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봉내 대숲의 주종은 맹종죽이다. 자연해설사와 함께 대나무 공부를 할 수 있다.
[매거진 esc] 한국관광공사와 함께하는 대한민국 끌리는 여행 ⑧ - 농촌테마마을편
감 따기, 허수아비 만들기, 소달구지 타기 등 체험활동 빼곡한 경남 사천 비봉내마을
감 따기, 허수아비 만들기, 소달구지 타기 등 체험활동 빼곡한 경남 사천 비봉내마을
요즈음 아이들은 장독대에서 살짝 언 식혜를 할머니 몰래 떠먹은 기억이 있을까. 대나무 피리를 ‘피피’거리며 동네 둔덕을 오른 기억이 있을까. 시시각각 변하는 도시의 풍경을 고향의 기억으로 가진 사람은 시골이 고향인 사람의 그리움을 모른다. 농촌 테마마을로 고향 여행을 떠났다.
대나무의 나이를 세는 법
“이건 아저씨가 만든 게 아니야. 바람과 햇볕, 그리고 비가 만든 거야.”
주홍빛으로 익은 단감을 꺾은 과수원 주인 최덕생(57)씨가 아이들에게 건네주면서 말했다. 감나무밭에는 진주에서 온 어린이집 꼬마들이 감을 구경하느라 신났다.
파란 하늘에 붉은 별이 박힌 듯, 감나무 농장은 빨갛게 익었다. 녹슨 철판처럼 물든 감나무 잎, 보라색으로 물든 고사리, 그리고 가을의 창공. 예전에는 흔했지만 지금은 흔하지 않은 풍경. 그래서 ‘여행지’가 된 고향의 풍경이다.
경남 사천 곤양면의 비봉내마을은 ‘고향 여행’의 조건을 두루 갖춘 여행지다. 고향 동네 풍경의 기억을 아이에게 담아주고, 고샅길에서 했던 놀이를 가르칠 수 있다. 게다가 주변에는 소담한 절과 바다를 갖추었다.
비봉내의 가장 큰 특색은 1만평에 이르는 대나무숲이다. 숲 사이로 난 산책길은 1.2㎞에 이른다. 20여분 걸리는 탄탄한 흙길이다. 박시형 비봉내마을 교육팀장은 “대나무가 배출하는 음이온은 일반 나무의 1.5배”라며 “기존의 삼림욕장보다 더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비봉내 대숲의 주종은 맹종죽이다. 중국 남부 지방에서 많이 나는 품종인데, 일본을 거쳐 한국에 들어왔다. 맹종죽은 우리가 흔히 보는 담양 소쇄원의 왕대보다 굵다. 어른 팔뚝만 한 굵기다. 박 팀장이 말했다. “사군자 그림에서 대나무를 보세요. 대나무 마디가 두 줄로 표현돼 있죠. 그런데, 맹종죽은 한 줄이에요.” 맹종죽의 마디를 만져 봤다. 하얀 가루가 손가락에 묻는다. 올해 태어난 나무는 이렇게 마디에 하얀 가루가 남아 있다. 바람을 딛고 폭풍을 맞아야 대나무는 어린 티를 벗는다. 하얀 가루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왜 맹종죽일까? 이에 관한 전설 한 자락. “중국의 삼국시대에 강하 사람 맹종이라는 사람이 살았습니다. 오랫동안 늙은 어머니의 병구완을 했는데요, 어머니는 모질게도 추운 겨울 죽순을 먹고 싶다고 한 거죠. 효성이 지극한 맹종은 대숲을 뒤졌지만, 추운 겨울에 죽순이 있을 턱이 없었죠. 너무나 슬퍼서 대숲에 주저앉아 울었는데, 세상에! 거기서 대나무순이 돋아나기 시작한 거예요. 맹종은 기뻐하며 이것을 따서 어머니에게 잡수시게 했다나요. 바로 그 대나무순이 맹종죽이에요.”
