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월남쌈
[매거진 esc] 지마켓과 함께하는 시골 밥상 공모전
남편이 공부를 하던 때라 수입이 없던 신혼 시절, 외곽의 연립주택에서 살 때입니다. 방치돼 있던 화단에 텃밭을 가꾸던 앞집 할머니의 인심 덕에 갖가지 채소를 얻어먹었습니다. 그러다 조금씩 얻어 키운 게 계기가 되어 이후 여러 차례 이사하는 동안에도 채소 가꾸기는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이사 온 아파트는 베란다를 넓힌 집이라 작은 화분 하나 놓을 공간도 없었습니다. 단지 경제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자고 일어나면 쏙 자라 있고, 잘라 먹고 나면 다시 쑥쑥 올라오는 채소로 가족들 밥상을 차리는 재미에 빠져 있던 전 채소 가꾸기를 그만둘 수 없었죠. 베란다가 있던 자리에 책장을 길게 놓고 그 위에 공간박스를 올렸어요. 그 안에 아크릴판으로 다시 틀을 짜 넣은 뒤 화분을 넣었더니 물을 주고 난 뒤 물 빠짐 걱정도 없고 보기에도 깔끔해 채소, 화초 가꾸기엔 더없이 좋았답니다.
새싹 기르기는 일회용 포장용기에 아이들이 쓰고 남은 아크릴물감(아크릴물감으로 그리면 물에 지워지지 않는답니다)으로 같이 그림을 그린 뒤 그 안에 천을 깔고 씨를 뿌려 아이들 방에 놓아주었어요. 같이 그림 그리는 재미뿐 아니라 알록달록 화사한 그림에 방이 환해졌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생명을 기르는 정성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 아이들에게 온전히 맡겼더니 처음에는 온도와 습도를 잘 조절하지 못해 실패도 많이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아이들이 더 잘 기른답니다. 메밀 싹 같은 건 햇빛을 보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방에서 키우기 좋습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뒤 친구가 온다는 전화를 받고 뭘 준비할까 잠깐 망설이다 입맛을 돋워주는 월남쌈을 준비했습니다. 이만하면 꽃보다 채소 아닌가요?
김종완/서울 강남구 대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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