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 천사들의 합창
[매거진 esc] 펀펀사진첩
오래전 아기 모델들을 찍은 적이 있다. 태어난 지 5개월도 안 된 아기부터 늙어봐야(?) 네 살인 아기들이 내 카메라 앞에 섰다. 디자인 시안대로 사진을 찍기 위해 과자로 유혹하고 장난감으로 웃기는 등 아기들 앞에서 재롱을 떨었다. 퍽퍽, 대형 조명이 몇 번 터지면 으앙으앙 죽어라 울기 시작하는 아기들, 그 아기들과 2시간 이상 씨름을 하고 나면 서서히 아기들이 ‘짐승’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한 선배의 부탁으로 개 모델을 찍은 적도 있다. 그 선배는 국내 최초, 아니 세계 최초(믿거나 말거나)로 ‘도그 스튜디오’를 열었다. 마치 엄마들이 아기 사진을 찍어주듯이 개 주인들도 개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사진관에 온다는 것이다.
당시 컴컴한 스튜디오에서 개와 나는 마주보고 서 있었다. 크르릉 컹컹! 과자와 소리로 유혹하기는 비슷하지만 정말 다른 점, 뾰족한 이빨로 달려들면 대책이 없었다. 아기와 개는 촬영하기에 어려운 피사체다. 그런 점에서 이 사진(왼쪽)은 너무 훌륭해서 소름이 돋는다. 인내력과 신묘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심각한 표정과 몸에 드리운 주름들은 웃음을 선사한다.
안정적인 구도속에 두 피사체는 닮아보인다. 이 사진을 찍은 앤 게디스(53)에게 찬사를 보낸다. 앤 게디스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아기 사진가이다.
글 박미향 기자·사진출처 사진집 〈Until Now〉
박미향의 펀펀사진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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