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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과 등 사이

등록 2008-07-16 20:33

[매거진 esc] 하우 투 스킨십
“괜찮을 줄 알았는데 견디기 힘드네요!”

몇 주 전 남편을 두바이 건설 현장으로 떠나보낸 후배가 털어놓은 말이다. “보고 싶어 못 견디겠다는 건 아닌데, 혼자서 지내려니 마음이 편치 않아요. 멀리 있는 남편한테 문자로 짜증을 내기도 한다니까요.”

돌아보면 의외로 떨어져서 지내는 부부들이 많다. 자녀 교육차 유학길에 나선 기러기 가족은 물론, 국외 지사, 지방 근무 등 이유도 여러 가지다. 주말 부부 정도가 아닌 월말 부부, 연말 부부까지 느는 추세다. 부부란 한 이불을 덮고 자는 사이라는 말은 이제 케케묵은 옛말이 됐다. 꼭 멀리 떨어져 있어서만도 아니다. 같은 집에 살더라도 아이가 태어나면 자연스레 각방을 쓴다. 아내는 아이와, 남편은 다음날 출근을 위해 혼자 잠을 잔다. 자연히 관계를 맺는 방식도 바뀌게 된다. 생활 공동체이기는 하나, 남자와 여자의 관계로 살아가기는 어려워진다. “저희 부모님은 평생 그런 적이 없으셨는데, 방이 많은 단독 주택으로 이사 오고 난 뒤 냉전상태가 오래가요. 말씀을 안 하시고 며칠을 보내시더라고요. 안 부딪쳐도 되니까 그런가봐요.” 부부는 역시 복닥거리고 살아야 미운 정 고운 정이 생기는 거라며 다른 후배가 말을 거든다.

‘부부 싸움은 칼로 물베기’란 고답적 명제의 전제는 각방을 쓰지 않는 부부라는 데 있다. 격하게 싸우고 난 뒤의 잠자리. 두 사람 사이의 어색한 침묵을 깰 수 있는 것은 은근슬쩍 팔을 두르거나 등을 토닥여주는 행동이다. 몸을 부딪친다는 것은 다른 방식의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이 작은 움직임은 ‘난 너에게 화를 냈지만, 그래도 너를 사랑해’란 마음의 표현이다. 사실 이건 말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남자들이 종종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부부가 등 돌리고 나면 그 등과 등 사이가 얼만지 알아? 등 돌린 사람 얼굴 다시 보려면 지구 한 바퀴 돌아가야 한대. 등과 등 사이는, 그렇게 아주 멀어”란 드라마 속 대사처럼 마주 보고 자는 것만큼 부부 관계를 튼튼하게 만드는 건 없다. 뭐, 그러다 ‘메이크 러브’할 수 있으면 더 좋고.

김현주/<코스모폴리탄> 부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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