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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커피=떡카페 되는 건 아냐

등록 2013-03-27 18:48

[매거진 esc] 김태정의 카페창업 미스터리
카페창업 강의를 하다 보면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떡카페’에 관한 것이다. 왜 떡카페를 하냐고 다시 질문을 하면 항상 답은 두 가지다. 한식 세계화다 뭐다 해서 우리 음식의 우수성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떡을 공부한 분들이 느끼고 있는 떡의 우수성 대비 평가절하를 든다. 이런 이유로 요즘 유행하는 카페를 결합시킨 떡카페를 오픈하고 싶어한다. 떡의 특성상 인근 주민들의 포장수요도 많을 테니 일거양득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많다. 논리적으로는 이상적인 모습이다. 그리고 본인의 능력이 중심이 되니 운영상 문제가 생길 염려도 적다.

그런데 한번 고민해 보자. 이렇게 좋은 떡카페가 왜 그다지 많지 않을까? 있다 하더라도 왜 떡카페는 떡집보다 장사가 잘된다는 느낌은 안 들까?

그 이유는 바로 떡카페의 핵심 구성요소인 ‘떡’과 ‘카페’와 ‘고객’에 대한 고민의 깊이가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떡카페에서는 일반 떡집과 같은 떡을 판매하면 안 된다. 떡을 케이크 형태로 바꾸면 고객들의 감동·감화가 충만할 것이라고 믿는다면 오산이다. 고객이 굳이 커피전문점이 아닌 떡카페를 가는 이유는 떡에 있다. 커피보다 떡에 매력을 느끼는 이들이 고객이다.

일반 카페와는 다른 특별한 먹거리도 준비해야 한다. 한식 디저트와 한식 음료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평범한 떡과 전통음료만을 갖춘다면 전통찻집과 다를 바 없다. 결국 카페라는 서양식 휴식공간과 전통의 가치를 어떻게 해석하여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다.

떡카페 ‘합’의 팥빙수와 인절미. 김태정 제공
떡카페 ‘합’의 팥빙수와 인절미. 김태정 제공
떡카페의 성공사례를 보면 그 답이 있다. 요즈음 외식에 관심있는 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떡카페가 있다. ‘합’이다. 합은 아는 사람도 찾아가기 힘든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남산 중턱 주택가 2층에 조신하게 위치한다. 이곳은 3년 전 인사동에 작은 규모로 오픈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고, 지금 장소로 이전했다. 합은 단순한 떡카페가 아니다. 신용일 오너셰프가 한식과 한식 디저트, 서양식 디저트까지 깊이 고민한 뒤 결과물로 선보인 떡카페이다. 그의 떡은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하다. 사람들이 합에 환호성을 지르는 이유는 바로 떡의 가치를 재해석해 높이 올렸기 때문이다. 결코 싸지 않은 가격을 기꺼이 지불한다. 신 셰프는 우리 한식 디저트와 간식에 서양의 케이크, 초콜릿, 마카롱처럼 상품가치를 부여하는 작업을 했다. 단순 겉모습의 업그레이드만으로 그 가치가 올라가지는 않는다. 레시피, 스타일, 디자인 등을 적극 활용했다. 예를 들어 인절미의 고물로 카스텔라나 거피팥 등을 활용하거나 팥빙수에 유자를 섞는 등 전통적인 맛을 훌륭하게 재해석했다. 그리고 개당 판매, 보자기 포장, 놋숟가락 사용 등 전통을 세련되게 재포장했다. 가치를 올렸다.

떡에 대한 가치를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단순 떡집에서 음료를 팔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떡카페는 고객의 고정관념이 워낙 강하기에 이를 깨지 못한다면 성공하기 무척 어렵다.

김태정 <카페 잘할 수 있을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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