‘우후죽순’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나무는 빨리 자란다. 4월 말 죽순이 나온 뒤, 불과 40~60일 만에 어엿한 대나무가 된다. 풀로 태어나 나무가 되는 놈이다.(그래서 대나무는 볏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분류된다) 그리고 60~100년을 산다. 그래도 잘 살펴보면 아이 대나무와 어른 대나무를 구분할 수 있다. 대나무 아래에는 죽피가 있다. 밤색 죽피가 남아 있거나 아직 하얀 가루가 몸에 있으면 십중팔구 올해 난 놈이다. 비봉내 대숲에는 맹종죽 말고도 다른 대나무도 많다. 까만색을 띤 오죽(강릉 오죽헌의 이름이 여기서 나왔다), 복조리나 담뱃대를 만드는 신우대, 잘 쪼개지지 않아 할머니 지팡이로 사용됐던 구갑죽 등도 파릇파릇하다.
대나무를 두드렸다. ‘통통’ 하는 소리가 푸른 숲을 울렸다. 바람이 불었다. ‘사각사각’ 댓잎이 산들거리는 소리가 스쳤다.
대숲에서 나와 대나무 피리를 만들었다. 대나무는 속이 비어 피리 만들기에 가장 좋은 재료 아닌가. 바람구멍을 뚫고 사포로 다듬으니 10분 만에 어엿한 대나무 피리가 완성됐다. ‘피피피’ 하고 ‘떴다 떴다 비행기’를 불렀다.
대숲 주변에서는 자연 해설사와 함께하는 숲 산책과 대나무 피리 만들기 등의 체험활동이 이어지고, 근처 마을에서는 감 따기, 허수아비 만들기, 소달구지 타기, 다솔사 방문 등의 프로그램이 열린다. 대숲이 있는 비봉내마을 체험학습장에서 체험활동을 신청한다.
녹차밭 한가운데 빨갛게 익은 감나무
비봉내마을에서 한나절을 보내고 근처의 다솔사로 향했다. 다솔사는 규모는 작지만 신라 지증왕 때 창건된 고찰이자, 만해 한용운이 의병 활동을 벌이고 김동리가 <등신불>을 쓴, 내력 있는 절이다.
무엇보다 다솔사는 뚜렷한 기억을 남기는 절이다. 대웅전 앞의 우산 같은 열대나무, 대웅전 안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진신사리탑, 그리고 진신사리탑 아래 쓰인 “합장하고 시계 방향으로 세 바퀴 돌면 한 가지 소원을 꼭 들어주십니다”라는 팻말. 그리고 다솔사 대웅전 뒤에는 아름다운 차밭이 있다.
차밭 언덕 위에 올라 다솔사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녹차밭 한가운데 감나무가 빨갛게 익어 있다. 내 고향 동네에 절이 있었다면, 아마 이런 풍경이었으리라.
