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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성에겐 무슨 ‘우라’가…

등록 2008-03-12 21:39

이호성. 김종수 기자.
이호성. 김종수 기자.
[매거진 Esc] 5초면 따라하는 저급일본어
일본에서 한 살인사건의 용의자였던 남자가 화제다. 이름은 미우라 가즈요시. 올해 예순인 이 남성은 1981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총격사건에 휘말렸는데, 현장에서 아내가 숨졌다. 사건 발생 뒤 미국에서는 보험금을 타내려는 동기가 있다고 보고 미우라를 용의자로 지목해 수사를 진행했다. 돈을 위해 아내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선정적인 시선과 함께 당시 일본에서는 ‘ロ-ス疑惑’(로스기와쿠)라는 말이 크게 유행했다. ‘로스’는 사건이 일어난 로스앤젤레스를 가리키는 말이고, ‘기와쿠’이라고 하면 우리말의 ‘의혹’을 뜻한다. 우리가 ‘무슨 무슨 게이트’라고 표현하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미우라는 결국 범죄인 인도조약 등 국제법에 따라 일본으로 이송됐고, 몇 차례의 항소심을 거쳐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거의 20년도 더 된 지금 이 남자가 뉴스에 다시 등장하게 된 이유는 뭘까? 미우라가 미국법 관할에 있는 사이판으로 휴가를 갔다가 경찰 당국에 체포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시효’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미국법의 적용을 받는 사이판 경찰이 다시 여러 가지 사건 관련성을 들어 미우라를 체포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대부분의 사건에 ‘時’(じこう, 지코우)가 있다. ‘지코우’는 우리의 ‘시효’에 해당하는 말이다. 더 나아가서 이미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사람을 미국 사법당국이 다시 체포했다는 사실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이 자국법을 우선한다는 이유로 일본법이 내린 판결을 침해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 때문이다. 어떤 사건이든지 ‘裏’(うら, 우라)가 있다. ‘우라’는 우리말로 하면 ‘뒷면’, ‘뒤쪽’이라는 말인데 무슨 일에 말 못할 속사정이 있을 때 ‘裏がある。’(우라가아루)라고 표현한다. ‘ある’(아루)는 물건이나 사물 등 어떤 존재가 ‘있다’라는 뜻의 동사다. 의혹이 가득한 사건에는 한국이든, 일본이든 끝끝내 지우지 못할 ‘우라’가 있다. 진실은 그들만이 알고 있다.

이은혜/ 축구전문 월간지 <포포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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