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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지 않아, 돼지껍데기

등록 2008-04-09 20:21

‘돼지껍데기 볶음’
‘돼지껍데기 볶음’
[매거진 Esc] 박미향의 신기한 메뉴
돼지만큼 사람들의 미움과 사랑을 동시에 받는 짐승도 없다. 소설 속에선 나태한 인물로 묘사되기 일쑤다. 사람들은 욕심 많은 수전노를 ‘돼지 같은 놈’이라고 손가락질한다. 먹을거리 동네로 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중국의 시인 소동파는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로 돼지고기를 꼽았다고 한다. 프랑스 저술가 그리모 드 라 레니에르는 <음식사변>이라는 책에서 “돼지는 수많은 요리 재료 중의 왕”이며 “하나도 버릴 게 없는 식재료”라고 말했다. 돼지껍질마저도 잘 구워 먹으면 얼마나 쫄깃한가.

서울 반포동 상가건물 지하의 ‘옹달샘’에서 만난 ‘돼지껍데기 볶음’이 그랬다. 각종 야채와 돼지껍데기를 고춧가루로 만든 양념에 무쳐 볶아낸 맛은 고소했다. 그 질긴 듯한 부드러움을 음미하다 보면 그 껍데기처럼 피부가 탱탱하고 반들반들해질 것만 같다. 양은 많다. 아이들이나 가족과 함께하기보다는 친구들과 소주 한잔 기울이면서 먹기 좋다. 반드시 야채에 싸 먹는 게 좋겠다. 혹시라도 느끼해지면 상큼한 맛으로 바꿔주는 구실을 할 테니.

‘옹달샘’은 1981년 김연숙(58)씨가 처녀의 몸으로 시작한 1천원짜리 백반 집이었다. 당시 그 백반을 먹기 위해 사람들은 긴 줄을 섰더랬다. 생삼겹살을 주 메뉴로 바꾼 건 93년이다. 사람들 입맛이 변해서 백반 같은 것은 잘 먹지 않는다는 걸 눈치챘기 때문이다.

이 집의 껍데기 요리는 신기하고 생삼겹살 구이는 특별하다. 1센티미터 두께의 생삼겹살이 나온다. 굽다 보면 육즙이 은은하게 올라와 쫀득한 맛을 더해준다. 굽는 내내 뿌연 연기가 나지 않았다. 산뜻한 봄옷을 입고 데이트 나온 처자가 좋아라 한다. (02)533-0602.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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