사천=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 농촌테마마을 또 어디 있나 | 몰랑몰랑 찐빵을 빚어볼까 사실 신우대(조릿대)와 오죽을 구분할 줄 아는 것, 늙은 어미가 소원하던 음식을 아들이 찾아오는 효행 설화 등은 어른들이 모두 알고 있었던 것들이다. 농촌테마마을 여행은 어른들에게는 기억을 찾은 여행이자, 아이들에게는 어른들의 고향을 보여주는 여행이다. 최근 주목받는 농촌테마마을을 소개한다. ◎ 김천 옛날솜씨마을 | 솜씨 좋은 어르신들이 많아 옛날솜씨마을이다. 그만큼 체험활동이 다양하다. 최고 인기 체험은 찐빵 만들기. 아이들이 찐빵을 빚으면 동네 아주머니들이 가마솥에 쪄준다. 이 밖에 달걀꾸러미 만들기, 숯불에 고구마 구워 먹기, 순두부 만들기 등이 준비됐다. 가족 단위일 경우 미리 전화해 일정을 조정한다. 경북 김천시 증산면 평촌리. somsi.go2vil.org, (054)437-0150. ◎ 산청 남사예담촌 | 산청의 대표적인 고가 마을이다. 끝없이 펼쳐진 흙돌담길과 고목, 고풍스런 기와집으로 시간여행을 온듯한 느낌이다. 특히 5.7㎞에 이르는 흙돌담길은 일부가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전통 목조한옥이 85채나 된다. 물레방앗간 체험을 비롯해 전통놀이 체험이 있다. 굳이 체험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마을만 둘러봐도 좋다. 경남 산청군 단성면 남사리. yedam.go2vil.org, (055)972-7107. ◎ 진안 가막마을 | 겨울에는 눈썰매 타기, 짚공예, 가막천 물고기 잡기, 별 보기 등의 프로그램이 준비된다. 동네 할머니들과 함께 떡과 한과를 만들 수도 있다. 특히 억새로 지붕을 얹은 샛집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마을의 정취를 느껴보길. 주민들이 방문객들을 위해 만든 방 두 개짜리 집이다. 직접 군불을 때 구들장을 데운다. 물론 욕실에서는 가스온수기를 통해 뜨거운 물이 나온다. 1박 6만원. 전북 진안군 진안읍 가막리. gamakvil.com, 018-666-9198. ◎ 제천 산야초마을 | 충주댐 건설로 내몰린 수몰민들이 모여 다시 세웠다. 금수산에 자라는 다양한 약초를 이용한 체험활동이 특색. 당귀잎을 말려 만든 당귀인절미와 당귀두부, 위장장애에 좋은 승검초 가루를 넣은 승검초떡 등을 만들 수 있다. 인기 체험은 양파로 손수건 물들이기. 양파가 갖가지 색을 내는 염료가 되는 사실에 적잖이 놀란다. 충북 제천시 수산면 하천리. sanyacho.go2vil.org, (043)651-1357. 이 밖에도 전국 곳곳에 농촌테마마을이 많다. 한국관광공사 누리집의 체험마을 소개(korean.visitkorea.or.kr/kor/ti/everywhere_sightseeings/type_sightseeings/list_726.jsp?category=A0306)와 농촌전통테마마을 누리집 고투빌(go2vil.org)에 리스트가 나와 있다. 남종영 기자
대나무를 이용해 피리 등 공예품을 만든다. 아이들은 대나무 피리로 동요를 연주한다.
체험 학습장 인근 초랑농원의 감나무밭. 아이들이 직접 감을 따고 가공하는 과정을 견학한다.
비봉내 대숲의 주종은 맹종죽이다. 중국 남부 지방에서 많이 나는 품종인데, 일본을 거쳐 한국에 들어왔다. 맹종죽은 우리가 흔히 보는 담양 소쇄원의 왕대보다 굵다. 어른 팔뚝만 한 굵기다. 박 팀장이 말했다. “사군자 그림에서 대나무를 보세요. 대나무 마디가 두 줄로 표현돼 있죠. 그런데, 맹종죽은 한 줄이에요.” 맹종죽의 마디를 만져 봤다. 하얀 가루가 손가락에 묻는다. 올해 태어난 나무는 이렇게 마디에 하얀 가루가 남아 있다. 바람을 딛고 폭풍을 맞아야 대나무는 어린 티를 벗는다. 하얀 가루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왜 맹종죽일까? 이에 관한 전설 한 자락. “중국의 삼국시대에 강하 사람 맹종이라는 사람이 살았습니다. 오랫동안 늙은 어머니의 병구완을 했는데요, 어머니는 모질게도 추운 겨울 죽순을 먹고 싶다고 한 거죠. 효성이 지극한 맹종은 대숲을 뒤졌지만, 추운 겨울에 죽순이 있을 턱이 없었죠. 너무나 슬퍼서 대숲에 주저앉아 울었는데, 세상에! 거기서 대나무순이 돋아나기 시작한 거예요. 맹종은 기뻐하며 이것을 따서 어머니에게 잡수시게 했다나요. 바로 그 대나무순이 맹종죽이에요.”
