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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히 부서질 튀김이여

등록 2008-07-16 20:51

산산히 부서질 튀김이여
산산히 부서질 튀김이여
[매거진 esc] 박미향의 신기한 메뉴
몇 년 전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남미와 불륜>을 읽고 아차 싶었다. 변변치 않은 주제에 선수를 빼앗긴 느낌이었다. 오래전부터 재미난 이야기와 사진을 총총 한 권의 책으로 만들고 싶었다. 읽을거리와 볼거리.

상상은 더 나래를 펴서 고품격 에로사진과 이야기집이면 어떨까 하고 눈동자를 굴려 보기도 했다. ‘에로’야말로 인간사의 희로애락을 모두 담고 있다. 사진가 김아타처럼 남녀의 ‘관계’를 장시간 노출을 줘서 추상화 같은 사진을 만들지는 못해도 삶의 아픔과 고통이 녹은 사진들 말이다.

서울 서초동의 멕시코음식점 ‘도스 타코스’에 앉자마자 잊고 던져두었던 사진과 책에 대한 가냘프던 꿈이 생각났다. 식탁마다 앉은 이들 때문이었다. 배낭을 메고 이 우주에서 저 우주로 가기 전 자신의 꿈을 비밀스럽게 이고 진 제다이 용사 같았다.

우주정거장 같은 ‘도스 타코스’에는 멕시코 요리 중에서도 타코, 부리토, 케사디야 등 가볍게 먹을 만한 것들만 있다. 둘둘 이불처럼 말아서 새콤달콤한 날개를 편다.

‘치미창가’는 그중에서도 모양새가 특이하다. 둥글게 만 또르띠야(옥수수 가루로 만든 만두피 모양의 전병) 안에 치즈, 밥, 야채, 콩, 닭고기나 쇠고기, 돼지고기 등을 넣고 튀긴 것이다. 언뜻 중국집 튀긴 만두 같지만 바삭하기가 걸리버 손에 쉽게 부서지는 궁전 같다.

‘도스 타코스’의 ‘치미창가’는 그뿐만 아니다. 토마토와 각종 야채 등이 수북하게 그 위를 덮어 수저로 한참을 헤집어야 그 각진 외모를 찾아낼 수 있다. 콰카몰리를 뿌려 먹어도 좋다. 콰카몰리는 녹색의 멕시코 소스다. 아보카도와 양파, 레몬즙 등을 갈아서 버무린 것이다.

이곳은 가격이 착하다. 3천~4천원대의 음식도 많다.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객의 천국 같다.

주인 박성준(32)씨는 7년간 미국 엘에이에서 디자이너 공부를 했다. 음식에 미쳐 그의 작업실은 온통 맛갈스런 향으로 가득했다. 그 기운을 한국에 그대로 옮겨왔다.


제임스 므라스의 아임유어즈가 흘러나온다. 오늘도 누구는 떠날 궁리를, 누구는 뿌리를 내릴 방도를 고민하며 이 지구에서 같은 공기를 마신다. 궁리가 벽에 부닥치면 ‘도스 타코스’를 찾아가 보자. (02)593-5904.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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