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큼하게 ‘복’ 받으세요
[매거진Esc]박미향의 신기한 메뉴
잘생긴 건장한 청년들이 반갑게 맞는다. 20대의 싱그러운 청춘의 향이 피어오른다. 서울 신사동 ‘우랑’의 첫 느낌이었다. 젊다는 것은 참으로 좋다. 20대가 지나면 죽을 것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30이란 명패를 다는 순간 세상은 다 끝난 것이었다. ‘노인을 위한 나라’가 없다는 생각은 나를 더욱 참혹한 구석으로 몰아넣었다.
지금은 그 가파른 불안감 대신 넉넉한 안도감이 가슴에 들어서 있다. 나쁘지 않다. 참기름 한 방울 같은 아쉬움은 맘껏 지르지 못한 것, 그것 하나다. ‘우랑’에서 그 아쉬움을 채운다.
사장 최성현(33)씨와 주방장 고영훈(28), 김철민(26), 공동휘(27), 이근수(33)씨. 청춘들의 먹을거리에 대한 도전이 허전함을 없앤다.
이곳은 일식 다이닝바(Dining Bar)이다. 다이닝바는 저녁 식사를 하면서 술도 함께 마시는 곳이다. 도미 사시미나 호주산 쇠고기 구이 등이 친구처럼 차림표에 같이 있다. ‘참복 부쯔 사시’가 눈에 띈다. 그들의 풋풋한 도전정신과 설익은 듯한 상큼함이 느껴지는 요리다. ‘참복 부쯔 사시’는 알배기배추 위에 참복 껍질과 흰 살이 땡땡하게 얹혀 있고 그 위에 큰 깨 같은 파들이 수북하게 올라와 있다. 붉은 소스가 마지막을 장식한다.
야채의 찬 맛, 생선의 포근한 맛, 소스의 짜릿할 만큼 매운 맛이 몇 초 사이로 이어진다. 혓바늘에 차갑고 알싸한 맛이 바르르 돋는다. 소스는 유자와 직접 제주도에서 구한 제주라임과 간 무, 고춧가루를 섞어 만든 것이란다. 심순애의 간사한 립스틱처럼 붉다.
스타일리시하고 편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이들이 만세삼창 부를 곳이다. 5명은 모두 동업자다. 순수한 열정이 부럽다. ‘우랑’은 소의 거시기를 말한다. (02)3442-0415.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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