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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뒷좌석은 ‘나만의 공간’

등록 2017-07-12 20:36수정 2017-07-20 10:15

[ESC] 엄지의 짬짬 놀기

“우와, 이런 공간이 있었어?” 독특한 공간과 디자인의 카페, 골목길이 요즘 많아지고 있다. ‘익선동은 필름 사진기 하나면 되겠어’, ‘이렇게 변했어?’ 등 감탄 반, 아쉬움 반이 절로 튀어나온다. 나만 알고 있는 인디밴드 가수가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내 거 아닌 내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곤 한다.

일상에서 가장 많이 만나는 공간은 회사 책상일 것이다. 하지만 부장님, 대리님의 뾰족한 눈초리에 몸 둘 바 몰라 고개를 처박고 있기도 하는 공간이다. 그야말로 눈치를 보는 공간이다. 하지만 퇴근 후 집은 다르다. 훌러덩 속옷을 벗고 걸어다니며 방귀를 빵빵 뀌어도 마음이 편하다.

하지만 틈을 내 찾는 공간이 달콤한 법이다. 회사 근처 덕수궁이 내게는 그런 곳이다. 거닐다 보면 차분해지면서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서울의 과거와 지금의 내가 공존하고 있는 기막힌 공간이다. 매월 마지막 주 저녁에 찾는 인근 서점도 내게는 비슷한 공간이다. 바로 다음달 잡지가 진열되기 때문이다. 잡지를 보면서 미리 다음달의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다. 한 달을 마감하는 휴식처 같은 공간이다.

기분이 울적할 때 찾는 공간도 있다. 대학로에 있는 한 맥줏집.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밤새 들을 수 있어 찾는다. 1년째 가고 있는데 늘 장사가 잘 될까 싶을 정도로 사람이 없다. 때론 머릿속 복잡한 생각을 비우기 위해 찾는 공간이 도시인에게는 필수품이다.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따로 있다. 매일 출근길에 타는 ‘5616’번 버스 맨 뒷좌석이다. 남들은 내리기 편한 문 옆이나 앞좌석을 경쟁하듯 타지만 나는 아니다. 뒷좌석에 앉으면 오늘은 왠지 하루 일이 술술 풀릴 것만 같다. 나만의 행운 부적 같은 거다.

꿈을 꾸게 하지만 닿을 수 없는 우주(space) 같은 공간이 아닌 ‘나만의 공간’(space)을 내 주머니에 넣어두면 어떨까.

수요일만 되면 지하철 건너편 코인노래방을 가시는 차장님, 금요일 밤에는 홍대 만화방을 꼭 가야 한다는 부장님. 내 주변에는 ‘나만의 공간’을 가진 이들이 있다. 누가 뭐래도 이들은 자기만의 공간에서 위로와 삶의 에너지를 받는다. 혹시 알까. 뮤즈는 찾으러 가는 게 아니라 항상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 말이다.

엄지(광고회사 4년차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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