다솔사 대웅전 뒤안의 차밭. 언덕에 올라 바라보면 독특한 절의 풍경이 펼쳐진다.
다솔사 오르는 길. 뒤로는 봉명산을 휘감은 오솔길이 이어진다.
비토섬 별학도 앞 방조제. 낚시꾼들이 많다.
초랑농원에서 이뤄진 소달구지 타기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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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테마마을 또 어디 있나 | 몰랑몰랑 찐빵을 빚어볼까 사실 신우대(조릿대)와 오죽을 구분할 줄 아는 것, 늙은 어미가 소원하던 음식을 아들이 찾아오는 효행 설화 등은 어른들이 모두 알고 있었던 것들이다. 농촌테마마을 여행은 어른들에게는 기억을 찾은 여행이자, 아이들에게는 어른들의 고향을 보여주는 여행이다. 최근 주목받는 농촌테마마을을 소개한다. ◎ 김천 옛날솜씨마을 | 솜씨 좋은 어르신들이 많아 옛날솜씨마을이다. 그만큼 체험활동이 다양하다. 최고 인기 체험은 찐빵 만들기. 아이들이 찐빵을 빚으면 동네 아주머니들이 가마솥에 쪄준다. 이 밖에 달걀꾸러미 만들기, 숯불에 고구마 구워 먹기, 순두부 만들기 등이 준비됐다. 가족 단위일 경우 미리 전화해 일정을 조정한다. 경북 김천시 증산면 평촌리. somsi.go2vil.org, (054)437-0150. ◎ 산청 남사예담촌 | 산청의 대표적인 고가 마을이다. 끝없이 펼쳐진 흙돌담길과 고목, 고풍스런 기와집으로 시간여행을 온듯한 느낌이다. 특히 5.7㎞에 이르는 흙돌담길은 일부가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전통 목조한옥이 85채나 된다. 물레방앗간 체험을 비롯해 전통놀이 체험이 있다. 굳이 체험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마을만 둘러봐도 좋다. 경남 산청군 단성면 남사리. yedam.go2vil.org, (055)972-7107. ◎ 진안 가막마을 | 겨울에는 눈썰매 타기, 짚공예, 가막천 물고기 잡기, 별 보기 등의 프로그램이 준비된다. 동네 할머니들과 함께 떡과 한과를 만들 수도 있다. 특히 억새로 지붕을 얹은 샛집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마을의 정취를 느껴보길. 주민들이 방문객들을 위해 만든 방 두 개짜리 집이다. 직접 군불을 때 구들장을 데운다. 물론 욕실에서는 가스온수기를 통해 뜨거운 물이 나온다. 1박 6만원. 전북 진안군 진안읍 가막리. gamakvil.com, 018-666-9198. ◎ 제천 산야초마을 | 충주댐 건설로 내몰린 수몰민들이 모여 다시 세웠다. 금수산에 자라는 다양한 약초를 이용한 체험활동이 특색. 당귀잎을 말려 만든 당귀인절미와 당귀두부, 위장장애에 좋은 승검초 가루를 넣은 승검초떡 등을 만들 수 있다. 인기 체험은 양파로 손수건 물들이기. 양파가 갖가지 색을 내는 염료가 되는 사실에 적잖이 놀란다. 충북 제천시 수산면 하천리. sanyacho.go2vil.org, (043)651-1357. 이 밖에도 전국 곳곳에 농촌테마마을이 많다. 한국관광공사 누리집의 체험마을 소개(korean.visitkorea.or.kr/kor/ti/everywhere_sightseeings/type_sightseeings/list_726.jsp?category=A0306)와 농촌전통테마마을 누리집 고투빌(go2vil.org)에 리스트가 나와 있다.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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