 창문 밖으로 수건 등을 내밀며 살려달라고 외쳤던 일부 수용자들이 내부 징계를 위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한겨레> 취재 결과, 동부구치소는 최근 창문 밖으로 수건이나 손팻말 등을 내민 수용자들에 대한 내부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동부구치소 관계자는 “현재 해당 수용자들을 시설물 훼손 등으로 조사하고 있다”며 “이들은 접견 금지 등의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구치소 구조상 방충망이 고정돼 있는데, 수용자들이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기 위해 이를 뜯어 시설물을 파손했다는 설명이다. 한 수용자가 가족에게 보낸 편지에도 “창문에 수건 흔든 수용자들 ‘공용기물 손상’ ‘감염법’ 등으로 징벌에 추가까지 생각 중이라고 한다. 싹 다 조사 수용했다고 하더라”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지난 20일 한 수용자가 취재진을 향해 수건을 흔들며 “살려달라”고 외쳤고, 29일에는 수용자들이 “살려주세요. 질병관리본부 지시 확진자 8명 수용”, “확진자 한 방에 8명씩 수용. 서신 외부 발송 금지” 등이 적힌 종이를 창밖으로 내밀었다.
이에 대해 초기 대응 실패로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는 교정당국이 수용자 징계에만 발 빠르게 대처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강성준 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가는 “평소라면 방충망 훼손이 탈옥 시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이 사건은 구치소의 코로나19 대처가 미흡한 가운데 내부 상황을 기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징벌이나 법적 처벌을 시도하는 것은 ‘시범 케이스'로 삼아 구치소 상황을 외부에 알리려는 수용자들을 위축시키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채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변호사는 “국제 인권 기준에 따르면 비상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는 처벌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며 “수건을 흔드는 행위 등은 조력을 요청하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전형적인 조처”라고 말했다.
한편 동부구치소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수용자에 대해 외부로 편지 발송을 금지한 것에 대해서도 수용자 권리 구제를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부구치소는 편지를 통한 감염 우려 때문에 코로나19 확진자의 경우 편지를 외부로 보내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우편물이나 택배를 통한 감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밝힌 바 있다.
감염으로 접견이 중단된 상황에서 우편은 내부 실태를 외부에 알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진정서를 발송하지 못해 진정권 행사에도 제한이 있을 수 있다. 서채완 변호사는 “우편 발송을 금지한다면 전자기기를 통한 진정이 가능하게 하는 등 권리 구제를 위해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부구치소 관계자는 “아직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탄원서나 진정서 등을 제출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한 사례가 없다”며 “현재 대안은 마련돼있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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